차호원/현대

살려줘...

w.갈매 2017. 5. 17. 22:43

2017.02.08





 "호원 씨... 오늘도 그거, ......호원 씨네 강아지 많이 활발한가봐요...."

 "하.. 하하, 하... (주룩)"


 네...많이 활발한 편이죠....
 웅성웅성 호원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호원은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 들어가고픈 충동에 휩싸였다. 몇 시간 내내. 발갛게 물든 얼굴을 들고 있던 차트로 가려 끙 앓았다. 슬쩍 손으로 목을 가려 보았지만 얇은 간호사복의 목에는 훤하게 살만 드러날 뿐이다. 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울긋불긋 부어 오른 살점들을 가려낼 도리가 없었다. 아프다면 약을 바르고 알약을 먹으면 되겠지만 이건 절대 아파서 만들어진 부위가 아니니까...!!!! 결국 가지고 있던 차트도 의사에게 건넸다. 상대 의사가 힐끗 호원의 목을 부담스럽게 바라본다. 죽고 싶다.

 비글, 비글새끼가 거하게 호원을 물어 뜯었다. 규칙적으로 새겨 오는 부위를 보며 동료들은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거나 헛웃음을 짓는다. 이따금 호원을 바라보던 수간호사는 호원의 어깨에 툭툭 손을 얹으며 조금은 다그치듯 말했다. "격렬한 여자한테 사랑받는 것 같아서 보기는 좋지만 호원 씨, 여긴 직장이야. 피임은 제대로 하고 있지?" 목에 칼이 들어오는 느낌은 이런 거구나 싶었다.


*  *  *


 "아아악, 내가 개껌 사준다고오오오.....ㅠㅠ..."
 "필요 없다니까."

 오늘 내가 무슨 소리 듣고 온 줄 알기나 해? ㅠㅠ 꺼이꺼이 울며 주명에게 매달리기도 벌써 세 시간 째. 퇴근하고 돌아온 내내 옷도 갈아입지 않고 호원이 주명의 다리를 붙잡으며 울분을 터트렸다. 상대는 듣는 척도 하지 않은 채 여유롭게 노트북만 타닥타닥 치고 있다. 나 바쁘거든 차호원, 좋은 말 할 때 떨어져라. 살벌한 연인의 목소리였지만 오늘만큼은 굴복할 수 없었다. 호원은 주명의 다리를 껴안은 팔에 꾹 힘을 주었다.
 동거한 지도 슬슬 일 년이 가까이 됐다. 연인인 만큼 스킨쉽도 곧잘 하고 사랑도 나눴다. 섹스도 했다. 하지만 행복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순 없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게 된지 일주일 째,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날 따뜻한 동료들의 시선에 당황함이 물들었다. 그땐 그저 어제 일 때문에 피곤해 보여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었다.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거울 너머로 비춘 호원의 목덜미에는 그 날 밤 주명이 입맞춘 그대로의 자국들이 무수히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다 그런 호원의 모습을 본 것이다! 동료들도, 의사들도, 심지어는 환자들도 모르는 사람들 전부! 

 그 뒤로 어떻게든 복수도 해보고 하지도 말아달라며 빌어보긴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갈이 중이야?! 그럼 내가 개껌을 사다줄게! 라고 말해도 주명은 웃음을 겨우 참는 얼굴로 "좋은 개껌이 여기에 있는데 무슨.."라며 거절했고 키스마크가 몸에 좋지 않다는 기사를 눈앞에 내밀어도 꼼짝도 않는다. 미치겠네! 비글 강아지가 문 거라고 말해도 사람들의 미심쩍은 눈빛은 변하지 않는다. 아마 다들 눈치 챈 거겠지........... 내가 발정난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나 죽을래..... 바닥에 무너져 꺽꺽 울분을 터트리며 훌쩍대는 호원을 내려다보던 주명은 그저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냥 포기 하래도? 순순히 인정하던가 아니면 계속 강아지라고 지껄이시던가."
 "허어어엉.. 믿을 리가 없잖아.....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변명거린데.... 진짜 넌 왜 매번 목에만 그렇게 장난을 쳐?"
 "네가 이러는 게 재미있거든."
 
 너 내 애인 맞냐... 아니면 섹스도 안 해. 훌쩍대는 호원의 머리를 슥슥 거칠게 쓰다듬으며 노트북에 눈을 담은 주명이 대화를 덤덤하게 이어나갔다. 세 시간 동안 계속 매달린 호원에도 아랑곳 않고 노트북에서만 시선을 떼어내지 않는 것을 보면 일이 많은 듯 보였다. 

 "오늘은 내가 네 투정 받아 줄 시간이 없다. 내일 일 다 끝나고 놀아줄 테니까 차호원 너 먼저 자." 쓰다듬던 손길을 떼어낸 주명이 다시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기 시작한다. 소매로 눈을 벅벅 부비던 호원이 고개를 틀어올렸다. 

 "일..? 마감이 내일이야?"
 "컨펌받는 날. 덤으로 회식도 있다네.... 아마 내일은 좀 늦을 거야."
 "회사로 가는 거지?"
 "당연하잖아."

 귀찮아 죽겠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주명의 얼굴은 꽤나 불쾌해 보였다. 그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던 호원이 부어오른 눈가를 꾹꾹 문지르며 코를 훌쩍였다. 그렇구나, 내일 일 가는구나.... 호원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구나... 그럼 내일 일찍 일어나겠네? 주명 일찍 일어나는 거 힘들어 하잖아."
 "그래서 짜증난다고...... 하아, 내 단잠.."
 "내가 깨워줄게. 출근도 해야 하니까 옷도 준비해두고."
 "? 그럴래? 그럼 나야 좋고."

 부탁한다. 넌지시 말을 건넨 주명이 다시 노트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한 번 일할 때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강한 주명이었다. 그래서 호원이 남몰래 입가를 비틀어 웃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호원은 입술을 비죽대며 남몰래 웃었다. 바보같은 주명, 그 말이 지옥행인지도 모르고 잘도 열심히 일하는구나....



* * *



 "주명, 주명 일어나. 너 이러다 지각해."
 "...으으...."

 주명은 끙 앓으며 쉬이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어제 새벽 내내 일 때문에 시달려 몇 시간도 잠들지 못했을 것이 뻔하다. 호원은 다시 한 번 달달한 목소리를 늘어뜨리며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남자의 어깨를 연달아 흔들어보면 겨우겨우 잠에서 일어났는지 게슴츠레 눈을 떠보지만 일어나기는 힘들어 보였다.

 "지, 금 몇 신데..."
 "8시 40분"
 "...뭐?! 미친... 차호원 나 9시쯤에 나가야 하는 거 알면서.."
 "미안미안! 피곤해 보여서 재웠다가 시간 가는줄 몰랐지. 대신 밥도 차려놨고 옷도 다려놨으니까 내가 입혀줄게. 팔 내밀어 봐."

 아- 진짜.. 투덜대는 연인을 앉혀두고 슬쩍 와이셔츠부터 갈아입혔다. 반쯤 눈이 감겨있는 주명을 재촉하면 슬금슬금 잠옷을 벗어냈고 호원이 손수 윗옷부터 차근차근 옷을 갈아입혔다. "여기 바지." 조금 급해 보이는 호원의 손길이 주명의 머리에 닿았다. 미리 손에 쥐어준 바지를 느리적한 손길로 입기 시작한 주명에게 호원은 손에 잔뜩 젤을 발라 남자의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시켰다. 그가 회사에 갈 때마다 준비하는 머리 스타일은 호원에게도 익숙했다. 간단하게 머리를 올려 만들어 낸 호원이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 주명도 졸린 눈을 부비며 바지를 갈아 입고 있었다.
 다음은 쉽다. 걸치는 윗옷을 주명이 하품을 하는 사이에 입혀 두고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를 주워다 깔끔하게 주명의 목에 매어 정돈시켰다. 와이셔츠도 목 바로 아래까지 단단하게 단추를 채운다. 이 정도면 늦잠 잔 것 치곤 말끔한 미남 아냐? 창백한 주명의 뺨을 문지르며 호원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잠 깨! 짝, 소리를 내며 호원이 뺨을 살짝 때리며 웃었다.

 "밥 준비 됐으니까 먹고 빨리 나가."
 "응..."
 "여기 스킨."

 주명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착착 애인의 손에 스킨 로션을 바르며 얼굴에 문지르도록 유도했다. 싸하고 촉촉한 감촉이 주명의 뺨을 감쌌다. 그제야 잠이 깨어나던지 주명이 감겼던 눈을 조금씩 뜬다. 뭔가 엄청 싱글벙글 웃어대는 호원의 얼굴이 주명의 시야에 확 드러났다.

 ".......뭔가 엄청 기분 좋은 거 같다 너?"
 "응? ...아, 아아- 이렇게 챙겨 주니까 주명 아기 같아서."
 "하.... 뭐, 뭐래..."

 나 밥 먹으러 간다. 민망했는지 큼, 큼 헛기침을 한 주명이 슬쩍 등을 돌렸다. 연인의 깔끔한 정장 뒷모습이 드러나자 호원은 흐뭇하게 웃었다. "응, 짐 챙겨둘게. 나 1시 출근이라 여유롭거든." 그래- 여유롭지 않으면 이렇게 거대한 준비를 하고 있을 리가 없겠지. 호원은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하는 주명을 만족스럽게 내다 보았다. 먹다가 옷에다 튀기진 말고, 뭐처럼 나가는 건데 깔끔해야지. 그렇지? 주명의 목덜미에다 흐뭇하게 시선을 내리며 호원이 말했다. 밥을 먹기 시작하는 주명의 매끈한 목덜미에는 울긋불긋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호원만이 아는 일이었다. 어디 그뿐이면 좋을까? 깔끔함을 자랑하는 와이셔츠의 깊은 안자락에는 아침에 호원이 몰래 남긴 붉은 립스틱 자국들이 수없이 새겨져 있는데. 다만 짱짱하게 걸쳐 입고있을 윗옷이나 윗단추까지 맨 탓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어디 맛 좀 봐라......'

 이게 차호원의 최대 복수다.


* * *


 주명은 출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호원은 낄낄대며 방 안을 데굴데굴 굴렀다.

 작전이야 간단하다. 주명이 마감에 지쳐 잠들어 있는 사이에 남몰래 일찍 일어나 그가 입는 정장을 챙기고 밥을 미리 해두면 된다. 그리고 준비물은 새빨간 립스틱.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재미삼아 가지고 놀았던 걸 슬쩍 받아놨던 게 행운이었다. 호원은 쫙쫙 깔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며 립스틱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서툴게 입가에 벅벅 짓누르며 발랐다. 가관이 된 얼굴은 무시하고 와이셔츠의 목가쪽에 천천히 입술을 내리찍어 두세 개 자국을 내리 만든다. 빨간 입술자국을 보며 호원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음은 주명의 목덜미였다. 더러워진 입가를 깨끗하게 씻은 후 방으로 들어와 기절한 애인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를 조심스럽게 올라타 훤하게 드러나있는 목덜미에 아까처럼 입술을 내리찍는다. 반쯤 죽어있는 주명이 일어날 턱은 없었다. 그 틈을 노리고 쪽쪽대며 입술을 오물대 연하지만 충분히 드러낼 만한 키스마크를 수없이 남겼다. 주명이 끙- 앓으며 인상을 찌푸릴 때쯤이야 번들대는 입술을 손등으로 벅벅 닦아내며 호원이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작전 준비는 모두 끝났다. 다음은 간단했다.

 잠들어있는 주명을 깨워내 비몽사몽한 사이에 립스틱 범벅인 와이셔츠를 갈아입힌다. 나머지 옷까지 깔끔하게 갈아입혀 단추를 단단히 채우며 키스마크를 가리고 윗옷을 걸쳐 입히면 와이셔츠의 립스틱 자국은 가려진다. 겨우 잠에서 깨어난 주명을 밀어내 밥을 먹이고 출근시키면 작전은 완벽하다. 후흐흐흐... 호원이 나간 주명의 현관을 내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완벽해...!'

 작은 쾌재를 외친다. 주명은 단단히 골을 썩힐 것이다.
 일을 할 동안엔 깔끔한 정장차림 그대로라 본인도 동료들도 알아채지 못할 테지만 문제는 회식이 시작한 그 다음이다. 술을 좋아하는 주명과 동료들이 하하호호대며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 주명도 흥에 들뜰 것이다. 술을 마시고 슬슬 열이 오르면 겉옷을 벗겠지- 여기서 주명은 잔뜩 취한 상태. 자신의 모습따윈 신경 쓸 새도 없이 정신없이 술을 마실 테고- 이미 그 모습을 발견한 동료들만 딱딱하게 굳어서 주명을 오해할 것이다. 완벽했다. 이게 호원이 바라던 전개 그 모든 것..! 

 나 똑똑한 것 같아... 턱에 손을 텁 짚고 꾸닥꾸닥 고개를 끄덕인 호원이 기세등등한 얼굴로 웃었다. 입가가 저절로 벌어졌다. 

 '아마 오늘 새벽 넘게 오겠지....'

 연한 키스마크는 하루이틀 정도면 금방 없어질 테고 (뭣하면 취했을 때 한바탕 했다고 얼렁뚱땅 변명하지 뭐. 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이셔츠는 얼른 벗겨 증거 인멸을 해두면 된다.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해도 주명은 눈치채지 못하겠지. 흐뭇하게 웃으며 호원은 베란다 너머로 벌써 깜깜해진 밖을 내다보며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렸다. 텔레비전 너머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배꼽 빠지게 깔깔대며 웃고 또 웃었다.

 -쾅!

 "아 미친;"

 깜짝이야.. 한참을 텔레비전과 어울려 놀고 있을 때 현관문을 쾅 걷어차는 소리가 울리자 호원이 화들짝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쾅-! 걷어 차는 소리가 울렸다. 밖 너머로 주명과 함께 기르는 리트리버 한 마리가 멍멍! 하며 큰 소리를 내며 짖어댔다. 주명, 설마 지금 온 거야...? 호원은 벽시계에 휙 고개를 돌렸다. 아직 아홉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상하네... 회식이 일찍 끝났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린 호원이 몸을 일으켰다.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 여러 의문과 함께 다시 한 번 쾅 두들기는 소리가 울리자 후다닥 발걸음을 옮겼다.

 금방 열게요! 빽 소리를 높여도 너머로 대답하는 소리는 없다. 결국 조심스레 현관문 잠금을 풀고 열면 예상대로 주명이 푹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주명...? 오늘 회식 안 했어?"
 "...."
 "....?"

 슬쩍 주명의 옷에 시선을 옮긴다. 깔끔하게 차려진 옷에서 잔뜩 흐트러진 채로 돌아왔다. 목덜미는 호원이 아침에 남긴 키스마크가 훤하게 드러났고 와이셔츠엔 적나라하게 입술자국이 묻어났다. 잔뜩 젤을 발라 넘겼던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잔뜩 마셔서 취한 걸까... 슬쩍 웃음기를 담은 얼굴로 호원이 시선을 옮겼다. 

 "힘들어? 옷 갈아입혀 줄까?"
 "....차호원, 선물"
 "...? 선물?"

 또 뭐 사왔어? 술에 잔뜩 취한 주명이 술버릇으로 종종 단 음식 (주로 티라미수)을 사오곤 했었는데 오늘도 그랬나보다. 슬쩍 검은 봉지에 담긴 것을 주명이 호원에게 넘겼다. 또 티라미순가! 호원이 잔뜩 미소를 그리며 주명이 건넨 검은봉지를 받아다 슬쩍 안에다 손을 집어 넣었다. 네모난 상자가 손에 잡혔다. 과잔가! 눈을 밝힌 호원이 냉큼 박스를 집어다 꺼냈다.

 [듀X스]

.................?

 ".......저, 주명... 이거 과자가 아니라 콘ㄷ컥!"

 대답할 새도 없이 호원의 멱살이 잡혀 당겨졌다. 아, 잠깐 수-수, 숨 숨 못쉬겠 

 쿨럭! 컥컥대며 숨을 토해낸 호원이 놀라 번쩍 눈을 뜨면 푹 숙이고 있던 주명의 얼굴이 드러났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잔뜩 핏줄을 세워 얼굴을 시뻘겋게 물든 얼굴이 드러났다. 악귀다, 악귀다 나타났다!!!! 잔뜩 겁에 질린 호원이 덜덜덜덜 몸을 떨면 하하, 주명이 작게 웃음을 토해냈다. 나 모르는 사이에 재미있는 장난을 쳤더라? 끊어지듯 낄, 낄 웃음소리를 낸 주명이 번쩍 눈을 떴다. 예뻐 보이던 붉은빛 눈동자가 호러물이 됐다. 호러물, 눈앞에 귀신이 있다...... 

 "저, 저기 주명 조, 금 진정...커억"
 "진정은 무슨. 넌 아주 뒤졌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불과 5분 전까지 흐뭇해 하던 자신의 일이 이렇게 후회될 줄을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씨익 입 꼬리를 올린 주명은 호원이 들고 있던 콘돔박스를 뺏어다가 곧 그를 질질 끌고가기 시작한다. 잔뜩 겁에 질린 호원이 주명에게 질질 끌려가기 시작하자 눈물이 고였다. 죽는다, 이건 완전 죽는 루트다..... 곧바로 주명의 팔을 붙잡아 보았지만 휙 돌린 연인의 얼굴에 헉- 숨을 삼켰다.

 "뭐"
 "자....잘못.. 잘못... 잘못했습니다..."
 "...."

 가만히 겁먹은 호원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주명이 이내 방긋 웃었다. 맑은 웃음에 호원도 떨리는 입 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렇게 미안하면"
 "...?"
 "저기서 빌어."

 저기. 주명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방문이었다. 주명의 방. 혼잡스러운 머릿속이 금세 계산된다. 어디겠냐고...! 호원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아악, 잘못.. 잘못 했다니까..! 그니까 애초에 네가 먼저 하지 말았어-야, 커흑"
 "넌 도를 넘었어 차호원."
 "히이이이익 살려줘 나 진짜 죽는다니까! 나 죽어- 죽... 끄아아아아아!!!"

 쾅, 쾅 끌려 들어간 문 너머로 호원이 악악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으흐엉.. 다신 안 까불 거야.... 굳게 닫힌 문을 원망스레 바라보던 호원이 작게 흐느꼈다.



* * *


 "저기..... 호원씨 괜찮아? 표정이 많이 안 좋아보이는데.. 그리고 그.."
 "아, 네에.. 알아요... 그... 키우는 비글 강아지가.. 어제 종일 짖어대서 조금 시달렸거든요..."
 "(밤새 했구나...)"







나 주명이 사랑함

앤오님이랑 썰푼거 너무 웃겨 죽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