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熱
*마피아AU
2017.03.26
그들이 거래처 방에 도착했을 땐 썰렁하게 빈 내부 안엔 본 적 없는 값비싸 보이는 초콜릿이 테이블 위에 덜렁 올려 져 있었다. 호원의 뒤를 따라 들어온 주명은 내부를 힐끗 둘러보다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안 왔어? 상대가 도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느낀 모양이었다. 응, 먼저 온다고 들었는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호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방과는 호원이 친숙감을 느끼지 못한 곳 중 하나였다. 어릴 적 유일하게 들어가지 못한 방이었기도 했고, 머릿속으론 어른들만 들어갈 수 있으며 자신이 방해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머리가 차기 시작할 땐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들어간 기억이 남았다. 노인의 취향이 박혀 있는 고급 목재들과 어둑어둑한 인테리어는 무거운 분위기를 형성해 꺼림칙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앞으로 네가 혼자 이끌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잘 기억해두거라. 라고 말하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고 기억났다. 그래, 이곳은 거래용 방으로 암묵적 뒷거래를 실시할 때 높은 자들이 앉아 협상을 나누는 할아버지의 방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이어 받은 자신의 것이 되었지만. 일을 이어받은 후 매번 거래를 협상하거나 손님이 올 때마다 이곳을 모셔오고는 했지만 올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음,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할까... 반짝반짝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털썩 소파에 눌러 앉은 호원은 테이블 위에 올려 진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아니, 먼저 만나자고 해서 왔는데... 이 영감은 어디로 뒷구멍을 뺐어?” 사람 일 다 빼고 왔더니만... 주명은 깔끔하게 넘겨 올린 머리카락부터 이마를 쓸어 올리며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호원과 주명은 일을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드문 연락처로 호원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깊은 인연을 쌓던 암거래처의 우두머리인 어르신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인데다 긴히 할 이야기도 있고 하니 호원의 본가에서 기다린다고 그는 말했다. 먼저 기다린다고 한데다 천천히 오라고는 했지만 어르신을 홀로 기다리게 할 순 없기에 호원과 주명은 부랴부랴 짐을 싸고 본가로 달려왔다. 그리고 도착.. 했지만 정작 반기는 건 싸늘한 방과 덜렁 초콜릿 한 개 뿐이니 주명이 답답할 만도 했다.
“영감 어디로 내뺐어? 아직 도착도 안 했대?”
주명은 슥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문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다물고 있던 입술을 가볍게 떼어냈다.
“도착하신지는 오래 되셨습니다. 다만 중간에 연락이 와 잠시 처리하고 오시겠다며 먼저 도착하신다면 보스에게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시더군요.”
“하.. 그럼 그렇다고 말하던가. 괜히 일찍 왔네..... 시간은?”
“보스와 주명님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약 40분 정도 지났습니다.”
그 전까지 초콜릿을 전해달라고 전언을 남기셨습니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곧 온다는 이야기였다. 것보다 웬 초콜렛? 주명은 답답한 단추자락 하나를 풀고선 머리를 탈탈 털어냈다.
호원은 오랜만에 그와 만난다며 붕 떠있었다. 듣자하니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점에 넘어가면 큰 일인데 저거. 몇 번을 말해도 붕방붕방대기만 하니 주명은 답답할 노릇이었다. 혈육이래도 서로 뒤통수를 치기 마련인데 호원은 자기 선 안에만 들어온다면 간이든 쓸개든 가볍게 내줄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쯧, 혀를 찬 주명은 호원의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돌렸다. 미리 만남을 가지기 전에 관계자로서 우선 가볍게 경고는 넣어줘야 할 듯 싶었다.
“야 차호원. 아무리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요긴하게 이야기....”
“??”
예쁘게 포장되어 있던 초콜릿 포장지는 호원에 의해 뜯어져 있었고, 열린 뚜껑 안엔 이미 두어 개의 초콜릿 공간이 비어 있었다. 우물우물. 두 눈을 반짝이며 우걱우걱 초콜릿을 씹어 먹는 꼴이 제법 만족스러운 것 같다. ....후. 주명은 침착하게 숨을 들이쉰 후 성큼성큼 호원에게 다가갔다. 그 뒤를 지켜보던 조직원 남자는 저질렀다... 라는 표정으로 가만히 둘을 응시했다.
“말, 할- 틈은. 주.라.고!!!”
“-!? 아, 아파!!!”
뻐억! 큰 소리가 호원의 뒤통수에 울렸다. 호원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얻어맞은 부위를 꾹 눌러 감싼 채 원망스럽다는 듯 씩씩대는 주명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짓이야-!”
“내가 할 소리다! 뭘 또 처 먹고 앉아있냐 넌!”
“뭐- 냐니, 초콜릿....”
“독이나 마약이라도 들어있으면 어쩌려고! 뒤지고 싶냐?!”
이런 직종에서 일하는 놈이, 그것도 보스란 작자가 위험이란 걸 생각 자체를 안 해요! 이 빙구! 쏟아지는 팩트 세례에 호원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도 생각은 할 수 있거든! 그리고 괜찮아! 호원의 귓주변이 시뻘개졌다.
“준 사람은 독 같은 걸 넣어줄 사람이 아닌 걸!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아무튼, 괜찮아! 봐! 아무 반응도 없는 걸!”
“뭐든 그렇게 믿어버리니까 통수 칠 틈이 없는 거 아냐....! 하, 됐어. 이거 압수.”
“아! 뭐야 치사하게!! 아직 한 입밖에 못 먹었는데!!!”
“이 와중에 더 먹을 생각이었냐?!”
어! 뻔뻔스럽게 양 고개를 끄덕이는 호원의 입가에 더덕더덕 초콜릿 가루가 묻어 나있다. 빨리 줘! 팔을 뻗으며 동시에 입을 벌리는데 혀에 초콜릿 무스 흔적이 남아있다. 아주 맛깔나게 먹었다 이거냐! 주명이 호원의 한쪽 뺨을 잡아다 쭉쭉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파, 아프다고 바보!! 아프라고 꼬집지! 투닥대는 둘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조직원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이 둘에겐 상사와 부하라는 경계선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주명이란 자가 들어오는 조건부터 그 경계를 허무는 게 전제였으며 보스인 호원도 가장 먼저 선호하는 주제였던 듯 싶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인들이 쩔쩔맬 정도로 투닥여도 둘에겐 칼질도 총질도 그 무엇도 없다. 주먹질을 죽이려듯 하지도 않는다. 마냥 고등학생 친구처럼 투닥대는 꼴은, 머리끝까지 잠겨버린 이 세계와의 이질적인 것이었다.
투닥거림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상황을 가려서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지. 큼큼, 조직원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꾹 다물던 입을 열었다.
“저어, 보스.. 주명님. 손님께서 이미, 크흠. 막 도착하셨습니다만.”
“!”
“!”
“허허.”
한창 혈기왕성할 시기이지 안 그러나. 어느새 조직원 남자의 옆에 서선 남자들의 호위를 받고 들어온 노인은 보스와 그의 오른팔이 투닥대는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갑과 을의 위치라고 보기엔 그저 어린 청년들이 마냥 귀여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제 서야 어르신이 나타난 걸 보며 호원과 주명의 몸이 그 자세로 딱딱하게 굳었다.
“죄- 죄송해요!”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호원이 손바닥으로 쭈욱 주명의 뺨을 꾹꾹 눌러 밀어내며 소리를 높였다. 뭐, 뭐처럼 오셨는데 상황이 이래서...! 버벅대는 보스의 꼴이 꽤 볼만 했다.
“아니네. 나도 늦었으니 오히려 인사는 이쪽에서 해야지.”
“아- 아뇨! 그, 그.... 우,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음. 그래.... 긴히 할 이야기도 있고 말야.”
하지만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허겁지겁 호원이 소파에 자리를 잡아 앉는 사이 어르신은 먼저 걸음을 떼었다. 떨떠름한 얼굴로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주명을 향해 노인이 다가섰다. 이거 말일세. 그는 냉큼 주명이 가지고 있던 초콜릿 상자를 텁, 잡아챘다. 호원과 주명이 동시에 아. 소리를 냈다.
“이거 어때 보이나? 꽤 괜찮았지?”
노인은 흡족스럽게 웃으며 탈탈, 초콜릿 상자를 흔들었다. 겨우 한 알맹이만 꺼내 먹은 초콜릿상자는 남자의 손 안에 털털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노인이 그 말을 꺼내는 이유는 즉슨, 호원에게 해를 가하려 넣으려는 음식은 없다는 소리! 호원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어떠냐는 듯 의기양양하게 주명을 응시하면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끌끌 혀를 찼다.
“물론 괜찮죠! 어르신께서 이런 것까지 챙겨주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제 어느 걸 받아먹을 어린 아이도 아니니까요. 손수 좋아하는 음식까지 챙겨주니 호원에게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어린 보스의 말에 노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상냥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어릴적 꼬맹이가 영감 자리를 거뜬히 지키는 게 여간 기특해야 말이지.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거들어주겠네.”
“가-감사합니다...!”
“천만에. 이번 물건은 자네에게 있어 흡족한 물건이었으면 좋겠군.”
‘음.. 물건?’
노인은 초콜릿 상자를 요긴하게 뜯어보다가 이내 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포장지 부분이 뜯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일 테다. 벌써 시험해본 건가? 그 말에 뒤이어 호원이 두 번의 의문이 들었다. 실험...?
“이번 우리가 특별히 주선해서 만들어낸 것인데, 일반 암거래에서 구하는 것보다 쏠쏠한 놈이지. 어느 계집을 사용해본 건가? 효과는 어땠어?”
“..저어, 무슨 의미... 신가요?”
“? 설마 모르는 건가? 호원군.”
노인은 초콜릿을 호원을 향해 내밀어 보이고선 말을 이었다.
“이 특제 비아그라 초콜릿 말일세.”
.......네?
“너- 말야.. 그런 쪽으로 일하는 사람이면 제대로 눈치 깠어야지!!!”
“나, 난 몰랐... 아으”
“그 영감탱이 말대로 효과는 좋나보네.”
“나.. 장난 치는. 거 아니거든!”
“이쪽도 장난 아니거든.”
“아, 으아 그- 그, 게 아니...! 미안..!”
“아니... 됐다. 자리 비켜줄 테니까 잘 풀고 와.”
“.....알았으니까 좀 천천히 말해. 너 숨쉬기 힘들다며.”
“...”
“주명이 아니면 싫어...!”
“...”
끌어안는 손길까지도 예민함이 올라와 온 몸이 화끈화끈 따가워진다. 호원은 겨우 실눈을 떠 눈앞에 달라붙어 있는 주명의 눈감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누워 있는 몸은 반쯤 일으켜 다가온 주명이 침대에 걸터앉으면 이미 게임은 시작종을 알리고 있었다.
“..차호원?”
“....?”
“..너 반쯤 정신 나갔는데...”
“아.. 괜찮으니까 빨리... 으윽, 으... 나 진짜 힘들거, 든 명아..!”
“...”
“...이제부터 알게 될 거야.”
앤오님이 마피아 정장입고 최음제먹고 올라탄걸 계속 말하셔서 ㅋ
ㅋ
ㅋ
ㅋㅋ
씬을.. 끝까지.. 적기엔.. 용기가....!!!<<< 없었어요...!<.....죄송합ㅂ니다 하나도 안 .. 야하네요..
앤오님.. 공부 파이팅입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