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갈매 2017. 5. 17. 22:58

*마피아AU

2017.03.26



 그들이 거래처 방에 도착했을 땐 썰렁하게 빈 내부 안엔 본 적 없는 값비싸 보이는 초콜릿이 테이블 위에 덜렁 올려 져 있었다. 호원의 뒤를 따라 들어온 주명은 내부를 힐끗 둘러보다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안 왔어? 상대가 도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느낀 모양이었다. 응, 먼저 온다고 들었는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호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방과는 호원이 친숙감을 느끼지 못한 곳 중 하나였다. 어릴 적 유일하게 들어가지 못한 방이었기도 했고, 머릿속으론 어른들만 들어갈 수 있으며 자신이 방해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머리가 차기 시작할 땐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들어간 기억이 남았다. 노인의 취향이 박혀 있는 고급 목재들과 어둑어둑한 인테리어는 무거운 분위기를 형성해 꺼림칙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앞으로 네가 혼자 이끌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잘 기억해두거라. 라고 말하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고 기억났다. 그래, 이곳은 거래용 방으로 암묵적 뒷거래를 실시할 때 높은 자들이 앉아 협상을 나누는 할아버지의 방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이어 받은 자신의 것이 되었지만. 일을 이어받은 후 매번 거래를 협상하거나 손님이 올 때마다 이곳을 모셔오고는 했지만 올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음,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할까... 반짝반짝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털썩 소파에 눌러 앉은 호원은 테이블 위에 올려 진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아니, 먼저 만나자고 해서 왔는데... 이 영감은 어디로 뒷구멍을 뺐어?” 사람 일 다 빼고 왔더니만... 주명은 깔끔하게 넘겨 올린 머리카락부터 이마를 쓸어 올리며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호원과 주명은 일을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드문 연락처로 호원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깊은 인연을 쌓던 암거래처의 우두머리인 어르신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인데다 긴히 할 이야기도 있고 하니 호원의 본가에서 기다린다고 그는 말했다. 먼저 기다린다고 한데다 천천히 오라고는 했지만 어르신을 홀로 기다리게 할 순 없기에 호원과 주명은 부랴부랴 짐을 싸고 본가로 달려왔다. 그리고 도착.. 했지만 정작 반기는 건 싸늘한 방과 덜렁 초콜릿 한 개 뿐이니 주명이 답답할 만도 했다.


 “영감 어디로 내뺐어? 아직 도착도 안 했대?”


 주명은 슥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문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다물고 있던 입술을 가볍게 떼어냈다.


 “도착하신지는 오래 되셨습니다. 다만 중간에 연락이 와 잠시 처리하고 오시겠다며 먼저 도착하신다면 보스에게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시더군요.”
 “하.. 그럼 그렇다고 말하던가. 괜히 일찍 왔네..... 시간은?”
 “보스와 주명님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약 40분 정도 지났습니다.”


 그 전까지 초콜릿을 전해달라고 전언을 남기셨습니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곧 온다는 이야기였다. 것보다 웬 초콜렛? 주명은 답답한 단추자락 하나를 풀고선 머리를 탈탈 털어냈다.
 
 호원은 오랜만에 그와 만난다며 붕 떠있었다. 듣자하니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점에 넘어가면 큰 일인데 저거. 몇 번을 말해도 붕방붕방대기만 하니 주명은 답답할 노릇이었다. 혈육이래도 서로 뒤통수를 치기 마련인데 호원은 자기 선 안에만 들어온다면 간이든 쓸개든 가볍게 내줄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쯧, 혀를 찬 주명은 호원의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돌렸다. 미리 만남을 가지기 전에 관계자로서 우선 가볍게 경고는 넣어줘야 할 듯 싶었다.


 “야 차호원. 아무리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요긴하게 이야기....”
 “??”


 예쁘게 포장되어 있던 초콜릿 포장지는 호원에 의해 뜯어져 있었고, 열린 뚜껑 안엔 이미 두어 개의 초콜릿 공간이 비어 있었다. 우물우물. 두 눈을 반짝이며 우걱우걱 초콜릿을 씹어 먹는 꼴이 제법 만족스러운 것 같다. ....후. 주명은 침착하게 숨을 들이쉰 후 성큼성큼 호원에게 다가갔다. 그 뒤를 지켜보던 조직원 남자는 저질렀다... 라는 표정으로 가만히 둘을 응시했다.


 “말, 할- 틈은. 주.라.고!!!”
 “-!? 아, 아파!!!”


 뻐억! 큰 소리가 호원의 뒤통수에 울렸다. 호원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얻어맞은 부위를 꾹 눌러 감싼 채 원망스럽다는 듯 씩씩대는 주명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짓이야-!”
 “내가 할 소리다! 뭘 또 처 먹고 앉아있냐 넌!”
 “뭐- 냐니, 초콜릿....”
 “독이나 마약이라도 들어있으면 어쩌려고! 뒤지고 싶냐?!”


 이런 직종에서 일하는 놈이, 그것도 보스란 작자가 위험이란 걸 생각 자체를 안 해요! 이 빙구! 쏟아지는 팩트 세례에 호원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도 생각은 할 수 있거든! 그리고 괜찮아! 호원의 귓주변이 시뻘개졌다.


 “준 사람은 독 같은 걸 넣어줄 사람이 아닌 걸!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아무튼, 괜찮아! 봐! 아무 반응도 없는 걸!”
 “뭐든 그렇게 믿어버리니까 통수 칠 틈이 없는 거 아냐....! 하, 됐어. 이거 압수.”
 “아! 뭐야 치사하게!! 아직 한 입밖에 못 먹었는데!!!”
 “이 와중에 더 먹을 생각이었냐?!”


 어! 뻔뻔스럽게 양 고개를 끄덕이는 호원의 입가에 더덕더덕 초콜릿 가루가 묻어 나있다. 빨리 줘! 팔을 뻗으며 동시에 입을 벌리는데 혀에 초콜릿 무스 흔적이 남아있다. 아주 맛깔나게 먹었다 이거냐! 주명이 호원의 한쪽 뺨을 잡아다 쭉쭉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파, 아프다고 바보!! 아프라고 꼬집지! 투닥대는 둘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조직원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이 둘에겐 상사와 부하라는 경계선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주명이란 자가 들어오는 조건부터 그 경계를 허무는 게 전제였으며 보스인 호원도 가장 먼저 선호하는 주제였던 듯 싶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인들이 쩔쩔맬 정도로 투닥여도 둘에겐 칼질도 총질도 그 무엇도 없다. 주먹질을 죽이려듯 하지도 않는다. 마냥 고등학생 친구처럼 투닥대는 꼴은, 머리끝까지 잠겨버린 이 세계와의 이질적인 것이었다.


 투닥거림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상황을 가려서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지. 큼큼, 조직원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꾹 다물던 입을 열었다.


 “저어, 보스.. 주명님. 손님께서 이미, 크흠. 막 도착하셨습니다만.”
 “!”
 “!”
 “허허.”


 한창 혈기왕성할 시기이지 안 그러나. 어느새 조직원 남자의 옆에 서선 남자들의 호위를 받고 들어온 노인은 보스와 그의 오른팔이 투닥대는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갑과 을의 위치라고 보기엔 그저 어린 청년들이 마냥 귀여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제 서야 어르신이 나타난 걸 보며 호원과 주명의 몸이 그 자세로 딱딱하게 굳었다.


 “죄- 죄송해요!”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호원이 손바닥으로 쭈욱 주명의 뺨을 꾹꾹 눌러 밀어내며 소리를 높였다. 뭐, 뭐처럼 오셨는데 상황이 이래서...! 버벅대는 보스의 꼴이 꽤 볼만 했다.


 “아니네. 나도 늦었으니 오히려 인사는 이쪽에서 해야지.”
 “아- 아뇨! 그, 그.... 우,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음. 그래.... 긴히 할 이야기도 있고 말야.”


 하지만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허겁지겁 호원이 소파에 자리를 잡아 앉는 사이 어르신은 먼저 걸음을 떼었다. 떨떠름한 얼굴로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주명을 향해 노인이 다가섰다. 이거 말일세. 그는 냉큼 주명이 가지고 있던 초콜릿 상자를 텁, 잡아챘다. 호원과 주명이 동시에 아. 소리를 냈다.


 “이거 어때 보이나? 꽤 괜찮았지?”


 노인은 흡족스럽게 웃으며 탈탈, 초콜릿 상자를 흔들었다. 겨우 한 알맹이만 꺼내 먹은 초콜릿상자는 남자의 손 안에 털털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노인이 그 말을 꺼내는 이유는 즉슨, 호원에게 해를 가하려 넣으려는 음식은 없다는 소리! 호원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어떠냐는 듯 의기양양하게 주명을 응시하면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끌끌 혀를 찼다.


 “물론 괜찮죠! 어르신께서 이런 것까지 챙겨주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제 어느 걸 받아먹을 어린 아이도 아니니까요. 손수 좋아하는 음식까지 챙겨주니 호원에게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어린 보스의 말에 노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상냥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어릴적 꼬맹이가 영감 자리를 거뜬히 지키는 게 여간 기특해야 말이지.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거들어주겠네.”
 “가-감사합니다...!”
 “천만에. 이번 물건은 자네에게 있어 흡족한 물건이었으면 좋겠군.”


 ‘음.. 물건?’


 노인은 초콜릿 상자를 요긴하게 뜯어보다가 이내 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포장지 부분이 뜯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일 테다. 벌써 시험해본 건가? 그 말에 뒤이어 호원이 두 번의 의문이 들었다. 실험...?


 “이번 우리가 특별히 주선해서 만들어낸 것인데, 일반 암거래에서 구하는 것보다 쏠쏠한 놈이지. 어느 계집을 사용해본 건가? 효과는 어땠어?”


 “..저어, 무슨 의미... 신가요?”
 “? 설마 모르는 건가? 호원군.”


 노인은 초콜릿을 호원을 향해 내밀어 보이고선 말을 이었다.


 “이 특제 비아그라 초콜릿 말일세.”


 .......네?






*            *            *



 “아, 아... 으아...”
 “너- 말야.. 그런 쪽으로 일하는 사람이면 제대로 눈치 깠어야지!!!”
 “나, 난 몰랐... 아으”

 허엉..! 몰랐단 말야... 호원이 눈물콧물을 질질 짜며 훌쩍거렸다. 비틀비틀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부축하며 주명은 푹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런 놈을 보스로 올렸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노인과의 대화는 결국 오래 오가지 못했다. 그는 암거래 중에서도 ‘비아그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마약과 밀봉하여 다양한 루트로 거래하는 자였다. 호원이 먹은 초콜릿 한 알에서도 비아그라가 함유해 있던 모양이었다. 즉, 최음제 말이다. 최근 자신네 조직에서 가볍게 연구한 성과가 좋아 친분이 깊은 호원네 조직에게 넘기기 위해 샘플을 주었던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낼름 먹어버렸으니. 이렇게 멍청한 남자도 있구나 싶었다.

 초콜릿 비아그라는 30분 내로 빠르게 효과가 발효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으며 나이대에 알맞게 3~6시간 길게 효과를 지속시킨다는 끔찍한 최음제였다.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호원을 두고 주명은 결국 이 대화를 끊었다. 오래 지속시켜 봤자 좋을 바가 없었다. 반강제로 노인을 돌려보낸 후 슬슬 열이 올라오는지 땀을 뻘뻘 흘리는 호원을 부축하며 주명이 방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겨우 놓여졌다. 흐물흐물해진 호원을 겨우 부축해 방의 침대에 눕혔다. 단정하게 자리잡던 정장자락이 잔뜩 흐트러진 채 호원이 몸을 웅크리며 히끅댔다.  

 “흐으, 주명.. 나- 수, 숨쉬기 힘들..”
 “그 영감탱이 말대로 효과는 좋나보네.”
 “나.. 장난 치는. 거 아니거든!”
 “이쪽도 장난 아니거든.”

 그러게 누가 아무거나 쏙 받아먹으래. 자업자득이라며 주명이 손을 내밀어 땀이 송글송글 맺힌 호원의 이마를 쓸어냈다.

 아, 차갑다. 온 몸이 홧홧 타오르는 호원의 몸을 조금이나마 식히려는 듯한 그의 의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지, 오히려 더 발화제가 될 것 같은데. 숨이 점점 가빠져 오르고 제 몸이 제 거가 아닌 것 같다. 타오르는 몸이 조금씩 간지러워지기 시작하고 몸에 힘은 점점 더 쭉 빠져나온다. 그와 동시에 주명의 손바닥이 이마에 닿자 아흐, 앓는 소리가 저절로 새어 흘렀다. 주명은 조금 놀란 눈치인 듯 했다. 두 눈을 크게 뜬 붉은 눈동자에서 당혹감이 묻어났다.


 “차호원 너...”
 “아, 으아 그- 그, 게 아니...! 미안..!”
 “아니... 됐다. 자리 비켜줄 테니까 잘 풀고 와.”

 화들짝 놀라 손을 떼어낸 주명이 다시 호원의 머리를 익숙하게 쓰다듬으려던 것도 잠시, 뚝 멈춘 그의 손이 어색하게 보였다. 음... 머쓱한 듯 제 목을 주무르며 시선을 돌린 주명이 몸을 일으켰다.

 ...에? 잠깐, 간다고??? 그 와중에 붙잡을 힘은 있던 건지 냉큼 일어서려는 주명의 바지자락을 호원이 붙잡았다.

 “잠깐 가지 마...! 으, 어떻게 좀 해주, 고...!”
 “..내가 뭘 어떻게 해줘? 계집이라도 불러?”

 주명이 인상을 콱 찌푸리며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딱 사절이거든. 네가 처리해야 할 거 혼자서 잘 풀어. 냉담한 목소리에 무의식적인 눈물이 대롱대롱 눈가에 맺혔다. 그런 거 필요 없- 거든..! 한 마디 마디를 입밖으로 토해내는 게 이렇게 버거울 줄은 몰랐다. 떼어내는 입술 틈까지 뜨겁고 가쁜 숨만 내쉬어진다. 간지러워.... 끄응. 잠시 작게 앓는 호원이 겨우 고개를 틀어 올렸다.


 “난, 주명이 아니면 싫.. 다고...! 누가 여자 불러달.. 허억.”
 “.....알았으니까 좀 천천히 말해. 너 숨쉬기 힘들다며.”

 바지자락을 붙잡은 호원의 손을 조심스레 맞잡은 주명의 손끝이 살짝 붉었다. 얼굴빛도 지금의 호원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꼭 이런 반응이었다. 뭐, 그게 귀엽긴 하지만.. 지금은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기도 힘들다. 허억, 헉.. 넘어가기 힘든 숨을 꾹꾹 눌러 참으며 호원은 주명의 손을 잡아끌어다 제 뺨에 가져다 느릿하게 부볐다.

 “만, 져줘...”
 “...”
 “주명이 아니면 싫어...!”

 그것도 안 된다면.... 맞잡은 주명의 손바닥을 엄지로 잔잔히 쓸어내렸다. 손금 틈을 손톱으로 꾹꾹 누르며 희롱하듯 느릿하게 문지르는 사이 더운 열이 담긴 호원의 먹색빛 눈동자는 올곧이 주명을 향해 응시했다. 붉은 눈은 가만히 호원과 마주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바닥을 쓸어내리며 이내 정장 소매의 틈을 노려 손목부터 검지 하나를 넣었다 살살 손바닥과 같이 손목을 문질렀다. 쪽, 마침표를 찍듯 가쁜 숨을 내쉬는 입술로 주명의 손바닥에 수없이 키스했다. 쪽쪽 소리를 낼수록 주명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만져줄 수 없으면 내, 아.. 아, 내가.. 만지게 해줘...” 호원은 질끈 눈을 감은 채 열이 오른 입안에 틈을 열어 혀를 내밀고선 천천히 주명의 손바닥을 핥아 내렸다. 가만히 이를 내려다보던 주명이 하- 긴 숨을 내쉬었다.

 “너... 최음제 알고 먹었지.”
 “...”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젓는 호원을 바라보며 주명은 복잡미묘한 얼굴로 머리를 탈탈 털어냈다.







*            *            *





 “읏, 후....”
 
 끌어안는 손길까지도 예민함이 올라와 온 몸이 화끈화끈 따가워진다. 호원은 겨우 실눈을 떠 눈앞에 달라붙어 있는 주명의 눈감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누워 있는 몸은 반쯤 일으켜 다가온 주명이 침대에 걸터앉으면 이미 게임은 시작종을 알리고 있었다.

 최대한 벌릴 수 있을 만큼 입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 주명은 간지럼을 잘 탄다. 양 손을 목가에 얹어 살살 귓불부터 매만지면 그는 작게 어깨를 흠칫하며 동시에 더운 숨을 내뱉는다. 그 숨은 저절로 입안에 전해져왔다. 쪽쪽 깊이 입술을 눌러 붙이며 혀를 놀릴 때마다 호원과 주명의 숨이 고르게 섞여졌다.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을 새도 없이 깊은 키스에만 온 신경을 쏟아 붓는다. 어떻게 키스만으로도 갈 것 같지. 말끔한 주명의 눈을 감상하며 호원은 몸을 흠칫 떨었다. 신경이 예민했다. 온 몸이 만져달라며 비명을 지르고 오른팔이자 연인인 그를 원하고 있었다.

 시간이 아깝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남자를 밀어내 올라타 내 걸로 만들고 싶다. 어라, 내가 이렇게 밝히던 사람이던가? 사고회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그의 목에 얼굴을 묻고 깊게 키스하고 싶다. 온 몸을 더듬으며 더듬어지고 싶다... 괴롭히고 싶다 괴롭혀지고 싶다. 만지고 싶다 만져지고 싶다..
 
 “..차호원?”
 “....?”
 “..너 반쯤 정신 나갔는데...”

 괜찮아? 걱정스레 물어보는 주명의 물음이 새삼스러웠다. 괜찮아 너랑 키스하는 내내 어떻게 섹스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라고 안심을 주기엔 입 밖으로 말이 잘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번들거리는 입술을 그가 만지작대는 사이 남자의 넥타이를 잡아 풀어내며 그를 급하게 밀어냈다. 침대에 털썩 눕혀지는 시츄와는 다르게 반쯤 기대진 상황이었지만 아무래도 좋다.


당황하든 말든 제 알 바 아니다. 몸 안의 깊은 곳까지 근질거리는 게 어서 빨리 해방감을 이루고 싶었다. 눈앞이 벌겋게 변했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가득 부풀어 오른 가운데 부위는 아파올 지경이었다. 어느쪽이든 만져달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 남자는 너무 상냥해서 빠르고 거칠게 가는 법을 모른다. 당황한 남자의 뺨을 쓸어내리며 호원이 다시 주명의 몸에 달라붙고선 쪽쪽 목덜미에 입맞췄다.

 “야, 읏 너 뭐하는...”
 “아.. 괜찮으니까 빨리... 으윽, 으... 나 진짜 힘들거, 든 명아..!”

 흐아, 아. 호원은 자신의 배에 손을 얹고선 느릿하게 올라타 제 단추를 아래서부터 위까지 타닥, 닥 소리를 내며 풀기 시작했다. 벌겋게 물든 배가 부풀고 줄어들 때마다 흠칫 몸이 떨렸다. 드디어 마지막 윗단추를 풀어내고 나서야 호원은 단정하던 넥타이까지 잡아 쭉 내밀며 주명의 입술 끝에 넥타이 끈 끝을 넣어 물렸다. 진풍경이었다. 입을 작게 모아 헐떡이며 호원이 웃었다. 흡족한 듯 주명의 입가를 매만지며 무릎 위에 올라타 남은 빈공간 틈까지 그를 몰아붙였다.

 “상대는 힘, 하나도 안 들고 섹스하는 법.. 알아?”
 “...”
 “...이제부터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땀에 젖은 주명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의 안대를 벗겨냈다. 쪽. 강제로 왼쪽 눈가에 조심스럽게 입술을 누른 채 손에 든 안대를 침대 밖으로 휙 던졌다. 툭,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야 호원은 주명이 물고 있는 자신의 넥타이 끝을 따라 물었다. 입술과 입술 사이에 얇은 넥타이 끈 하나를 두고 깊은 입맞춤이 다시 시작됐다.








앤오님이 마피아 정장입고 최음제먹고 올라탄걸 계속 말하셔서 ㅋ

ㅋㅋ

씬을.. 끝까지.. 적기엔.. 용기가....!!!<<< 없었어요...!<.....죄송합ㅂ니다 하나도 안 .. 야하네요..

앤오님.. 공부 파이팅입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