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바쿠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7.05.17 호구원이와트 (1~4)
글
호구원이와트 (1~4)
feat. 바쿠쨩
2017.02.02
"호원군? 너는 마법사란다."
"...네?"
그 사람은 특이해 보였다.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나 모자, 신발을 신고 있는 호원의 친구들보다 더 말이다. 음침한 검은색 뾰족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옷은 괴상한 남색 망토로 덮어져 있어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당최 예측할 수도 없었다. 그저 주름진 얼굴 너머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푸근한 인상이었다는 것 밖에는.
아무튼 엄청 이상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린 호원은 머리를 데굴데굴 굴렸다.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이였지만 장남인 호원에겐 할 일이 많았다. 유치원에 있는 동생 호민이를 만나기 위해 20분 거리를 걸어가야 했으며 동생을 데리고 난 후엔 방과후 태권도 학원에 가야만 했다. 그러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사범님은 지각 싫어하시는데... 곤란한 듯 머리를 굴리던 호원에게 불쑥 나타난 남자는 아이의 양손을 잡으며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에-에에~!?"
"축하하네 호원군! 호그와트는 말야?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란다. 머글태생인 자네가 이곳에 와 나와 다른 분들의 가르침을 받고 어엿한 마법사가 되면 나는 정말 뿌듯해서.."
"자- 자암, 잠깐만요.... 난 학교 다니는데에..."
남자는 호원의 말을 귀뿔도 듣지 않는다. 이 아저씨 대체 뭐야! 호원은 어느새 하교길에 자신과 남자 둘이서만 덩그러니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무서워! 굴리던 머릿속에 스쳐가는 건 선생님이 강조하듯 말씀하신 이야기였다.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서 느닷없이 말을 걸거나 같이 가자고 하면 꼭-! 어른들을 부르거나 경찰 아저씨 부르기에요! 나쁜 사람이 데려갈 수도 있어요!
'나, 나.. 나쁜... 나쁜사람....!!!!'
이 사람 나쁜 사람이구나!!! 딱딱하게 굳은 호원은 나몰라라한 채 싱글벙글 웃으며 악수를 하던 남자는 아차 싶어 그제야 손을 떼어냈다. 내가 이걸 까먹을 뻔 했구나. 남자가 망토 품 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뭐지, 뭐야! 설마 영화에서만 보던 궈... 권총.... 어린 호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남자는 태연스레 하얀 편지봉투를 꺼내며 멀쓱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내밀었다.
"자, 이게 바로 호그와트의 초대장이란다. 너네집이 발송한 당일에 이사를 가버려서 허탕을 쳐버렸거든. 그래서 내가 직접...."
"겨, 경..."
"응?"
"경찰 아저씨이이이이이이이!!!!!!!!!!!!!!!"
아아아악!!!! 지레 겁을 먹은 호원이 달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남자도 그 뒤를 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호원군! 살려주세요!!!!!! 온 비명을 동네방네 지른 탓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재빠른 아이를 겨우 잡을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잡고 난 후에도 비명을 지른 아이의 모습에 덜컥 놀란 어른들과 경찰이 몰려왔다.
마법사의 비밀을 지키면서도 아이에게 호그와트의 입학서를 전달해야 했던 남자는 오해를 푸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남자는 자신을 호그와트의 교수라고 설명했다. 어찌저찌 경찰에게서도 오해를 풀었고 부모님에겐 진실을 밝혔다. 솔직히 마법사라니, 그것도 호원이 말이다. 아이는 틈만나면 넘어지기 일쑤거나 실수를 달고 살았다. 판타지같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첫째 아들이라는 것을 좀처럼 믿어내지 못한 부부는 떨떠름한 얼굴로 재차 물었다. 오, 그럼요. 그 사람이 쓴 입학서를 믿어보세요. 교수님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이의 실수 속에서 특이점을 찾지 않았나요?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나."
"......"
그러고보니....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첫눈이 펑펑 오던 날. 새하얀 눈이 쌓여 신이 난 호원이 부모님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밖으로 뛰어든 아이가 계단 위를 미끄러졌다. 부모님은 경악해하며 다쳤을 아이를 달래려 했었다. 그런데 의아한 일이 일어났다.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은 호원은 다친 곳이라고는 찾을 새도 없었고 더불어 아이가 넘어지거나 내려온 계단에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길어진 아이의 앞머리를 자르려 했더니 다음날이 되어선 자른 흔적도 없이 다시 자라나 있었고, 이따금 울면서 유치원에 가기 싫다던 아이를 겨우 맡겨놨더니 정신을 차려보면 훌쩍이며 옆에 있고는 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게 마법사의 자질이라니. 당혹스러워하는 부모를 바라보며 남자는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호원군은 세계 최고의 마법학교에서 배워갈 자질이 있습니다. 아이를 전학시켜 주세요."
호원의 의사는 없었다. 어떨떨결에 정신을 차려보면 호그와트를 향하는 열차 앞에 서 있었다. 가는 방법도 어찌나 신기하던지. 서울역 벽을 통과하는 통로가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알고나 있을까? 호원은 캐리어에 가득 짐을 싣고 부모님과 이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그와트는 학교가 멀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 아직 가겠다고 말 안 했는데?
"호원아.. 네가 마법사라니, 엄마랑 아빠는 네가 엄청 자랑스럽단다."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알았지? 편지 매일 쓸게!"
"...어음...... 으응...."
전학도 가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들이랑 겨우 친해졌었는데!
하지만 그 이야기를 가벼이 꺼낼 용기도 없는 호원은 반강제로 열차 앞까지 와버렸다. 아이의 엄마는 품안에 동생 호민을 안으며 작게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의 아버지가 호원의 어깨에 툭툭 손을 얹으며 말했다. 라고 해도 혼란스러운 나머지 호원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지만. 마지막 인사를 위해 호민이 호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슬쩍 다가와달라는 동생의 귀여운 의사였다. 어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를 가져다 댄 호원은 귀여운 호민의 마지막 인사말을 들었다.
"형아- 학교가 동산 위의 하얀 집이며언- 꼭 다시 잘 돌아와야해? 알았지?"
"...."
어린 동생은 조숙한 편이었다.
[흐음, 상냥해~ 엄~청 상냥해! 하지만 배짱이 없어. 야망은? 어이쿠, 그래서야 인생 재미있게 살겠나!]
"...."
[머리는 좋아. 나름 굴릴 줄도 알지~ 하지만 야망이 없어. 재미는 없지만 상냥해! 넌 싸움이 싫지?]
지금.. 이 모자가 뭐라는 걸까...
호그와트에 도착했다. 호민이 말한 것과는 달리 동산 위의 하얀 집은 아니었지만 숲속에 동화마냥 아름다운 구조물이 된 성이었다. 호원은 자신과 같은 또래인 아이들과 함께 호그와트에 도착했고 이내 성 안으로 들어왔다. 밖도 안도 아름다운 그곳에선 호원의 선배들과 교수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엄청 낡아 보이는 마법 모자와 함께 말이다.
호그와트에는 총 네 개의 기숙사가 있었고 매년 신입생들의 기숙사를 구별하는 건 낡은 모자의 몫이라며 말했다. 그리핀도르 , 슬리데린 , 래번클로 , 후플푸프! 조금 전까지 시무룩해 있던 건 어디로 사라졌는지 호원의 가슴이 금세 벅차올랐다. 오랜 순서 끝에 어린 호원의 차례가 돌아왔고 호원의 머리 위에 낡은 모자가 씌워졌다.
그리고 지금, 단 몇 초 만에 머릿속에 들어와 말하는 낡은 모자에게 얼마나 까였는지 셀 수도차 없다.
[좋아 결정했어!]
'이젠 그냥 빨리 끝나라... 우우..'
우울해. 모자는 몇 번이나 호원에게 얼간이라며 놀리듯 강조했다.
[좋아 얼간아! 네게 세계 최고의 기숙사를 알려줄 거야. 후플푸프!!!!]
이내 노란색 망토를 뒤집어 쓴 학생들과 교수들이 큰 박수 갈래를 쳤다. 호원의 망토와 넥타이는 옆에 계신 교수님의 손짓 하나로 노랗게 물들어갔다. 호원의 얼굴은 새빨개졌지만 말이다. 아이는 허겁지겁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려내며 후플푸프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어서와 꼬맹아! 여러 선배들과 동급생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쉽사리 입을 모아 대답할 수 없었다. 부끄러워! 그렇게 축하해하지 말아줘요! 얼간이라고 들었는 걸! 다섯 번이나!
다행히 호원을 환영하는 소리는 금세 멎어들었고 다른 아이들의 기숙사 배정이 연달아 이어졌다. 쉽사리 옆 자리의 아이들에게도 앞뒤도 제대로 보지 못한 호원은 푹 고개를 숙이며 그 시간이 얼른 지나가길 빌었다.
"괜찮아요? 어디 아파?"
"...?"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질끈 감고 있던 호원의 눈동자가 조심스레 떠졌고,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간신히 고개를 올려보았다. 호원과 같은 노란색 망토와 넥타이 (당연하지, 같은 기숙사 테이블인데!) 비슷하지만 조금 더 매끄러워 보이는 짧은 소년의 흑발 머리카락. 달을 연상시키는 상냥한 눈동자.
....그리고 품 안에 파묻혀있는 두더지가 한 마리.
"..."
"음?"
한곳을 일정하게 둔 호원의 시선을 읽어낸 모양인지 슬쩍 품에 안은 귀여운 동물을 내려다보던 소년은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니플러랍니다."
"니...플러?"
"네. 가방에 멋대로 빠져나와서 잡는데에 고생했답니다."
이 아이가 조금 장난꾸러기라서요. 멋쩍게 웃던 소년이 슬쩍 파고드는 니플러를 잡아다 들어올렸다. 팔 안에 데롱데롱 매달려있는 어린 동물의 눈이 호원과 마주했다. 마법세계에선 동물의 눈동자에 보석을 박아 놓을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니플러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호원이 따라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던 소년은 참지 못하고 풋 웃음을 터트렸다.
"안아볼래요?"
"!!! 저, 정말..?"
"응. 대신 조건이 있어요."
슬리데린! 멀리서 낡은 마법 모자가 소리쳤다. 다시 박수 갈채가 시작되는 바람에 주변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순 없었지만 호원은 똑똑하게 들었다. 소년이 호원 앞으로 손을 내밀며 인상 좋게 미소지었다.
"당신 이름이요. 전 바쿠에요."
"......호원. 차호원."
난 차호원이야. 멍하니 바쿠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꽉 맞잡아진 손에 든든함이 절로 느껴졌다. 잘 부탁해요 호원. 아이와 같은 나이대의 소년은 조숙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살가운 미소에 호원도 따라 입 꼬리를 올렸다.
방금 전까지 불안하다 생각했던 학교 생활이 조금 즐거워질 것 같다.
"바쿠군!!!!!!"
쾅!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호원이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저런, 문 부서지겠어요 호원. 막 가방 속에서 나온 바쿠가 얼굴만 빼꼼 내밀며 빙긋 웃었다. 호원은 전혀 웃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소년의 오른쪽 손에는 견습용 빗자루 하나와 왼쪽 손에는 덜미가 잡힌 니플러가 코를 킁킁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바쿠가 놀랍다는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거기 있었어요? 아기들 밥 줄 때 안 보여서 설마 했더니."
"여기 있었어! 나 빗자루 연습하는데 잔디 밭을 걷고 있었다구... 그리고 뺏겼어. 10갈레온."
"저런, 미안해요. 곧 돌려줄게."
"으으.. 부탁해. 내가 주머니 만지려고 하면 할퀸단 말야..."
빗자루를 벽에다 걸어놓고 터덜터덜 걸어온 호원이 바쿠에게 니플러를 건넸다. 손안에 잡힌 니플러가 뿍-뿍 소리를 내며 아웅다웅 몸을 버둥댔다. 어지간히도 잡히고 싶지 않는 모양이다. 두 소년이 힘 빠지게 웃었다. 결국 바쿠의 손에 잡힌 니플러는 소년에게 발이 잡혀 그대로 고꾸라졌고, 아이는 간질이듯 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후두두둑 그 아래로 돈들과 반짝이는 물건들이 떨어졌다. 한가득 바닥을 쌓아가는 물건들의 모습에 바쿠가 한숨을 푹 쉬었다.
"또 돈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아야겠네요..."
"...그땐 나도 도와줄게."
"그래주면 고맙죠 호원. 그러고보니 빗자루 연습했다고.... 저번 시험 통과 못했어요?"
이제 더 뱉어낼 것도 없는지 마지막 갈레온이 툭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바쿠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의 것들을 빼앗아간 탓에 단단히 화가 난 니플러가 다시 삑삑 소리를 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단호하다. 다신 그러지 말아요. 라고 해도 들을 리가 없겠지만. 단단히 니플러에게 주의를 준 바쿠는 아이를 가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머니도 참 고생하는구나. 호원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 으응.. 완전 낙제... 나 왜이렇게 빗자루를 못타는 거지..."
"힘내요. 그래도 호원 마법약은 늘 잘 하잖아요? 실패한 걸 본 적이 없어."
"그거야 책을 잘 들여다보면 되니까... 하하, 그런데 빗자루는 어렵네.."
다음에도 낙제 받으면 분명 또 보충수업일 텐데. 벽에 걸린 빗자루를 내다보며 호원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배운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호원학생은 그대로구나. 비행 수업의 교수님이 이제는 애잔한 시선으로 호원을 응시하기까지 했다. "다음 보충 수업 때는 부디 보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불합격이라는 통지를 받고 교수님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빗자루를 탄 채 물구나무 서듯 고꾸라진 호원을 두고 말이다.
그 후로 어떻게든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연습했지만 무리였고 도중에 탈주하는(?) 니플러까지 발견돼 도저히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빗자루만 바라보는 호원을 응시하며 바쿠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괜찮으면.. 내가 도와줄까요?"
"....에, 에-! 진짜?!"
"진짜요. 뭐.. 퀴디치 선수들처럼 능숙하진 않지만 요령을 알려줄 순 있죠."
"그래주면 당연히 고맙지!"
겁도 많아 남들에게 쉽사리 알려달라 말도 못했었는데! 역시 룸메가 최고야! 그 한 마디에 눈을 반짝이며 좋아라하는 호원을 보며 바쿠가 살며시 웃었다.
"그럼 바로 가볼까요. 아씨오 님부스 2000." 바쿠가 지팡이를 꺼내다 옷장에 겨누며 주문을 읊었다. 곧바로 번쩍 열린 옷장의 문 너머로 바쿠의 빗자루가 튀어 날아왔다. 그것을 가볍게 캐치한 바쿠가 눈 꼬리를 휘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가보죠. 호원."
"-응!"
급하게 벽에 걸린 빗자루를 집어든 호원이 바쿠의 뒤를 졸졸 따랐다.
* * *
"....저기이, 바쿠구우운.."
"네에에...."
두 소년은 어디에 있을까? 이 다음 장면을 상상해 보시오. 라는 문제가 주어진다면?
빗자루 비행 연습을 할 수 있는 넓은 마당에 서서 바쿠가 호원에게 빗자루를 타는 요령을 알려줄 것이다. 이건 이렇게, 여기 손잡이를 잘 잡아 조정해야해요. 쿠션은 엉덩이가 딱 맞게 안 하면 빗자루가 비틀어버리니까 조심해야 해요. 하지만 이해가 둔한 호원에게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일이겠지. 결국 공중을 가볍게 날아올랐던 바쿠가 별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잔디에 내려올 것이다. 그럼 같이 타보고 요령을 익혀볼까요? 그 배려를 마다할 리 없다. 좋아! 슬쩍 자리를 내어준 바쿠의 뒷자리 빗자루에 다리를 들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알싸한 약초의 쓴 냄새가 이어졌다. 마법의 덕분이라곤 하나 따가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약초에 감싸 둘둘 붕대를 감은 호원이나 바쿠나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약과 마법이 끓는 소리가 울렸고 이따금 소독의 찌린 향도 나기도 했다. 그 가운데에 누워있기만 한 호원과 바쿠는 병동의 침대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호원이 바쿠의 뒷자리에 자리잡은 순간 동시에 빗자루가 위로 빠르게 뛰쳐 올라갔다. 난생 처음 느껴본 스피드감에 호원이 눈도 뜰 수 없이 꾹 내리감으며 흥겹게 소리쳤다. 바쿠군 대단해! 빗자루가 요리조리 움직이며 갑작스레 앞으로 쑥 꺼지기도 했다. 솔직히- 즐거웠다! 하지만 신난듯 소리치는 호원가는 다르게 바쿠는 파르르 입술을 떨며 입을 열었다.
-저기..
-응?!
-제가 운전하는게 아녜요......
...
네?
그리고 빗자루의 악몽이 시작됐다. 호원이 잡고 운전하는 것과는 스피드감이 달랐고 더욱 더 공포스러웠다. 바쿠와 호원이 눈물을 쏟으며 지레 소리를 질러봤지만 빗자루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결국 그 비명 소리를 듣고 놀라 달려온 교수님이 급하게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갑작스레 멈춘 빗자루를 잡지 못하고 호원과 바쿠가 바닥에 추락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병동.
"다음엔 2명 이상이 무리라면 말해줘어.."
"네에에..."
부인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호호, 어떻게 그렇게 빗자루를 잡니 너희도 참." 라며 즐겁게 웃고선 자리를 비웠다. 그저 조용히 침묵만 지킨 두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바쿠였다. 미안해요 호원..
"저도 인원초과일 줄은 몰랐죠...."
"....."
......나도 몰랐어...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