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원/아심여칭 2017. 5. 17. 22:59

사랑을 할게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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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아심여칭 2017. 5. 17. 22:52

인간과 요괴 사이



 *아심여칭 엔딩 이후 몇 년 후.

 *자캐 해시태그로 요괴AU_가면축제에_요괴앤캐와_만나게_된다면 비슷한 해시를 봐서..

2017.02.18




 일본 여행의 묘미는 뭐다?


 먹거리. 덕후들의 천국. 온천 여행. 깨끗한 거리! 다양한 체험!


 "그리고 여자 기모노!!!!"

 "변태야 입 좀 다물어."


 으이구 내가 못말려. 흥분해있는 남자의 머리를 쥐어 박은 여성이 푹 한숨을 쉬었다. 마치 콩트 같은 두 사람의 분위기에 호원을 비롯한 남은 사람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너희도 그만 좀 웃고!" 호원들에게 일침을 넣은 여성은 머리를 벅벅 긁는 남자를 무시하고 들고 있던 가면을 얼굴에다 끼워 썼다. 토끼가 그려져 있는 귀여운 모양의 가면이었다. 남은 묘미는 뭐겠어? 당연히 축제지 축제! 그녀의 말에 공감하듯 사람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호원도 마찬가지였다.


 몇 없는 해외 여행의 기회는 막 대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때 찾아왔다. 곧 시험에 찌달릴 팀인데 마지막에 어디든 가봐야지! 센스있게 해외라던가! 그렇게 짜여진 선후배들과의 팀에 호원도 덜렁 끼워졌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짐을 안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고, 눈을 감았다 뜨면 이미 일본 여행에 흠뻑 빠져 있었다. 오늘은 5박 6일 여행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었다. 미리 잡아둔 숙소에서 실컷 온천 분위기를 띄우고 난 다음엔 적당히 배를 채우고 나왔다. 곧이어 쉬려는 후배들을 끌고 온 선배들은 기세등등하게 마을을 안내했고, 도착지는 이곳. 분위기는 잔뜩 띄워져 산만하고 즐거워 보였다.


 신사를 향한 계단을 올라서 쭉 걸어가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길 위에 하늘하늘한 등불들이 밤을 밝혔다. 주점들은 길가 사이로 자리를 잡아 저마다 가지각색 물건들을 팔아 넘기고 있었다. 와아, 신기해! 한국과는 거리가 멀지만 못지 않게 활발해 보이는 축제거리였다. 어때! 대단하지! 눈을 반짝이는 후배들을 두고 남자는 기세등등하게 마치 자기가 열은 것 마냥 콧등 아래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우쭐해 했다.


 "우리가 열심히 조사해서 마지막 숙소를 이곳 근처로 겨우 잡았지! 일년에 딱 한 번만 열리는 神様神様(신님신님)축제야!"

 "이 축제 이름인가요? 특이하네- 분명 카미가 뜻이 신...이었나?"


 잔뜩 신이 난 여자 동기가 환하게 웃으며 묻자 여자 선배는 그녀에게 미소로 답하며 들고 있던 가면 무더기들을 하나씩 쥐어주기 시작했다. 아키야마 현에서도 동떨어진 외곽쫀 산동네가 단 한 번 열리는 축제와 이야깃거리 때문에 수천만명의 사람이 이곳을 왔다갔다 하거든. 그녀 말대로 축제 거리들을 잔뜩 메운 인파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이 축제가 그렇게 유명해요?" 호원이 유카타 끈을 묶으며 물었다. 기모노가 정석과 동시에 묘미라고 말한 남자 선배와는 달리 그 값비싼 기모노를 사입진 못해 정작 유카타를 입은 호원들이었다. 그것도 근처 숙소에서 내준 싸구려 유카타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지? 민무늬인 하얀색 유카타엔 허리에 검은색 끈이 묶어진 게 전부였다. 제대로 묶지 않으면 다리 사이가 쩍 갈라져서 변태로 보일 걸. 옆 친구가 호원의 옆구리를 쳐대며 킬킬댔다. 다리까지 내려오는 유카타의 천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엉성하게 묶어내는 호원의 손놀림을 결국 보다 못한 동기가 대신 묶어주고 나서야 깔끔한 옷차림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다보던 여자 선배는 입 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말해줄까?


 "나도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알아낸 건데... 수백 년 전부터 이어진 이 축제의 시초가 하느님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만든거라네."

 "아, 그래서 신사 근처가 축제장터구나!"


 뭔가 신기하네! 여자들끼리 얼굴을 모아 마주대며 꺄르륵 웃어댔다.


 "일년에 단 한 번 뿐인 이 날에만 땅에 있는 인간과 하늘에 있는 신들과 요괴들이 모일 수 있었고, 그것을 기리는 행사가 오늘이라네!"

 "우와- 요괴래!"

 "뭔가 그럴싸 하네요 ㅋㅋㅋ"

 "그치? 그래서 카미사마 축제엔 규칙도 있지."


 ....요괴와 신. 어색하지 않은 단어를 떠올리며 호원이 눈꺼풀을 깜빡였다. 단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아주 귀중한 날.


 그리고 규칙..? 웅얼대는 호원에게 냉큼 그 사이를 끼어든 남자 선배가 가면을 얼굴에 덧씌웠다. 꾸엑! 괴상한 소리를 내자 주변 동기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가면을 쓰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


 가, 가면-?! 작은 숨을 터트린 호원이 허겁지겁 덧씌워진 가면을 확인했다. 주황빛 줄무늬가 그어진 여우가 그려진 가면이었다. 그와 별개로 여러 동물이나 괴물 모양을 띈 가면들이 하나둘씩 동기들의 손에 쥐어졌다. 자, 다들 제대로 끼고 돌아다녀- 이게 규칙이니까. 강아지 모양의 가면을 쓴 남자 선배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 종족이 만날 수 있게 된 대신 하느님이 하나의 조건을 다셨다고 해, 그러니까- 축제 이야기에서 말야. 서로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덧씌우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거야."

 "아하하! 전래동화같다 그거-!"


 옆 친구가 배를 잡고 웃어대는 틈에 호원은 조심스레 여우 가면을 얼굴에 씌웠다. 답답하지만 눈부위는 제대로 뚫려 있어 앞 시야는 볼 수 있었다. 그럼, 만약 얼굴이랑 이름을 알려주게 되면 어떻게 돼요-!? 이미 이야기에 흠뻑 빠진 듯 한 여자동기가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그거야 간단하지." 으쓱이는 남자 선배를 두고 여자 선배가 가볍게 대답했다.


 "종족이 다른 상대의 얼굴을 보면 평생 그 얼굴을 잊을 수 없게 돼."

 "그리고 신이나 요괴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면 그 존재는 다시 하늘에 올라가게 되고, 반대로 인간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면..."


 강아지 가면을 쓴 남자와 토끼 가면을 쓴 여자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얼핏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부른 상대와 함께 하늘로 끌려가게 된다네?"

 "끄엑, 완전 불리한 건 인간이네!"

 "뭐- 신이나 요괴를 비교하면 인간이 갑을의 을이잖아 을..."


 "라고 해도- 그냥 옛날부터 내려오던 축제 이야기일 뿐이고 믿는 사람은 믿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는대로 축제를 즐겨야지 뭐!" 그래도 다들 가면은 제대로 쓰고 다녀야 한다? 두 선배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쭈뼛쭈뼛 가면의 끈을 묶고 있는 호원에게 냉큼 손가락을 내밀며 이마를 툭, 때렸다. 가면에 눌린 이마가 약간 아팠다. 틈을 파고든 선배가 단호한 얼굴로 호원에게 넌지시 경고를 던졌다 그리고 하나 더.


 "인파 장난 아니니까 절대 혼자 헤매고 다니지 말 것! 특히 차후배!"

 "....;; 네에....."


 조심할게요.... 작게 웅얼대는 호원의 대답해 토끼 가면을 쓴 그녀가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댔다.





*  *  *




 절대...

 헤매고 다니지 말 것!

 특히 차후배!



 ...라고 했던게 한 ... 30분 전인가?


 "다,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이거 그거야? 또 불행루트? 호원은 잔뜩 울상인 얼굴로 거리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가면을 쓴 사람들 사이에 잔뜩 부대껴서 비틀대는 몸을 겨우 유지하며 말이다. 가면 너머로 보이는 시야 안엔 같은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길 잃어버리지 말라며 한 동기가 잡아주고 있었는데 사람들 홍수에 쏠리고- 쏠리다보니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나, 난 이제 뒤졌다... 주르륵 어깨 아래로 흘러내리는 유카타를 잡아 올리기도 전에 호원이 훌쩍거렸다.


 하필이면 한국도 아니라서 그런지 괜시리 걱정이 된다. 그냥 돌아가서 숙소에 자리를 잡아둘까? 핸드폰도 흘려버릴 까봐 안 가져왔는데... 겨우 쥐고 있는 건 돈 몇 푼을 담아둔 지갑이었다. 그래도 뭐처럼 온 축제인데, 한 번 밖에 없는 하느님 축제! 뭐라도 좀 즐겨볼까 싶어도 혼자서 뭘 즐긴단 말인가. 귓가에는 알지 못하는 일본어들이 윙윙대며 울렸다. 몸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 흔들렸다. 으윽, 사람 멀미... 창백해진 호원이 제 입을 손으로 틀어 막았다. 


 아아, 내가 하는 게 늘 그렇지 뭐.


 '돌아.. 돌아가서 천천히 찾아보자..'


 우선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괴로워... 호원은 어색한 일본어를 입에 담으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 스미마센- 스미마센..! 하필이면 있는 장소가 또 가장 인파가 많은 장소인지라 한 걸음 걸음 내딛기가 불편했다. -끄응...! 진한 담배 냄새가 나는 아저씨 옆을 지나가는 사이에 호원은 들고 있던 지갑을 툭, 떨어트렸다. 아! 아차 하는 사이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호원의 검은색 지갑을 밟기 시작했다. 으아아, 안돼..! 기겁한 그가 급하게 걸음을 내딛는 사이 순간적으로 옆을 애워싸던 인파들이 팟, 지나갔다. 간신히 옮기던 스텝이 엉키고 호원의 발목이 꺾였다.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우왁!"


 쾅! 소리를 내며 몸이 앞으로 쏠려 엎어졌고, 엉성하게 묶어 쓰고 있던 가면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아파! 쪽팔려! 호원이 넘어져도 나몰라라 지나가는 인파에 찔끔 그가 눈물을 흘렸다. 호원을 사이로 방방 뛰어대던 가면 소년소녀들이 꺄르르륵 웃어대며 그를 지나쳐갔다.


 "あははっはっ!!!! ばかばか! (아하하! 바보바보!)"

 '아.. 저거 분명 나 놀리는 거다...!'


 언어는 몰라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젠장...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호원이 꾹 주먹을 쥐었다. 다행히 지갑은 호원의 눈앞에 있었다. 호원은 눈앞에 떨궈진 지갑을 향해 겨우 손을 뻗었다. 그 손을 가로막듯 위로 뻗은 새로운 손의 주인에 잠시 멈칫 했던게 흠이지만.


 ".....?"

 "....."

 "..아, 고맙습니다....가 아니라.. 아- 아리가토 고자이마수.....?"


 '나랑 같은 가면이다....' 코까지 덧씌워 가려진 여우 가면엔 주황색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호원과 마찬가지로 검은 흑발과 어울리는 남색 기모노는 어깨 위까지 소매가 걷어져 올려 있었다. 매끈하게 뻗어진 팔과 손은 모두 호원에게 향해 있었다. 치, 친절한 사람이다... 타지에서 느끼는 친절함에 찌잉 가슴이 울린 호원이 조심조심 상대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가볍게 남자의 손으로 몸을 일으킨 호원이 탈탈 옷을 털어내는 사이 남자는 다시 한 번 더 호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남자와 똑같은 여우 가면을 쥔 채로 말이다. 호원이 조금 전 떨어트린 가면이었다.


 "우와...! 내 가면! 아, 리가토 고자이마-"

 "너가 왜....."

 ".....?"


 남자에게서 나온 목소리는 능숙한 한국어였다. 아, 한국어다! 같은 한국인인가?! 같은 동양인인데다 가면까지 쓴 상황에 상대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는데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어디 있겠는가. 호원은 서툰 일본어 대신 냉큼 한국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할 생각이었다. 데자뷰마냥 남자가 가지고 있던 여우가면을 호원에게 덧씌우긴 전까지! 다시 꾸엑-! 소리를 토해낸 호원이 다급하게 가면을 붙잡고 낑낑댔다.


 "커헉, 가- 가면 누르지 마셉.. 숨막협.."

 "....찌질해."

 "-?!"


 하다하다 초면인 사람한테 찌질하다고 들었어!


 "가면, 제대로."

 "아-....."


 맞아, 축제 땐 가면을 제대로 써야 하는 게 규칙이었지... 허겁지겁 남자에게 가면을 받아다 호원이 급하게 끈을 묶기 시작했다. 그 엉성한 폼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도로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다 다시 손에 꽉 쥐어다주었다. 잃어버리지 마. 남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렸다. 아, 고마워요... 근데 반말...? 


 "아- 하하하... 죄송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제가 동행인을 잃어버려서."

 ".....그거 우연이네."


 나도 잃어버렸거든. 멋대로 끌고왔던 녀석들이 멋대로 사라져버려서. 으쓱 어깨를 흔들던 여우 가면 남자를 바라 보던 호원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우리 둘다 똑같네요! 남자는 호원을 따라 미소짓다가 이내 확 얼굴을 굳혔다. 쓱 내려간 입 꼬리만 봐도 얼추 예상이 갔다.


 "그렇다고 너처럼 띨띨하진 않고."

 "아...하하, 하............... (이 인간이...)"


 뭐야, 이 엄청난 무례함은... 우리 초면인데...??? 가까스로 그가 꺼낸 친절함을 떠올리며 분노를 억눌렀다. 후우- 가볍게 숨을 들이쉬던 호원에게 남자는 슥 세 번째의 손을 내밀었다. 


 "가자."

 ".....???"

 "서로 사람 잃어버린 동지끼리 이용해야지."


 안 그래? 내민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못한 호원이 조심스레 손을 맞잡았다. 그래야지. 여우 가면 남자는 조금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조금 사그라지긴 했어도 여전히 많은 인파를 파고 헤치며 호원은 그저 자신과 닮은 검은 흑발의 남자를 뒤따라갔다. 어떨떨결에 같이 가게 됐는데.... 괜찮..겠지? 의문감이 새록새록 피어가는 가운데 자신과 똑같은 여우 가면을 머릿속에 그렸다. 어딘가 낯익어 보였다.


 '그리고 목소리....'


 엄청 부드럽고, 낯이 익은... 흐릿한 기억을 더듬는 사이에 어느새 넓은 축제 장터가 호원과 여우 가면의 남성을 맞이하고 있었다. 형형색색 빛나는 수많은 등불들이 호원의 눈을 밝혔다.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경계 틈 사이에 유일하게 허락해 놓았던 만남의 장소. 호원과 남자가 발을 딛은 이곳이었다.





*  *  *




 "으하하, 최고였어~!!"

 "...;;"


 조금 지쳐 보인 듯한 남자 뒤로 호원이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남자의 손에는 낚아 올렸던 몇 마리의 물고기들과 풍선, 장난감들. 그리고 호원 손에는 단 간식들과 사과사탕, 초콜릿을 듬뿍 발라놓은 바나나가 걸려 있었다. 남자와 함께 어울린 시간은 짜릿한 놀이세상이었다.


 만화책에서만 보았던 물고기 낚기! 처음에 둘이서 흠뻑 빠져다 정신없이 물고기를 낚아올렸고 서너 마리를 얻었다. 각자 두 마리씩 물고기를 쥐고 난 후에는 먹거리 파티였다. 다만 단 거에는 미숙했던 모양인지 단 곳만 찾아대던 호원을 낚아챈 여우 가면 남자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거니 말거니! 호원은 남자의 손목을 낚아채고 질질 끌고다니며 장터를 돌아다녔다. 초코 바나나! 링고사탕! 화과자! 타코야키! 오징어구이! 과자! 꾸역꾸역 먹을거리를 입안에 밀어 넣는 통해 남자는 점점 더 질린 얼굴로(가면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호원을 응시했다. 느낌상 돼지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없는 돈을 다 털어가며 먹어댈 기세라 결국 보다 못한 남자가 호원을 이끌고 다른 길로 샜다. 인파들 없는 쪽으로. 산쪽 들가쪽은 인파가 적어 보였다. 조금 더 돌아다녀도 될 것 같은데...! 혼자 계속 있던지. .....

 결국 여우 가면 남자를 따라 들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외곽쪽으로 길을 빠져나간 탓인지 어깨를 부딪혀대던 인파들도 사그라져 이따금 길가를 걷는 몇몇 사람들만 눈에 들어왔다. 오르막길을 올라서니 축제 거리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호원이 와- 탄성을 토해내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자도 조용히 그 옆을 따라 앉았다.


 "아하하, 이래서 일본 축제는 꼭 와보라고 하나봐- 엄청 재미있었어. 그지!"

 "...놀다가 먹기만 한 기분이지만."

 "에헤헤."


 여전히 오른손엔 사탕을 쥐고선 웃는 꼴을 보며 주명이 질색했다. 그 모습을 놀거리 삼아 호원이 낄낄 웃었다.


 "하하, 그래도 정말 즐거웠어! 혼자면 어쩔까 했는데... 같은 한국인이여서 그런지, 무섭지도 않고!"

 "...."

 "아, 그러고보니 못 물었는데- 그쪽 이름! 나는 차.."

 "알려주면 안 되잖아."


 호원의 말을 가로 막은 남자는 머리 뒤로 팔을 두르며 들판에 등을 기대 누웠다. 규칙, 잊었어? 나긋한 그 목소리에 잠시 말문이 막힌 호원은 곧이어 조금 전 선배들이 장난거리 삼아 꺼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냈다. 신이 만들어 낸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만남. 신과 요괴와 인간. 그들만이 정한 규칙. 데굴데굴 눈을 굴리던 호원이 곧 여우 가면을 응시했다. 


 "여- 여우씨도 그런 걸 믿어요?"

 ".....그럼 이상해?"

 "딱,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다들 장난으로 받아들이니까. 그냥 흘러가는 이야깃거리로 듣잖아요.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호원이 찔끔 눈을 감았다가 게슴츠레 떴다. 뻥뻥 뚫린 유카타 사이로 스멀스멀 바람이 스며 들어갔다. 찬기운에 살짝 몸을 떨다가도 이내 눈을 몇 번 깜빡이던 호원은 남자를 따라 들판에 몸을 기댔다. 콕,콕 등을 찌르는 잔디 감촉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지.


 "나만 믿는 줄 알아서...."

 "....그쪽도 다를 거 없구만."

 "하하, 그렇죠-? 으음... 하느님이 단 하루뿐이라도 이런 기회를 안겨준게, 참 감사한 일이잖아요."


 평생 만날 리 없는 신과 요괴의 경계를 하루만이라도 열어줬는데 얼마나 고마워? 옷소매를 걷어올리며 손에 쥔 사탕을 아그작 아그작 호원이 씹어댔다. 달콤한 사과조각 사탕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여우 가면을 쓴 남자는 그런 호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고마워? 서로가 누군지 알 수도 없게 만들어놨잖아. 벌칙은 또 엄청나고. 난 싫던데."

 "그래도 만나는 게 어디에요? 인간이 뭐-! 어? 신이나 요괴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나!"


 그리고, 서로를 알지 못해도 아무렴 뭐 어때. 등불에 밝혀 저 멀리 환하게 빛나는 축제 장터를 내다보며 호원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도 같은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 수밖에 없잖아요."

 

 나는 욕심이 큰 사람이 아니라, 그저 같은 장소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해요. 남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괴상한 호원의 말에 말문이 막힌 걸지도 모른다. 하기사, 호원의 사정을 알아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일 투성일 텐데 초면에 마음 넓게 이해해 줄 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같은 순간에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호원은 눈을 감았다. 벌써 삼 년이나 지난 이야기였다. 


 산골 깊은 외곽쪽이라서 그런지 등불 위에 잔잔히 별이 박힌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세기도 어려운 밤하늘 별숫자를 헤아려 보다가도 그 멀리 자리잡고 있을 남자를 떠올리며 호원은 눈을 감았다. 


 흐릿하게 자리잡은 꿈속의 사람이 있었다. 남들은 허상일 뿐이라며 쉬쉬할 이야기들 뿐이겠지만, 남자에겐 현실에서보단 더 특이하고 특별했던 짧았던 기간. 꿈처럼 몽롱해지는 기억들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털털하지만 말끔하던 모습과 화를 내도 마지못해 웃어보이던 네 얼굴이 웅덩이에 던져 놓은 돌멩이마냥 몽롱해져서, 점점 더 잊어져만 가는 내 자신이 싫었다. 수없이 되짚고 수없이 떠올리며 수없이 말해가도 꿈의 조각은 점점 더 바닥에 떨어져만가서.


 "그러니까.. 이렇게 같은 순간에 서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기억해내지 않을까 싶어서.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호원이 웃었다. 


 선배들이 꺼낸 이야깃거리는 마치 신이 내린 선물인 양 들려왔다. 가면으로 가려버린 얼굴 너머로 몇 번이나 되씹고 되씹었던 이름 하나.  신이 내린 단 하루만의 선물. 밤하늘과 젖은 땅의 길에 이어 놓은 다리 끝자리에 혼자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든 기억해내고 싶어서. 한 번만이라도 다시 나타나줬으면 해서.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 하늘에 있다는 사람 아닌 상대를..."

 "이름이 뭔데?"

 "아, 이름은- 주명..."


 엉성하게 묶여져 있던 가면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풀렸다. 아, 가면.. 시선을 내리까는 사이 호원이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굳게 가려져 있던 여우 가면 남자의 가면도 벗겨져 있었다.


 "멍청아."


 규칙을 알아도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니 어쩌려고 그래. 약간 다그치는 듯한 거친 목소리. 호원이 생각했던 그대로의 부드럽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동공이 떨리고 눈이 크게 떠졌다.


 "넌 옛날부터 그랬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았던 붕대를 감고 있지 않았다는 것. 벗고 왔나보다. 대신 살짝 잔흉터가 남은 왼쪽 눈을 꾹 내리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못알아본 건 아니다. 강렬하게 빛내는 붉은 눈이 호원을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반사적으로 고였던 눈물이 뚝, 뚝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흐트러진 검은 머리칼이, 옅게 느껴지는 목재향이, 손짓이, 행동이, 말투가 이제 서야 하나 하나 되돌아오는 것처럼.


 아아,

 아아아.


 그래 너는 이런 목소리로 이런 말투로 나를


 줄곧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작고 작던 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하나님께서 정해주는 단 하루의 시간, 엇갈린 두 존재의 시간이 맞물려졌다.

 아주 잠깐이라도, 조금이라도, 적게나마 너와 만났다.


 꿈이 아니라.


 "주-.."

 "바보야."


 난생 처음 본 맨얼굴로, 난생 처음 본 슬픈 표정을 지으며


 너와 처음으로 꿈밖에서 재회했어.


 "다음엔 제대로 기억해 차호원." 그렇게 마지막 인사마냥 말을 건넨 남자의 모습은 바람과 함께 휘날려 사라져갔다.


 인사를 할 기회따윈, 단 한 번도.

 규칙을 어긴 아담과 이브에게 자비가 없던 하느님은 그들의 자식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  *  *




 눈치 챘으면서. 바로 나란걸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랑 놀면서 그렇게,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다렸던 이유가 뭐야?



 "차후배! 괜찮아?! 너 없어져서 난리도 아니였어!"


 그러게 길조심 하라니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기들이 허겁지겁 호원을 찾아왔다. 이런 외간 곳에 혼자 남아 있으니 당연히 사람들도 못 찾지! 여러 가면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며 호원을 살폈다.


 호원은 외딴 곳에서 길을 잃고 꽤 많이 겁을 먹었던 모양이었다. 눈물자국이 뺨을 타고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벌겋게 충열된 양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주먹을 꾹 쥐며 한 곳만 일직선으로 응시하는 호원을 바라보며 동기들과 선후배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떡해, 많이 무서웠나봐. 괜스레 미안해진 마음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괘, 괜찮아 호원아...? 많이 무서웠니?"

 ".......처음으로..."


 막힌 숨을 토해내듯 꺼낸 호원의 목소리는 가득 먹혀 거칠어져 있었다.


 "처음으로, 끌려가서 죽어도 좋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렸어요."

 "뭐...?"

 "규칙을 어긴 벌이여도 좋으니까...."


 조금만, 욕심 내줘도 좋으니 데려가주지. 그게 뭐가 어렵다고. 히끅대며 서럽게 우는 호원의 속을 알 리가 없는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의 눈치만 힐끔힐끔 볼 뿐이었다.


 꿈처럼 덧없이 빨리 지나가버린 너와의 첫만남은

 그렇게 다시 한 번.


 이별의 길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네 얼굴과 목소리와 함께.

 가슴 아래에 남아버렸다.









 꿈마냥 벌여졌던 아심여칭의 이야기니

군데군데 기억이 없어지거나 목소리도 어렴풋이 느낌만 남아있는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 기억하고 싶지만..)

뚜렷하게 기억남은 건 같이 했던 일과 주명의 이름... 이지 않을까 싶고..

아 쓰니까 슬퍼지네요 제길..

더 길게 쓰고 싶어졌는데 시간이랑 촉박해져서.. 죄송합니다.

주명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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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아심여칭 2017. 5. 17. 22:46

효능이 없어 효능이

2017.02.10

*오리지널 엔딩 몇 년 후 ver.




 "민이 형! 나 축구연습 있는데 잠깐만 차로 데려다주라."
 "나 여친이랑 놀기로 했거든? 지하철 타고 가면 되잖아."

 "아아~ 좀!"


 지하철 탈 돈 아깝단 말야! 내 기름값은 안 아깝고? 두 동생이 아둥바둥 투닥대는 모습을 보며 호원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옆에서 가만히 밥을 퍼먹었다. 벌써 중학생이 된 막내 동생이나 대학생이 된 동생이나 그저 호원의 눈에는 어리게만 보였다. 치사해 치사해! 징징대던 막내 동생이 둘째 동생에게 매달려 투덜댔다.


 "아- 진짜! 호원이 형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던지! 저 인간 약속도 없어서 시간 나보다 많거든!?"

 "싫어!!!! 원이 형 운전 못해서 불안하다고!!!!"
 "(상처) 옆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 화살로 찌르지 좀 마라 너희...."


 웬 봉변이야.. 밥먹다 말고 느닷없는 두 동생의 공격에 호원이 퍽퍽 가슴을 두들대며 쿨렀댔다. 턱 막히는 목구멍 너머로 꿀꺽꿀꺽 찬물을 넘겨 마셨다. 


 "아니, 말 한 번 잘했다 내 새끼들."


 다시 슬쩍 반찬에 젓가락을 놀리려 하니 동시에 밥솥을 쾅! 떨어트리던 그들의 엄마가 인상을 콱 찌푸린 채 호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으음.... 집어 삼킬 듯한 시선에 히끅 딸꾹질을 한 호원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나이도 슬슬 30을 바라보면서 어? 주말에 약속 하나 없어. 네가 왕따야?"

 "나 아직 27살이야 엄마...; 그리고 일 힘들어 죽겠는데 주말은 좀 ㅅ"

 "호민이는!!! 어!?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떡! 여자친구도 만들었는데! 장남은 뭐 없어?!"
 "커흑."


 왜 이 이야기 안 나오나 했다... 호원은 슬쩍 마음의 귀를 닫았다.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야 안 들어도 뻔했기 때문이다. 너는 언제 여자친구 만들어서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하는 둥둥.... 어차피 호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허겁지겁 밥을 입안에 밀어넣고 깔끔하게 물을 들이켰다.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에 익숙해진 장남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녀가 가늘게 눈을 뜨며 조용히 물었다.


 "너 선 볼래?"
 ".....아 엄마!"


 그건 진짜 아니다! 빽 소리를 높인 호원이 질색하며 소리쳤다. 또 뭐라 할 새라 급하게 자리에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 나이 먹도록 여자 한 번 안 데려오니까 나나 너네 아빠가 걱정하는 거지! 같은 병원이면 아는 사람도 많잖아."

 ";;; 됐어- 난 그렇게 인연 맺는 거 안 좋아해."


 한 번 상처도 있었고... 작게 웅얼대던 호원이 몸을 웅크려 신발을 갈아 신기 시작했다. 아아-! 원이 형! 막내가 우다다다 축구공을 껴안고 달려오며 소리쳤다. 나 데려다 달라니까! 결국 둘째에게 완곡히 거부를 당했던 모양인지 울상인 얼굴이다. 내 운전은 불안해서 싫다며? 호원은 픽 웃으며 동생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형 운동하러 갈 거야. 그냥 지하철 타고 가- 안 봐도 뻔하지, 너 피씨방으로 다 썼지?"

 "으윽..."

 "자업자득이거든요! 으하하, 형 다녀올게."

 "차호원! 엄마 이야기 또 안 듣지!"


 나가려는 호원을 붙잡는 건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었다. 호원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슬쩍 몸을 틀고 오른팔을 보이듯 그녀쪽으로 흔들었다. 빛에 반사되는 파란색 비즈 팔찌가 호원의 움직임에 따라 살짝살짝 흔들렸다. 미안해요 엄마. 눈 꼬리를 잔뜩 휘어 호원이 활짝 웃었다.


 "난 운명을 믿는 사람이라서."


 의미 모를 말을 한 탓에 아이들의 어머니를 포함한 두 동생들은 '뭔 개소리야.'라는 얼굴이었지만.




* * *



 매일매일이 흐릿한 네 세계에서도 눈은 내릴까. 너는 나와 같이 하얀 눈을 보고 있을까. 매일매일 길을 걸으며 그 생각을 해.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던 이 세계를 가끔 너와 걸어가 보고 싶다고도 생각해. 네 세계와는 다른 풍경에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척 하면서 대뜸 헛기침을 하지 않을까. 그런 너를 못 본 척 해주며 목도리를 둘러줄게.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네가 입은 옷은 조금 얇아 보이니 우리 세계의 옷도 입혀줘야지. 넌 뭐든 잘 어울릴 거야. '이 얼굴에 당연한 거 아니냐?'라면서 우쭐해하는 얼굴을 보겠네. 귀엽겠다.


 그렇게 옷도 따뜻하게 입은 뒤 만만의 준비를 갖추면 너랑 손을 잡을 거야. 낯간지러운 짓 좀 그만 해달라며 부끄러워하는 널 꿋꿋하게 손을 잡아 길을 걸을래. 남들이 이상하게 보든 들여다 보든 무슨 상관이야, 확실히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아무렴 어때? 너랑 같이 걷는 게 내 소원이었고 그걸 이루는 중일 테니까.


 그렇게 꿋꿋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면 어딜 갈 거냐고? 글쎄, 어디를 갈까. 너에게 이 세계가 모두 새로운 것일 테니 천천히 소개시켜 줘야지. 내가 다니는 병원도 알려주고 내가 운동하는 공터도 보여주고 그렇게 가다가 붕어빵이라도 하나 사먹을까. 금은보화는 무리겠지만 네가 먹고 싶다는 것 정도는 사줄 수 있도록 돈도 많이 모아둘 거야. 차호원 이거 맛있네! 네가 좋아하면 나도 정말 기쁠 것 같아.


 그 다음엔 뭘 할 거냐고? 술을 마셔야지! 치맥이라고 알아? 너한테 정말정말 먹여주고 싶었던 음식이었는데! 맥주엔 당연히 이거지! 라면서 술의 정석의 안주를 알려줄 테야. 맛있게 먹는 너와 짠 건배도 해보고! 그리고 새벽까지 낄낄대며 마시고 먹고 대화도 하고 그렇게 실컷 너랑 놀고 싶다. 실컷 네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너랑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 * *



 행운이 오는 팔찌.

 미신이지만 믿어봐도 어때?

 이게 네 운명의 사람을 끌어당겨줄 텐데.


 "그렇게 말했었는데.'


 내 운명은 너무 멀리 있어서 끌어당겨 지지가 않네. 허탈하게 웃으며 손바닥 안에 감겨지는 팔찌를 눈에 담았다.









짧게나마....

엔딩 후에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흐흑 주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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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아심여칭 2017. 5. 17. 22:19

변화 1,2



2017.01.28


변화 1


 날카로운 칼이 얇은 소년의 목구멍을 비집고 들어갔다. 여린 살 틈으로 베어 드는 칼은 손쉽게 피로 젖어들어갔고 꿀렁대며 핏덩이가 주루룩 쏟아졌다. 이따금 질척대는 소리도 들렸다. 아무튼,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진득한 소음이었다. 호원은 귀를 틀어 막고픈 충동을 느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눈앞에 시야를 찾았다. 아이의 작은 깨끗한 옷이 피로 흠뻑 젖었고 풀썩 주저앉은 가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목을 깔끔하게 관통한 칼은 축 처진 아이의 손에 쥐어져 있더라. 수많은 동백꽃이 아이의 몸에 피워져 흘러내렸다. 낡은 쇠 향기가 호원의 코를 찔렀다.

 막연히 들던 하나의 생각. 아, 가람군이라 어색하게 부르던 호칭을 제대로 부르기 전에 너는 꽃다운 모습으로 꽃을 안고 꽃처럼 떠났구나.
 나는 또 미련하게 그걸 지켜만 보는구나.

 무서웠다. 간호사를 목표로 하는 주제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다리는 덜덜 떨렸고, 움직이기 힘들었다. 목구멍에 마른 침을 꿀떡 삼켰다. 식은땀이 절로 났고 눈앞이 흐렸다. 무수히 흘러내리는 핏덩이가, 살을 훤히 드러내는 저 깊은 부위가, 그 못된 곳을 스스로 찌르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이때까지의 대화를 떠올렸다. 가람은 한없이 밝게 웃고 있었다. 그런 소년을 내다 보았다. 축 처진 몸은 더 이상 웃고 있지 않다. 밝고 천사 같던 눈 꼬리가, 그 맑던 아이의 눈동자가, 더 쓰다듬어도 된다던 높은 톤의 목소리 하나 하나 이제 먼 허공으로 흩어져 먼지가 되었다.

 더 빨리- 병원에 데려갔으면, 의사가 근처에 있더라면, 내가 좀 더 착실하게 간호학을 배워왔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아니


 '넌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잖아. 넌 정말로 운이 좋아.'


 맞아.

 그 무수한 붉은 꽃잎들을 내다 보며

 내가 느꼈던 건 공포와 슬픔을 뛰어넘는 안도감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는 순간 다시 한 번 혐오감이 떠오른다.
 

 아, 역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며.
 이런 순간에조차 죽지 않는 나 자신의 운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웃었다.


 이건 그저 옛날 이야기.

 어린 첫 동생이 태어나고 밖에 혼자 놀러 나갔을 때의 일이다. 호원에겐 단짝이 있었다. 아이는 소극적인 호원을 데리고 놀이터로 데리고 가 종종 놀았다. 축구나 땅따먹기, 이따금 여자아이들과 소꿉놀이.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놀고 또 놀다가 집까지 전력질주를 한다. 누가 더 빠른지 시합이야! 아이가 먼저 권한 일이었다. 지지 않겠다며 힘겨루기를 하며 달렸다.
 마지막 내기는 호원의 패배이자 승리였다. 종착지는 횡단보도였고, 호원이 주저 앉은 너머로 아이는 온갖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뺑소니였다. 허겁지겁 주변 어른들이 구급차와 경찰을 불렀지만 뺑소니는 찾기 어려웠다. 단숨에 치여 날아가버린 아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그 뒤를 더디게 달려가던 호원은 간신히 목숨을 면했다. 그 날 이후로 호원은 놀이터에 갈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와 함께 손을 잡고 검은색 옷을 입으며 아이가 있는 곳으로 놀러갔다. 마지막 놀이였다.


 "정말 호원군은 운이 좋았구나-"
 "넌 무사해서 다행이야. 신이 지켜봐 주셨구나."
 "운이 좋았어. 둘다 안 죽은 게 어디야?"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너는 정말 운이 좋았다며. 웃으며 한 명 한 명씩 다가와 어깨나 머리를 만지는 손길이 진득한 괴물의 손 같았다. 목소리가 거북했다. 시선 너머로 어딘가 미운 듯이 바라보던 아이의 부모의 눈을 읽을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쉬운 일이더라. 그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죽였다. 시야가 흐릿했다. 조금 울었던 걸지도 모른다.

 친구의 슬픔보다 자신이 살았다는 작은 안도감이 들었다는 게 그렇게 슬플 수가 없더라.

 꿈을 꿨다. 누군가 쫓아왔다. 뒤를 돌아보면 그 아이가 있었다. 전에는 나보다 늦게 달리더니만. 낄낄낄 소름끼치는 웃는 소리가 세상을 덮쳤다. 눈앞이 번쩍거렸고, 코앞에 달려던 까만 차를 피할 새도 없이 호원은 차에 부딪혀 날아갔다. 어쩔 때는 얼굴부터 때려 뼈가 박살이 났다. 어쩔 때는 몸을 짓눌러 온 근육과 살이 터져버렸다. 어쩔 땐 다리부터 잘라 몸을 분절시켰다. 그것을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차가운 도로 위에 엎어졌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저 차갑고 무섭다. 마주 편엔 아이가 차에 짓눌려진 상태로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운이 좋았네.
 다음엔 누가 더 좋을까.

 현실 같은 빌어먹을 꿈에서 일어나면 이상하리만큼 안정된 방 안에서 깨어났다. 막 태어난 어린 남동생이 허기가 져 울음을 터트렸다. 웃음이 나왔다. 작은 발로 이불을 걷어 차 벌떡 일어난 호원은 실수로 발을 헛디뎌 그대로 쾅! 바닥에 엎어졌다. 큰 소리에 놀란 동생이 울음소리를 높였고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오노 부모님이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욱신대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호원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운이-!
 운이 안 좋았어-!


 "...정말 안 좋았어."


 아무도 듣지 못하게끔 입술을 오물댔다.

 호원이 정신을 차리면 붉게 물들던 세상은 어느새 한눈에 변했다.
 소년은 살았다. 소년은 아이가 아니였다. 붉게 물든 피가 서서히 공기와 함께 방울로 머금으며 사라지는 듯 하더니만 그것은 곧 기이한 요기를 뿜어내며 새 옷자락을 만들어냈다. 아름다웠다.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또 볼 수 있긴 한 걸까. 죽음을 끝으로 생명이 탄생하더라. 호원은 그 기이한 광경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죽음에서 탄생한 존재의 자태에 몇몇은 깊은 안도감을 토해냈고, 몇몇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그렇게 익숙하게-
 태연하게 이어지는 죽음 뒤의 탄생이-
 자신의 안도감에

 환멸감을 느꼈다.


 '..정신 차려....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모두가 저렇게 웃고 있잖아. 다 해피엔딩인 거잖아. 약간의 해프닝에 약간의 서프라이즈. 이곳이 뭐 그렇지. 안 그래? 호원아, 너는 원래 둔하고 멍청이고 미련한 놈이니 이렇게 속임당하는 게 당연하지.


 그러니까....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덩그러니 남은 칼의 끝 부분엔 옅은 동백꽃 잎이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진득하게 말라붙은 꽃잎 끝에 쓴 냄새가 났다. 그것을 소중하게 쥔 호원은 날카로운 칼날이 손끝을 파고들어 다시 한 번 피로 적셨다. 이 존재가, 이 밉살스러운 칼 하나가 호원의 마음을 가득 쑤셔 박았다.

 그러니까, 가람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자.

 죽음 뒤에 태어난 존재의 분위기에선 가람을 찾기란 어려웠다. 피는 여전히 제 손 안에 흥건했고, 혼란스러움만 가득했다. 그저 입술을 깨물었다. 호원에겐 선택권이란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등을 떠미는 손들만 있었다. 그때와 같았다. 아이가 없어진 어린 호원의 곁을 등뒤로 많은 자들이 억지로 떠밀었다. 결국 이승이나 생사구나 별 다를 게 없구나. 웃음이 나왔다.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리고 웃던 입 꼬리를 내렸다. 버릇마냥 반지를 만지작댔다. 이따금 받은 푸른빛 팔찌와 보호석도 만졌다.


 더 이상 미련따윈 갖지 말자.
 기대하지도 마. 절망하지도 마.


 딱딱하게 굳은 입가는 더 이상 벌어지지도 않았다. 끌어안던 칼을 손쉽게 바닥에 떨군 후 짓밟았다. 나머진 알아서 사자님들이 치워줄 것이다. 덤덤한 표정으로 호원은 걸음을 내딛었다. 방 안에 모셔둔 꽃과 월령석이 걱정됐다.


 희망을 가지지도 마.
 결국 흘러갈 대로 흘러갈 것.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걸음을 내딛어 그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운없는 놈으로 살아가서

 얼른 좀 죽어. 제발.

 아이가 말했다.


 그냥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변화 2


 많은 일이 있었다.

 축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건 기이한 현상이었다. 둔하디 둔한 호원이라 해도 축시가 가까워지면 저절로 목 뒤가 소름이 돋는다거나 이상하게 추워졌다. 몇 요괴와 사자는 이를 악한 귀가 영혼을 공격하려는 것이라며 말했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지나자마자 귀로부터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운이 좋게 아무 일도 없었지만 어떤 날은 돈을 뺏기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공격을 받아 팔찌에 금이 가기도 했다. 무섭고 소름이 끼치는 현상이었지만 이내 그 생각도 곧 사그라들었다. 확실히 귀들이나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이 붙어 두렵기는 했으나 그와 반대로 생사구가 나쁘지 않은 곳을 깨달은 덕분이었다.

 인간을 선호하는 요괴들은 상냥하게 이 세계의 룰을 설명해주었고, 같이 조사를 나가는 내내에도 호원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요괴의 친구가 생기기도 하였고 까마귀 요괴에겐 귀하다는 보석과 어여쁜 유리구슬도 받아왔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에게 생불꽃을 직접 받기까지 했다.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책을 빌려 받기도 했다. 삼도천 근처 꽃밭에 작은 나무도 심었다. 즐거운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나쁘지 않다. 솔직히 즐거웠다. 현실보다도 더 밝게 웃을 수 있었고 귀한 인연을 만났다.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아? 누군가가 호원의 귀에 속삭인 것 같았다. 마치 하나의 유혹마냥 들려왔다.


 '그래, 어쩌면 그 곳보다도 더 좋을 지도 모르는데!'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그래서 안일한 생각을 했다.


 스며든 곳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뿐이었다. 악몽은 늘 호원의 곁에 있었고, 아이는 여전히 남자의 옷자락을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 또한 작은 손을 뿌리칠 생각은 없다. 정말로 안일했다. 다시금 자각한 호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 세계는 늘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거무스름하게 안개가 껴있어 시야가 흐릴 때가 많다. 하늘에 태양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보기가 어렵다. 차가운 공기는 가끔씩 몸이 서릴 정도로 차가웠다. 집들은 호원이 보기 어려운 옛 시대와 현 시대의 건물들이 이질적으로 섞였다. 꽃들과 나무는 생소했다. 이곳의 음식들이라곤 손대본 적도 없었다.

 그래,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 앉은 호원은 시선을 멀리해 저편의 삼도천을 응시했다. 오늘은 배가 한두 척밖에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진 강을 다 채우고도 남을 수였었는데. 그렇게 남자가 눈치 채기도 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세계.

 그들에게도 호원에게도
 차호원은 이 세계의 이방자였다.
 
 '돌아가자.'


 돌아가야지. 계속 질질 끌어봤자 호원은 이 세계의 주민이 될 수는 없었다. 당연했다.
 탈탈 흙이 묻은 다리를 털어냈다. 뻐근한 몸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면 툭, 발에 걸리는 아름다운 월석을 발견하고 작게 웃었다. 화분에 고이 묻어둔 꽃을 품에 안고 월령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꼭 손에 쥐었다. 무거웠던 발걸음을 하나 둘씩 떼어내고 앞으로 향했다.

 변함없이 안개가 가욱하고 차가운 세상이었다.


 가벼이 즐겼던 멈춰버린 시간.
 따스한 햇볕이 보고 싶었다.







시간이 없어 많은 로그를 못쓴게 한이다,,,,,

진짜 오랜만에 너무 즐거운 커뮤를 뛰어서 좋았다. 2주 너무 짧아... ㅠㅠㅠㅠㅠ

이제 무슨 커뮤를 또 즐겁게 어떻게 뛰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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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하즈키 로그 정리

2017.01.28



1.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은
 나 자신조차 알 수 없다.
 끝내 바닥에 버리고 온 그 날카로운 칼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밤새 시달리고 또 시달리고 나서야 하룻밤이 지난 아침에 제 자리로 돌아가 보았던 호원은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진 빈 바닥을 보며 허탕함을 느꼈다. 분명 일처리가 빠른 사자들이 그 흔적들을 말끔히 지워버렸던 게 분명했다. 그들로선 현명한 선택이었다. 틀린 건 어느 것도 없었다.
 하지만, 비워낼 수 없는 이 공허함은 어떻게 채우란 말인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바닥에 주저 앉았다. 새벽까진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던 꽃잎들도, 아이의 목을 잔인하게 갈랐던 칼의 끄트머리도 찾을 수 없었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니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저 멀리 누군가가 그리 외쳐 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호원은, 쉬이 웃음을 내보일 수가 없었다. 그저 말끔해진 바닥을 손가락 끝으로 훑으며 남몰래 울음을 삼켰다.

 아아
 너의 마지막이
 기어이 사라져 버렸구나.

 용기가 없어 네 마지막 흔적 조차도 고이 묻어주지 못한 게 어찌나 슬프던지. 다시 한 번 후회될만한 짓을 벌여 가슴이 짓눌려 아파왔고 괴롭고, 숨이 막혔다. 아직까지도 눈앞에 선선한 그 맑은 미소를 잊으면 어쩌나 싶어 하루 시간이 지나가는 내내 그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그 정도 슬픔이었나보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그렇게 말끔히 미소가 사라진 채 다시 하루를 배회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제대로 웃지도 못하는 호원에게 요괴와 사람들은 그를 배려하며 진심으로 걱정했다. 더 이상 남는 것도 제대로 없는 한심한 남자에게, 그들은 쉽게 동정을 베풀었다. 마음을 주고 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절친이었던 요괴 남자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야 비로소 다시 깨달았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고. 아니다- 아니다 부정하던 것들을 사실 모두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남몰래 그녀를 아이와 비교해 미워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새 사람을 남몰래 악감정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았다.

 그녀에게 미안했고
 소년에게 미안했다.

 "그러니까.... 미안해요."

 미안할 짓을 하지 말라며 하즈키는 먼저 넌지시 말을 언급했었지만 호원은 그 한 마디 외엔 떠오르는 게 몇 없었다.
 이미 저질렀는 걸. 그제야 겨우 하즈키와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천호라고 불린 그녀는 아름다웠다. 사랑스러웠고, 또 어여뻤다. 놀랍게도 가람과 다를 바가 없는 하즈키 본인의 외모자 그 자체였다. 쓰다듬은 머리칼은 아이와 다를 바 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웃음이 나왔다. 다시 웃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호원을 따라 방긋 웃는 그 미소를 보기 전까지는.
 이상하지. 이상하네. 후두둑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몇 번이나 울어버린 눈가는 새빨개져 따가웠고 콧물은 또 그렇게 바보 같이 흘러 나왔다. 그녀에게 있어 호원의 모습은 심히 괴상해보였을 것이다. 미안한 짓을 하지 말라며 그렇게 말해줬는데 또 미안한 짓을 해버렸다. 꺽꺽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아이마냥, 그렇게 하즈키 앞에서 호원은 울고 또 울었다. 하하, 하... 실없이 웃음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렇게 하즈키 마주 편에 울고 웃으면서 실없이 뱉어냈다.

 "보고 싶어...."

 멋대로 웅얼댄 목소리, 닿았을지도 모른다. 훌쩍대며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곧 호원의 머리에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읏! 그 부드러운 손 조차 소년과 흡사한 모습에 남자는 바보같이 오열하고 또 쏟아내버렸다.
 그렇게 미안하고 후회감만 들었던 마지막 소년의 얼굴이, 이제 더 이상 그 아이의 흔적은 어느 곳에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앙증맞던 얼굴은 여전히 하즈키 안에 남아있었다. 이 말을 하면 그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부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인 호원이 그녀를 보기에는, 그 웃음을 보았을 땐 소년은 그곳에 남아있었다. 여전히 사람 좋게 웃으며 상대와 밝게 대화를 나누고, 씩씩하게 행동하는 멋진 19세 소년이 있었다.

 너는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있었다.




2.

 많은 불행을 겪어와 온갖 상처는 다 입었긴 했지만 고의적으로 내 몸을 괴롭히거나 하는 행위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겁쟁이에다 소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피를 보는 건 두려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에게 상처주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 봤어. 자기 자신을 그렇게 상처 주는 사람이자 요괴를.
 그녀는 죽음을 당연하게시 여긴다. 요괴의 능력을 인간이 쉬이 알 수는 없지만 죽음으로서 새 탄생을 하는 건 맞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다. 소년에서 소녀로, 인간에서 요괴로, 수많은 꽃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던 새 탄생의 아름답고 잔혹하던 광경을 보았다.
 마주 편에 서 있던 요괴를 응시하며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아름다운 것에 반해 지켜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울렸다. 된다면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직접 제 손으로 몸 안에 칼을 들쑤시며 베어내는 그 감촉과 고통을 짐작할 수조차 없더라. 말라 붙은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훑어내며 호원은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슬쩍 피해버렸다.
 애초에 이승으로 내려오기 위함으로 쓰는 방법이라면
 그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
 코스프레는 단순한 변명에 불과했다. 밝게 웃으면서 해답이라는 듯 우습게 말했다. 누가 봐도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저 이 자가 아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상대는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그럼 그 장면을 네가 보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너와 상관은 없다며 말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 말엔 틀린 것은 없었고 호원이 딱히 그와 그녀에게 뭐라 충고할 순 없었다.
 하지만 혹시, 이곳을 떠나게 되더라도 너와 그를 보게 된다면 나는 아마 태연하게 웃으면서 상대를 보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 고통을 스스로 겪고 상대가 다시금 땅을 밟았다고 생각하면 상상조차 못할 이 자의 고통을 떠올리며 호원은 다시 그녀를 동정하고 그를 그리워하며 둘을 가여워 여길 것이다.

 "이대로는- 절대- 이승으로 돌아가지 않아!!!!"

 호원의 말에 심히 불쾌했던 모양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던 하즈키의 얼굴이 빠르게 구겨졌다. 비명 섞인 고함을 내지르며 한순간에 호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곱고 어여쁜 작은 손이 어찌나 강하던지, 꽉 조여진 손목이 약간씩 아픔을 느낄 정도였다.
 
 씩-씩 노여움을 품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밝게 웃던 아름다운 미소에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던 무표정에서도 감정이 물들지 않던 느낌이었것만, 분노어린 그녀의 표정엔 온갖 감정을 뿜어냈다. 하찮은 인간이 논하기엔 그것은 거대한 압력이었다. 겁에 물들어 호원이 잠깐 움츠러 들기는 했지만 꾹 입술을 다물고 자리를 지켰다.
 화를 낼 만큼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하즈키에게는 분명 그녀만의 이야기를 숨겨두고 있다. 호원과 마찬가지였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그녀에게도 분명히 있었다. 멋대로 실실 웃으며 그 모습으로 가라 말했던 호원에게 명백한 큰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모르기에
 아니, 설사 안다고 하더란들
 인간의 이기심으로 네게 나쁜 말을 고할 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이 아파하는 건 싫어요....."

 그녀보다 더 날카롭고 잔혹한 커다란 물건을 스스로 몸 안에 꽂아내는 반복되는 고통은 이제 그만해주세요. 호원의 손목을 낚아챈 하즈키의 손을 조심스레 반대쪽 손바닥으로 감쌌다. 미안해요. 미안할 짓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만 미안한 짓을 해버리네요. 당장 사과를 못하는 것도 용서해줘요. 가쁜 숨이 섞여 길게 토해냈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가락 끝에 이마를 대고 호원이 중얼거렸다.

 "그냥... 당신이 오랜 시간동안 아파왔던 걸 멈추고 싶었어요."
 
 그냥 그뿐이에요.
 어려운 말이었죠?




3.

 나는 당신의 고통을 모른다. 앞으로도 모르겠지.
 당신을 이해할 수도 없다. 너의 세계를 알지 못하니까.
 아마 죽고 난 후에도 너에 대해 알아가지 못할 것이다.
 "신경쓰지 마. 아프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말 만큼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얼추 예상할 수 있다.  둔하고 멍청한 내가 그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손으로 감싼 작고 고운 손이 있었다. 체온이다. 긴장한 탓에 차가워진 손바닥 끝 사이로 너의 체온이 흘러 들어왔다. 쌀쌀맞게 대답한 그녀와는 다르게 몸의 체온만큼은 한없이 상냥하고 덧없었으며 웃고 있었다. 밤하늘을 연상케 만드는 하즈키의 눈동자 속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때문인지 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신이 만들어 낸 모든 생명체가 감지하지 못할 고통은 없다.
 그것이야말로 그 분께서 내린 무에서 유로 만들어 낸 죄이자 업이다.
 혹여나 따뜻한 손을 먼저 뿌리칠까 싶어 놓지 않기 위해 꽉 부여 잡았다. 그녀는 둔한 내가 이미 그 거짓말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많이 아팠죠. 많이 아팠었지. 손끝에 이마를 꾹 누르고 작게 웅얼댔다.

 "난.. 당신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뭐라고 대신 말할 자격은 없어요. 그죠?"

 너머로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걸 뭘 말하냐는 듯한 얼굴이 그려지진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으나 고개를 들 자신은 없었다.
 안개가 가욱했던 세계. 그 속에서 만난 갓 스무살과 갓 열아홉. 아는 거라곤 서로가 술을 좋아한다는 것과 상대가 만만치 않은 술꾼이라는 것. 겨우 며칠 전에 말을 트며 즐겁게 웃었다는 것. 그렇게 헤어져 버렸다는 것. 아는 거라고는 겨우 그 정도. 요괴로 된 그녀가 정확히 몇 살이고 어떤 삶을 살아오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알지도 못한다. 그런 애매한 위치에서 혼자 따박따박 따지는 인간이라니, 그녀가 얼마나 나를 싫어할까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러니 말은 딱 하나, 이것만.
 무거웠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가만히 저를 응시하는 하즈키의 시선이 느껴지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대가 아플 수밖에 없는 선택을 지금 당장 해야만 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요."

 지금 생이 아니라도 좋아. 죽어서 뼈로 남아 재가 되어 땅이 되고, 거름이 되어 작은 풀잎으로 태어나 꽃을 피우고 지고 또다시 어느 세상에 거름이 되어 그렇게 바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아주 늦은 먼 미래라도 좋으니 다시 한 번 더 만나요. 그렇게 만나

 "그땐 따라하는 게 아니라 밝게 웃어주세요. 정말 아프지 않고 괜찮다면 그때 그렇게 웃어줘도 괜찮겠죠?"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먼 훗날에.
 그렇게 언젠가 다시 만나요 우리.
 그땐 인간 대 요괴가 아니라 바람 대 요괴일지 또 모를 일이었겠지만.







가람이랑 더 대화해볼걸 젠ㄴ장.. (덕캐와의 적은 대화에 눈물을 줄줄 흘린다...)

하즈키...ㄴ무 예뻐... 가람이두...근데 너무 애잔함....ㅠㅠㅠㅠ

둘다 복지 빵빵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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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로그 정리

2017.01.28





1.


< 당신도 이것만 있으면 눈치 100단! >


 분홍 색의 깜찍한 표지가 그려져 있는 이 책은 호원이 쿠키에게서 얻은 책이었다. 생사구에 있는 요괴들이 인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쿠키가 읽고 있었다는 것. 배려심 많은 요괴는 가볍게 호원에게 책을 빌려다 주었다.
 당신에겐 조금 재미없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눈치가 없어서... 호원에게 질문을 던졌었던 쿠키는 조금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호원은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남자가 읽었다던 책의 겉 표지와 속지는 살짝 누렇게 변하고 있었고, 이따금 둥굴게 말린 표시는 쿠키가 얼마나 많이 이 책을 읽고 있었는지에 대해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만큼 소중히 읽었던 책이다.

 호원은 책을 품안에 고이 안았다. 평소의 어색했던 웃음과는 달리 밝게 미소를 지어 보인 환한 얼굴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닿았을까나.


 "아뇨- 저도 엄청나게 필요해요."


 이거 받아도 정말 괜찮아요? 요괴와 인간이 서로 마주하며 싱긋 웃었다. 그 날도 변함없이 흐리고 안개가 가욱한 생사구의 날씨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원은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쿠키가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히, 천천히 읽었다고 말한다면 호원은 책이 찢어지지만 않도록 재빨리, 꼼꼼하게 읽었다!

 엄청나게 필요해요. 이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살펴 읽어가던 호원은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애매한 죽음의 위치에 서있긴 했지만 호원이 죽기 전 살아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호원에게 붙은 별명들은 수없이 많다.
 하루에 한 번 어느 공이든 반드시 맞는다는 1일 1공남, 엎어지기 선수, 불행남, 저주받은 16학번, 그리고 늘 친구들이 놀려대며 즐겨 말하던 '둔탱팬더'
 
 -왜 내가 둔탱팬던데!?
 -그걸 모르는 게 둔탱팬더라고 하는 거야 원아.


 이만 인정하시지! 가장 먼저 별명을 만들어 낸 동기 남학생이 깔깔 웃으며 호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의 단 한 번의 부름 때문에 간호학과 동기 선후배 교수님 구분없이 별명은 빠르게 퍼졌다. 애초부터 별 불운은 다 뒤집어 쓴 탓에 학생들에게 이목이 쏠렸기도 했었다. '왜- 그래도 팬더는 귀엽잖아. 둔탱이지만!' 과대 대표였던 여선배가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호원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풍선이 되었다.
 
 입학식 날 선배들이 몰카 벌였던 걸 끝나고 일주일 뒤에서야 안 사람이 누구지?
 모두가 밀어줬던 CC 고백 타이밍에 짐 두고왔다고 끼어든 사람은 누구?
 술게임 파티 가볍게 초 쳤던 사람은 누구더라.
 왕재수 교수님의 수업에 유일하게 핀잔을 날렸던 사람은 누구?


 -너, 이미 과에서 대스타다.
 -그런 네가 딱히 싫다는 건 아니지만...
 -넌 그냥 천성으로 좀..


 눈치가 없어.
 된통 가슴에 박히는 화살을 맞고 훌쩍이며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호원은 좌절감에 없는 눈치를 키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왜 진작 알아보지 않았던 걸까.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글씨들을 잔잔히 뜯어보며 호원이 즐겁게 웃었다. 생사구의 생활은 온종일 길을 돌아다니거나 주변인들과의 대화 뿐이라 시간이 많이 남는다. 책 한 권 정도는 거뜬했다. 재미없는 교양책보다도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쿠키는 다 읽었다고 말한 호원을 보며 빙그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쁘다며 입을 열 때마다 흑발의 짧으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귀에 장식된 길다란 리본 매듭의 귀고리가 밤빛 하늘에 제 노을빛을 밝혔다. 인자한 남자 요괴의 부드러운 얼굴을 지켜다 보던 호원도 어느새 웃고 있었다.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요괴에게서 받았다고 하면 친구들은 뭐라고 말할까. 아무도 믿지 않으려나? 어렴풋이 머릿속에 맴도는 친구들의 얼굴들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호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책은 100% 습득 완료. 제목은 그 누가 뭐래도 < 당신도 이것만 있으면 눈치 100단! >

 습득 후 결과물은 단 하나 뿐이다. 호원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쿠키 대화하는거 넘 즐거웠는데 한개뿐이라니.. (눈물줄줄)

다음 커뮤땐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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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아심여칭 2017. 5. 17. 22:16

이하얀 로그 정리

2017.01.28




 1.

 "호원씨가 범인이였군요..."
 "히익"

 이런, 내 입방정 제기랄.. 급하게 호원이 입을 막아 보지만 술기운이 남아도는 입 너머로는 이미 뱉어낸 말과 당황함에 차오르는 딸꾹질 뿐이다. 싱긋싱긋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네 개의 가호선이 그려졌다. 붉은 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던 하얀이 호원을 보며 방긋 웃었다. 뒤에서 커다란 오오라가 느껴졌다. 호원은 다시 딸꾹질를 했다.

 히끅

 "제가 그렇게 말리고 이르고 다녔는데..."

 빠직
 툭 끊어지는 소리. 서늘한 바람소리. 입안에 감도는 맥주의 달디 쓴 맛.
 호원은 다시 한 번 더 딸꾹질을 반복했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죠.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생기고 저런 일도 생기고."

 네, 그리고 내가 죽고 난 다음 다시 죽는 일도 생기죠.
 다시 한 번 존댓말이 튀어나올 뻔 한 걸 참아내며 호원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꾹 밀어 넣었다. -여성의 무서움은 이것이다. 날카로운 눈초리도 화내는 언성도 아니다. 분위기만으로도 살얼음이 될 무시막지한 포스. 하얀이 그랬다. 차가운 기운이 돌아도 땀이 뻘뻘 흘러 나왔다.
 호원은 마른 침을 삼키며 간신히 붙여 놓은 손가락을 떼었다. 살얼음마냥 붙어든 입술을 떼어내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이곳에 있는 나 자신이 점점 이상하게 변화되어 간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자신밖에 모르는 겁쟁이 차호원이 조금씩 남을 걱정할 수 있게 되는 마음을 가지고
 어색하게 웃던 미소가 어느새 정말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아아, 나는 정말로 변해가고 있던 거구나.
 그리고 이제 그건 멈춰 버렸구나. 시계 초침이 거꾸로 돌아가더니 이내 뚝 한 지점에 멈췄다. 두 아이가 횡단보도에 서있던 그 순간이었다. 호원의 시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슬쩍 두 번째 손가락 끝으로 입 꼬리를 꾹 눌러다 보았다. 어색하게 웃던 예전의 미소도, 호탕하게 웃던 현재의 미소도 이제는 없다. 잊어버렸다. 방법을 알지 못하게 됐다.
 못난 차호원은 더 못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져 까만 세상 속에서 주변을 탐색할 새도 없이 호원은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어느 것도 감정 소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그 아이의 피가 묻은 칼날로 쑤겅대며 심장을 꿰뚫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멈췄다. 입 꼬리를 올려볼 노력은 하지 않았다. 모래시계의 알맹이들은 허공에서 정지해버렸다.
 
 그런 빈 알갱이가 된 상태에서 그녀랑 대화를 나누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녀 또한 생사구에 오게 된 피해자였고, 호원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보다 한 살이나 어린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강인한 여성은 호원보다 용기가 컸으며, 늘 자신만만했고 자기 의지가 확고한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벼이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보단 괜찮을 거라 멋대로 생각했다.
 
 맑은 눈물방울을 흘리며 훌쩍이는 하얀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어떻게보면 호원 씨가 저보다 음악을 더 잘 아시는 것 같아요. 그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 보이며 그녀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울고 있던 전 얼굴보다 훨씬 더 말끔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글쎄, 한참은 부족한 아마추어지만. 조곤조곤 말을 건네며 호원은 웃었다.
 ....잠깐, 웃었다고? 어느새 입가에 살짝이나마 올라간 입 꼬리를 매만졌다. 그렇게 웃어보려 해도 어색하거나 다물어지던 모난 입이 이렇게나 가벼이 올라가버린다. ..호원은 잠깐 충격을 받았다.

 "고마워요. 그렇게 얘기해줘서."

 하얀은 정말로 감사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밝게 웃는 얼굴이 어여뻤다.
 ...결국 이렇게 쉬웠던 걸. 힘겹게 미소 지으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전처럼 밝은 얼굴은 아니겠지만서도, 이게 당신과 나에게 힘이 될 수만 있다면야.
 나야말로.






하얀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마음아팠다 ㅠㅠ

로그 더 이어볼걸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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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 로그 정리

2017.01.28






1.


 "사실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미신이라고 보는 게 맞으려나...."


 주명이 말하고선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팔찌를 하나 꺼내들었다. 동그란 구슬이 촘촘히 박혀있는 목주 팔찌였다. 방울방울 파란 기운이 감도는 것이 마치 드푸른 바다, 아니 더 깊은 밤하늘을 연상시켰다. 예쁘다. 그가 손에 쥔 팔찌를 손수 호원의 손목에 차주었다. 예쁘게 맞물린 팔찌의 목주 구슬들이 빈 손목 부근을 환하게 채웠다. 호원은 잠시 반대쪽 손을 올렸다. 파란 유리 보석이 박힌 저승의 팔찌도 아름다웠으나 요괴의 팔찌도 그에 지지 않고 손색없이 반짝였다.
 양쪽 보석을 두개 다 쥐고 있구나. 양 손을 흔들며 웃는 사이 호원의 마주 편의 주명이 말을 이었다.


 "목걸이는 아니다만, 넘어져서 부서지진 않을 거야."


 과연, 호원의 덤벙거림을 고려하는 주명의 마음이 드러났다. 확실히 어여쁜 유리 세공품이 박힌 장식품이라면 분명 운도 지지리 없는 남자 호원이 며칠 만에 박살 낼 것이 분명했다. 그 세심한 배려심에 기쁜 나머지 호원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뭐... 미신이라도 차고다녀 나쁠 건 없지 않겠어?"


 미신, 미신이라. 그의 말을 귀울이며 호원은 파란 밤하늘빛 팔찌를 살짝 흔들었다. 탁한 빛이 감도는 이승과 저승의 애매한 세계 속이었지만 자그마하게 흘러 나오는 빛이 팔찌를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원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손목을 이리저리 두르며 키득키득 웃었다.  


 '요괴가 품는 요기가 담긴 물건은 쉬이 기이하고 위협적인 것이란다.' 수많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들이 멋대로 판단한 건진 몰라도 옛부터 귀에 자주 들려오던 요괴 이야기. 전래동화 마냥 전해 내려오던 옛날 이야기 가운데- 요괴를 흉조를 여기던 사람들. 차호원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곳에 와 그를 만났다.

 절망감에 젖어 울고 울던 그때, 눈이 내리던 밤. 꿈을 꾸는 것 마냥 도착한 이곳은 호원에게 있어 새롭고 기이한 공간. 근 20년간 살아왔던 인생 중에 이보다 더 불행한 삶이 있었을까 라고 생각했던 날. 겨우 근 이틀 채 지나지 않았던 밤. 아침인지 밤인지 채 알 수 없는 이 투영한 세계에서 둘도없는 친구를 만났다.  살짝 시선을 올리면 의기양양한 얼굴로 검은 흑발의 머리카락을 바람과 함께 흩날리며 서있는 주명이 있었다. 둘둘 감긴 붕대 틈 사이에 루비 마냥 깨끗하게 박혀 있는 눈동자를 보며 호원은 웃음을 터트렸다.


 요기가 담긴 기이하고 위협적인 것.
 흉조로 여기던 그들.
 전래동화 마냥 전해 내려오던 옛날 이야기.


 '...라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잖아-!'


 가장 큰 악운이라 생각했던 일 속에 맺은 특이한 요괴와의 만남.
 호원에게 있어 이보다 큰 행운은 없었다.


 호원은 씩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양 손에 든든하게 찬 양 팔찌가 남자의 마음을 따쓰하게 감씼다. 주명의 손목에 비슷하게 감겨 있는 팔찌를 힐끔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2.


 생사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요란스러웠던 저승 세계. 호원은 조금 들떴다. 이승에서 보았던 수많은 먹거리들이 마법마냥 테이블 자리 위에 하나 둘씩 나타났고, 공중에 붕 떠있는 등불이 세상을 밝혔다. 그날 만큼은 겁쟁이 호원이라 해도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축시라 한들 어떠한가, 이렇게 밝은 분위기에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호원은 있는 대로 술병을 집고 입 안에 들이부었다. 저승 세계에서의 본래 술이 어디 흔한가-? 무엇보다도 그는 제대로 된 술꾼이었다. 운도 지지리 없어 대학 모임의 매번 폭탄주에 걸려도 좋다 싶고 껄덕대며 마시는 남자였다. 세상이 빛났다. 저승도 저승이지만 천국 같더라. 호원이 낄낄 웃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술을 까서 입맛을 다시는 건 의미가 없다. 그는 함께 할 술친구를 찾았다. 미성년자는 아쉽게도 패스- 술이 약한 사람과는 몇 잔 정도로, 위장이 작은 요괴와는 술 대신 안주거리들을 즐기며- 이따금 강한 사람과는 제대로 즐겨 보자-!

 생사구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는 어디에서든지 흥겹게 흘러 나왔고, 그들이 있는 곳에선 한창 달아오르는 분위기가 들썩였다. 호원은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며 다시 목표물을 찾았다. 걸어가는 내내 아슬하게 물건을 깨트리거나 구를 뻔 했다만- 그것도 어찌저찌 피해갔다. 끝에는 남자 요괴가 있었다.

 호원과 쏙 닮은 검은 흑발을 흩날리며 요괴 인간 사자 구분없이 너도나도 꿀떡이는 모습이 어딘가 닮아있다. 호원은 신바람이 났다. 어느새 남자 요괴에게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이미 한창 마시고 있던 와중이었는지 단정한 옷춤이 조금 흐트러졌다. 알싼 술향기가 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호원은 망설임 없이 그 옆에 털썩 앉으며 들고 있던 술을 허공 위로 올려 즐겁게 말했다.


 "아- 주명도 술 좋아해? 그럼 나랑 한 잔!"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 잔이 아니라 한 병이겠지만.
 갑작스레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명은 순순히 옆 자리를 터주며 함께 술을 즐겼다. 누가 먼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익숙하다는 듯 서로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꿀꺽꿀꺽 삼켰다. 머리는 아찔했고 술기운에 몸이 타는 듯 했으며 마음은 들떴다.
 친구에서 술 친구로! 그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기뻤던지. 몇 잔을 추릴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잔을 들어 짠 건배를 했다. 돌아다니던 안주는 이제 어디에 있는지 채 헤아릴 수 없었고 둘이 하는 거라곤 남은 술을 섞어 각자의 입에 들이 붓는 것뿐이었다.

 흥이 잔뜩 오르고 시간도 막바지에 올랐다. 호원과 주명이 즐겁게 서로의 빈 잔을 채웠다. 이미 잔뜩 취했던 것 같다. 빨갛게 달아 오른 남의 얼굴이 뭐가 그리 웃기던지 호원이 숨이 넘어갈 듯이 웃었다.


 -취했어?


 너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설마. 그럴 리가! 이 몸은 말이지... 지금까지 살면서 술 따위에 취해본 적 없다고?"


 그건 남자의 허풍이었을까 진심 어린 말이었을까.
 인간 주제에 요괴의 삶을 쉬이 논할 수 없었다. 거짓말이라며 진짜냐며 대답하지 못하고 껄껄 웃으며 남자가 채워준 술만 껄덕대며 마셨다.

 그저 이 순간을 저승 세계에서 여러 사람과 요괴와 사자들과 너와 함께 마실 수 있다는 걸 기쁨이자 행운으로 삼기로 했다.

 "요괴랑 친구먹고 술친구까지 하다니 진짜 죽어서 운이 다 몰렸나봐-"

 그래, 생각해보면 살아생전 이리 운이 좋았던 적은 없었지.
 술을 즐겨 마시는 호원이었지만 모임이나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그 끝은 항상 좋게 끝나진 않았다. 손가락을 셀 수도 없이 많이. 흥겹게 끝까지 마시려 할 즘에는 웬 모르는 사람이 주정을 부리며 멱살을 잡거나 이따금 하필이면 옆에 있는 호원에게 토사물을 쏟거나, 자신의 실수로 테이블 전체를 엎어 깨먹은 적도 있었다. 전부 호원이 즐거워질 때마다 벌여진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을 봐, 무슨 일이 있다고?


 넘어질 뻔한 호원을 위해 아래에 베개를 깔아 준다거나, 미리 주의를 하며 음식이나 술들을 치워 준다거나, 그대는 불행하지 않다며 손수 위로해주는 자들도 있었다. 이태껏 20년을 살아왔지만 호원은 단 한 번도 그런 배려를 받아와본 적이 없었다. 받았다면 그 불행을 눈요깃거리로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정말 죽어서 다 복이 왔나봐.
 기뻐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복잡한 마음에 술기운이 가라앉던 와중 호원의 어깨에 묵직한 무게가 올라왔다.


 "운이 몰리기는 무슨? 내 운을 너한테 좀 나눠준 거라고."


 은혜 꼭 갚아라- 라고 말한 주명의 들뜬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기쁘다. 고마워. 정말 그래도 괜찮아? 분명 요괴님한테도 해로울 거라고 바보. 여러 생각이 뒤죽박죽 오간 가운데 호원의 머릿속이 블랙박스로 까맣게 변했다. 울고 웃고 뛰놀고 마시고를 반복하고 주명의 웃는 소리를 끝으로 그는 정신이 뚝 끊겼다. 필름이 끊겼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정신을 차린 건 조금 뒤의 일이었다.

 이미 흥이 돋았던 장례식 축제는 끝이 나있던 건지 테이블 위에 길게 나열되어 있던 먹거리들과 밤길을 밝히던 등불은 사라진 뒤였다. 있는 거라곤 술을 부어 먹은 몇 인간들과 요괴들이 저마다 길가에 빈 술병과 함께 나뒹굴고 있는 것 뿐. 호원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찬 기운에 으스스 몸이 떨렸고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낑낑대며 담요를 꺼내왔다.

 이미 해가 번쩍 떴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덮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속도 뒤집어질 와중에 호원이 전부를 업어다 제 자리에 데려다 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업고 간다고 한들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한장 한장 덮어가주는 와중에 근처에 있던 주명을 발견하고 후다닥 담요를 덮어 주었다.
 얼굴 아래까지 단단히 담요를 여며준 호원은 곤히 잠든 요괴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보다 착한 요괴.


 "은혜... 갚을게."


 그에게서 받은 팔찌를 살짝 손에 쥐고 흔들었다. 소중하게 손에 쥔 밤하늘색에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하게 울렸다.
 찌질하고 소심하게 그지 없는 남자에게 너는 손쉽게 손을 뻗어주었다. 짧은 기간 사이에 새롭게 맺어진 그와의 관계가 호원에게 있어 얼마나 고맙던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말재주도 없고, 재능이나 얼굴도 반반하거나 좋지도 않으며 할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는 것밖에는 없는 한심한 남자.

 그래도 이런 남자에게 손을 내밀어만 준다면


 "꼭 갚을게."


 고마워. 닿지 않는 감사 인사를 남몰래 전하던 것도 잠시, 느글느글하게 올라오는 역함에 벌떡 일어난 호원은 화장실로 직행했다. 빌빌대며 허겁지겁 뛰어대는 길 너머론 흐릿한 안개가 가욱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3.


 "그렇지 언젠가.... 아니, 언젠가가 아니잖냐!"


 주명이 성큼성큼 다가가 오더니 냉큼 호원의 뒷자락 옷을 잡아 끌었다. 질질질 잘도 한 손으로 손쉽게 성인 남자를 끌어낸다. 괜히 요괴가 아니라 하더라.


 '그치만 나한텐 언제가인데...!!'


 손에 잡혀 데롱거리던 호원이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쳤다. 천 년이나 넘게 살아온 요괴가 이제껏 연애를 안 하고 있다고 하면 언제 하겠다고! 분명 빠르다고 한들 호원이 주름진 노인이 되고 난 후에도 주명은 지금과 다른 얼굴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 하지만 역시 그건 좀 아쉬우려나...' 인간이랑 요괴의 수명이 다르다는 건 뭔가 서글프네. 뒤에서 주명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호원은 본인도 모르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헌데 애인은 나보다는 네가 급할 때 아니냐?"
 "....응?"
 "네 나이쯤 인간들은 급해 보이더만."


 ...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간 대가 선을 그어놓은 듯 명백하게 다른 두 남자의 경계선은 깊었다. 사고관도 그만큼 다를 터이겠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호원이 멋쩍은 듯 뺨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입을 열었다.




4.


 날은 조금 쌀쌀했다.
 깜깜한 밤을 이겨내며 걸음을 내딛는 게 어려웠던 날이었다.
 어떻게 날을 보냈는지 기억을 더듬기도 전에 너를 만났다.
 품에는 주우려다 만 먹음직스러운 열매들이 한가득했고, 자그마한 주머니에는 3냥이 쥐어져 있더랜다. 한껏 만족스러운 얼굴로 열매를 베어먹는 아이같은 모습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우선 인사부터 했다.

 그런 너와 만나 지난 약속을 하며 가볍게 웃었다.
 이따금 바늘 백 개라며 장난을 걸며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는 날이라 생각하며 웃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조금 투닥이기도 했으나 매끄럽게 대화를 진행했다.
 약속과 대화가 차츰 끝이 보였다.
 그때였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도 붉은빛을 내는 너의 눈동자가 이내 한 곳만을 가만히 응시하더라. 흠, 하며 생각에 잠긴 것도 같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너는 손을 뻗었고 가만히 서있던 상대의 머리카락 위에 곧 얹어졌다. 부드러운 손이 까슬까슬한 흑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넌 웃으면서도 잘도 그런 얘길 하는구나. 무섭지도 않은가 보지?"


 흠

 흐으음
 으으으으으음

 조금 의문이었다.


 너와의 대화를 잠시 곱씹었다. 또 이야기를 나누며 가벼이 말을 뱉어냈는가에 대한 기억 되짚기였다. 바람이 한 채 너와 상대의 뺨을 간질이고 바닥을 쓸어내는 소리가 맴돌았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금방 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 확실히 나는 너와의 대화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주 가볍게 죽고나서 강을 건너기 전 너와 만난다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왜?


 고개를 기울였다. 의아한 일이었다. 나는 방금 전까지도 죽음의 생사길에서 허우적대며 살고자 발버둥쳤던 인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폐를 끼치는 몸이 다른 사람들이나 요괴에 얽히면 방해가 될 것 같아 물러났다. 상대의 걱정스러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응원이 되었던 것 같다. 이리저리 길을 헤매다 허탕을 친 순간 머리 위에서 커다란 돌이 굴러떨어졌다. 하마터면 돌에 찍혀 가루가 될 뻔 했으나 팔찌가 나를 구했다. 금이 간 팔찌를 보며 네가 준 것은 무사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금 돌고 돌아서 가는 길에 드디어 월령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퍽 소문 난 영물스러운 존재감이었다. 아쉽게도 생불꽃은 된통 허탕이었다만, 이정도면 만족스러웠다. 하나를 찾은것만 해도 기적적인 일이었으니.

 상처 없이 귀환한 것이 기특했으며 그렇게 죽음의 길에서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이 감쌌던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헌데 그리 죽음을 간단하게 받아들이며 너와의 만남을 기원하고 있다. 든든한 요괴의 손이 슥슥 머리를 쓰다듬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왜일까

 다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머리에 닿는 너의 따뜻한 체온 덕분이었다.

 영혼인 채의 몸인데도 요괴의 신체 온도는 알 수 있었다. 너는 따뜻하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다. 악착같이 살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승에 가서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한 남자라도 기다려줄 사람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반대도 생각해보자. 웃음이 튀어 나왔다. 너의 의아한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떴다. 눈동자 안에 보석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그 보석과 눈을 마주하자


 이유야 간단하니까


 "무섭지 않을 리 없지."


 단 한 번 밖에 맞는 죽음. 그 죽음은 어릴 적부터 체감하고 있었다. 삶의 곁엔 늘 죽음이 붙어다닌다. 이번엔 명부 오류로 오게 되었다만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며칠 뒤에 죽을지 또 누가 알겠는가. 죽음 곁엔 삶 또한 붙어 있다.

 나도 모르게 네 번째 손가락에 껴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웃음이 나왔다.


 "조금 즐거울 뿐야."


 손을 올렸다. 머리카락을 슥슥 가볍게 쓸어 내리던 네 손을 텁 잡으며 웃었다. 사실은 똑같이 머리를 쓰다듬을 생각이었지만 화낼 게 뻔하니 그건 잠시 뒤로 미루자. 픽픽 웃음을 흘기며 네 손을 잡고 웃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누군가가 기다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저 조금.. 기대가 될 뿐이야."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기대되며
 조금은 조급하고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상상해보았다. 처음으로 사귄 요괴 친구를 나중에 다시 만날 때를 떠올렸다. 쭈글쭈글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라도 너는 분명 나를 알아볼 것이고 나 또한 너를 기억해낼 것이다. 삼도천 나룻배를 타 건너기 전에 흥겹게 웃으며 술잔을 건넬 것이다. 술고래인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잔을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쓰러질 정도까지 마셔대며 마지막엔 인사를 나누자. 그동안 고마웠다고, 네가 선물한 것은 여전히 잘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어줄 수만 있다면 나름 성공한 죽음 뒤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게 조금 기대가 될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5.


 친구에서 주인이 된 요괴는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약을 조금 골려주자 생각하면서도 정말 아파할까 반신반의를 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좋은 성과였다. 딱딱한 어깨를 세게 주무른 터라 손가락 끝이 살짝 아려왔지만 이건 아픔의 축도 속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 느낌보단 현재 우스운 상황에 웃음을 간신히 참는 것이 더 중요했다. 친구에서 주인이 된 주명 앞에서 말이다.
 가볍게 시작된 역할 놀이 앞에서 팔짱을 끼며 입 꼬리를 올려 말하는 주명의 모습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 솔직히 얄미웠다! 친구에서 돌쇠로 전락해버린 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늘 운이 좋지 않았던 호원이지만 최근 저승에 와 좋은 일만 쏙쏙 생겨버린 그에게 있어서 주종관계의 기회는 새로운 운의 시험이었다. 그랬는데-
 -이걸 좀 봐. 돌쇠가 된 호원은 요괴의 든든한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고급진 천의 매끄러운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고, 그의 호응대로 호원은 손가락을 놀려 주무를 수밖에 없었다. 주명의 어깨는 많이 뭉쳐 있었다. 제 손으로 쉬이 풀기란 어려웠다. 일단 무작정 주무르기 시작하면 상대의 몸에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슬쩍슬쩍 투덜대며 어깨를 주무르자니 핀잔을 던지며 약하다고 말했다.
 힐끔 남자의 얼굴을 엿보면 휘어 올라간 입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와, 진짜 만족하고 있나보네. 종이 생긴 느낌이 상당히 좋았던 모양이었다.

 ...그게 참 얄밉더라.
 장난기가 들었다. 콧소리를 내며 작게 흥얼댔다. 어깨를 주무르는 손에 힘을 서서히 그리쥐었다. 세게, 더 세게, 쥘 수 있는 만큼.

 편안해하던 주명의 얼굴이 이내 점점 더 구겨지고 악,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완벽하게 통했다! 저도 모르게 쾌재를 지르며 힘을 쥐었던 손을 다시 꽉 주먹 쥐었다. 그 몰래 살짝 뒤에서. 어디 돌쇠 주제에 주인을 공격하는 게냐?!?! 만족해하며 손을 떼는 사이 요괴 친구, 아니 요괴 주인은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이글이글 타버릴 듯한 시선으로 노려다본다. 꽤 날카로워 사실 조금 몸을 움츠렸다.

 으응 딱히 공격한 건 아니고
 장난친 건데!

 속 마음을 감추며 저도 모르게 빵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 같이 웃어대는 돌쇠의 모습을 주인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빠직 소리를 내며 덤벼든 요괴 주인은 돌쇠의 뺨을 짓눌렀다. 호원의 입가가 크게 벌어지고 드디어 빵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사심이 담겼었는데 돌~쇠~~?"
 "아하하하하하!, 하하하!"
 "그리고 어디 주인님보고 웃어 인마 어? 어어??"


 하하하, 크, 푸하.. 푸하하하... 어 어라 잠깐 이거 아ㅍ


꾸우욱 짓누르는 손의 악력이 상당하다. 어, 어라 찢어져. 찢어진다?! 아니 부서진다! 웃던 것을 그제야 뚝 멈추고 급하게 주인의 손을 움켜 잡았다. 끄아아아악! 웃음 소리가 괴로운 앓는 소리로 번졌다. 자- 잠깐 돌쇠라도 타임은 줘야지!!!





6.


 무능하고 멍청하다니 너무하잖아-! 라며 화를 낼 생각이었다.

 너는 즐거운 듯 흥얼대며 천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걸 빨리 눈치라도 챘다면 도망치기라도 했었을 터인데. 바보일 정도로 둔한 호원은 물음표를 그리며 또 가만히 있었다. 주명의 손이 뻗어 검은 머리카락에 닿았다. 요괴의 손엔 여전히 하얀 천이 둘러져 있었다. 아프지 않도록 적절하게 묶고 조여주는 손길은 상냥함이 묻어났으나 돌쇠 원은 조금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느낌이 완벽하게 정중했다는 것도 모르고, 또 그렇게 미련하게 기다렸다.
 다 됐다. 깔끔하게 묶어낸 주명의 손이 다시 내려가고 그의 허리춤에 올려졌다. 주인 주명은 어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 꼬리가 두툼하게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상당히 볼 거리가 되는 듯 보였다. 참지 못하고 풋 웃음 소리를 내다가 다시 큼큼 헛기침을 한 요괴는 최대한 덤덤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돌쇠 하면 이거지.


 "일단 돌쇠 답게 하루 종일 이거 머리에 묶고 다닐 것."
 "....?"


 잠시 벙 찐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주명은 여전히 움찔움찔 입 꼬리가 우습게 떨려있었다. 영문을 채 알 수가 없어 호원은 멍하니 제 주인 얼굴을 응시하다가 손을 뻗어 남자가 묶어 주었던 천을 만지작 거렸다. 천의 재질은 부드럽고 얇아서 좋았다. 주명이 입고 다니는 옷처럼 필시 고급진 재단이었을 것이다. 아프게도 묶지 않아 하고 있는 데엔 무리함은 없었다. 하지만 왜? 의문이 들었다. 멍해진 호원의 머릿속에 잠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어렸을 때부터 염색 한 번 해 본 적 없는 말끔한 흑발 머리칼에 염색물 한 번 물든 적 없는 깨끗한 하얀 천이 이마를 감싸 뒤통수 머리까지 깔끔하게 둘러 묶어졌다. 검은색과 하얀색. 누가 뭐래도 대조되는 위치. 더해서 못난 호원의 얼굴레 씌워진 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텔레비전 속의 드라마 한 장면. 마님을 모시며 뗄깜을 지고 헤죽 못난 표정을 짓던 건장한 남정네 하나. 그 남자가 머리에 씌고 있던 천 하나와 호원의 이마에 두른 천 하나.


 ..완전 똑같-


"이- 이거.. 이건 완전 머슴이잖아아아아아.......!!!"


 호원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그 못난 머슴과 100% 일치했다. 못났다 호원.

남자에게 씌어지고 약 1분 30초가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주명은 여전히 우스운 호원의 꼴을 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머슴 원이는 급하게 천에 자신의 손을 얹었지만 쉽사리 벗겨낼 수도 없었다. 현재 갑을 위치에 서있는 건 자신이 아닌 친구이자 주의 위치에 선 주명이었으며 멋대로 벗어낸 뒤의 후환도 두려웠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딱 하나. 우스꽝스러운 자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써본 거라곤 칙칙한 검은색 모자 하나 뿐. 놀이동산이나 공원에 가도 귀여운 머리띠 한 번 써본 적 없는 남자였다. 홍당무 마냥 양 뺨을 붉히며 호원이 씩씩거렸다. 찬 손으로 뺨을 식힐 겨를도 없었다.

 이 남자- 이승에 있을 때 절대 자기 종을 괴롭히는 못된 도련님이었을 것이다.

 취미 완전 나쁘네! 이 행세를 하고 하룻동안 다른 자들과 함께 대화나 할 수 있으련지 호원의 새 근심이 생겼다.





7.



 부탁이 있어.

 너는 무서운 척 하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하고
 몸으로 강한 듯 보이지만 마음도 누구보다 강하며
 장난 가득한 재치있는 얼굴이지만 중요할 땐 진지하게 상대를 마주하며 봐주는 요괴.

 그런 특이한 요괴니까 너에게만 부탁하는 이기적인 이야기가 있어.


 어디가 그렇게 신경이 쓰였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건 이제 더 이상 바보 같은 웃음이 튀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고 멍하니 먼 곳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상대가 누구든 대화하는데에 집중을 넣지 못했다. 상대가 웃으면 따라 웃어보려고 했다. 하하- 힘빠진 국어책 발음 소리가 샜다. 조금 창피했다. 호흡을 맞추며 신나게 얘기해 보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지겨운 목소리만 튀어 나왔다.

 아마 이 요괴와의 대화에도 같은 레파토리였을 것이다. 평소처럼 투닥대고 평소처럼 마주하며 웃고 평소처럼 울고 화내는 패턴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하던 거더라? 그리 쉬운 남자와의 대화를 어떻게 이어 나갔던가?

 떠오르는 건 흥건하게 붉은 꽃잎들이 퍼져든 날카로운 칼날, 매달려 온 하나뿐이었던 절친, 어른들의 끈적대는 손, 눈. 눈. 눈. 시선 시선 시선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 그 끝엔 늘 아이가 있었다. 차에 깔려 온 몸의 신체기관이 짓눌려 으스러진 아이가 손을 뻗고 끔찍한 미소로 손짓했다. 그건 반복되는 호원의 과거이자 현재, 동시에 미래였다.

 "부탁이 있어."

 이기적인 거 알아.
 자기밖에 생각 못하고 남한테 폐만 끼치며
 은혜 갚는다며 노래를 부른 주제에 정작 아무것도 못한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

 염치도 없고 바보 같은 상황이지만, 하지만
 그래도 역시 부탁이 있어.

 
 그 말대로 넋이 나갔다. 가람에게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겹쳐드는 아이의 모습과 가람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동시에 목을 옥죘다. 견딜 수 없다. 무서웠다. 소름이 끼쳤다. 두려웠다.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다.
 너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죽지 마."

 마음 속으로 인정하던 생명 하나하나는 손쉽게 손가락 사이로 흐트러져 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호원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무릎을 꿇고 애원이라도 해본다. 튀어나오는 눈물을 참아내며 남자의 검은 옷깃을 꾹 쥐었다. 문득 네가 자랑스럽게 말하며 비싼 천이라고 언급했던 게 떠올랐다. 눈물이 나오지 않게끔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행위였다. 그래도 간신히 참아낸 눈물이 나오지 않은 것엔 감사함을 느꼈다.
 소중한 건 늘 눈앞에 떠나버린다. 징크스마냥 벌어지는 끔찍한 일이 짧은 인간의 생에 벌어지고 있었다. 꿈같은 이 세계에서 만난 인연을 두 번이나 흐트러지게 만들어 놓고 싶지 않았지만, 호원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한없이 바라고, 빌고, 갈구한다. 그렇게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달래보았다.

 "오래 살아."

 인간인 내가 꺼내긴 머쓱한 말이지만,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비슷한 나이대의 외모를 가진 네가- 말 그대로 몇 천 년을 살아갈 수 있다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에는 몇 만 년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 누군가는 그 지루한 삶이 싫다며 말할 것이다. 주명에게도 그러한 삶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할아버지가 되고, 죽어서 너를 만나 술 한잔을 하고- 삼도천에 가 다시 환생할 때에도."

 그때도 계속 살아.
 그런 지루한 삶을 계속 살아가줘.
 
 "내가 곤충이나 동물로 환생해서 다시 죽고 태어나고 죽고 태어나고를 반복해서...그렇게 죽을 때마다 너랑 술한잔 하러 올 테니까."

 그렇게 계속 살아가.
 요괴가 늙어 뼈뿌리만 남을 때까지.
 살아가.

 절대 죽지 말아줘.
 넌 누구보다도 강하디 강한 요괴니까,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청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어찌나 꽉 쥐고 있던 모양인지 주명의 고급진 천이 잔뜩 구겨졌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제야 쥐고 있던 손을 떼며 호원은 왼 뺨을 머쓱하게 긁어냈다. 웃어보려고는 했지만 쉽사리 입 꼬리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애초에 너무 민폐였다. 본인이 생각해도 무리한 이야기였다. 




8.



 "별건 아니고, ......그- 시간 있냐고."


 ...여기가 이승도 아니고 시간이야 늘 넘치는데? 처음엔 그 생각 뿐이었다. 주명은 옷깃을 꽈악 잡고 있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목 사이로 핏대가 드러났다. 잠시 그 이유를 떠올려다 보았다. ..아차. 곧이어 떠오른 대답에 저도 그를 따라 얼굴이 달아 올랐다. 기름을 들이 부은 것 마냥 뜨겁게, 아주 활활. 누가 더 붉은지 시합하는 것도 아닌데, 의아했다. 손등으로 뺨을 식히며 대답을 떠올리려 했다.

 올리려던 손이 뚝, 허공에 멈췄다. 네번째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은색 반지가 문제였다. 머리 끝에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미련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단지 옆에는 주명이 있다 라는 생각 뿐이다. 상대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건 바르지 못한 행위였다. 슬쩍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다 주머니 속에 밀어 넣고 냉큼 주명의 손을 맞잡는다.

 누가 먼저 발개진 걸까- 이젠 아무렴 좋은 문제다. 옷깃을 쥔 주명의 손가락이 하나 둘씩 풀리고 냉큼 사이로 깍지를 꼈다. 너머로 당황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 반응 하나하나가 새롭고 귀엽다. 반응에 저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가 화내지 않을까 싶어 냉큼 가렸지만.


 '그러고보니 이제까지 한 번도 남과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했었나....'


 ~아, 그럼 내가 처음이구나!


 기세등등하고 늘 자신만만한 주명이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올 만도 했다. 그 강하디 강한 주명이라는 요괴 남자가!!!! 처음이라는 단어가 새롭고 기분 좋게 들려왔다. 이제껏 그와의 대화 속에 늘 밀리던 차호원이 있다면 이번만큼은 당당하게 그를 당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신이 났다. 너머로 그가 도망치지 않게끔 깍지를 낀 손에 꾹 힘을 쥐었다. 남자가 옷깃을 쥐며 먼저 말를 건네올 때처럼 말이다.

 그럼 이번만큼은 주명과 당당하게 마주해 나아갈 수 있기를.

 ....뭐, 수줍은 건 똑같지만. 끙- 소리를 내며 여전히 발갛게 물든 뺨을 주체하지 못하고 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집중하자 집중해. 너머로 주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 그러니까.. 머뭇대며 간신히 입을 열어 빈 손으론 뺨을 머쓱하게 긁적였다.


 "나, 시간 엄청 많아!"


 없어도 네가 있어달라면 만들게! 본인이 생각해도 허당스러운 대답이었으나 이 이상 나올만한 말은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거짓말이 서툰 그에게 있어 뱉어내기 가장 쉬운 말이었다.


 그러니까..
 계속 같이 있을까....?


 


9.



 호원보다도 더 까만 머리칼에 그와는 대조되는 듯한 야생의 붉은 빛이 감도는 적색 눈동자. 차사들보다 더 저승사자 같은 새까만 복장의 남자. 다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도포나 남색 저고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짧은 반곱슬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한눈에 봐도 남자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나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얼굴의 반을 덮거나 팔다리 곳곳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간으로 보기 힘든 남자는 생사구에 살고 있는 필시 요괴일 터였다.

 그의 풍모에서 느껴지는 압박은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 아무튼, 무서웠다. 엄청 무섭다! 난생 처음 본 (애초에 죽고 난 다음에 오는 곳이라던데 처음 오는 게 당연했다.) 풍경과 생명체의 모습은 호원의 사지를 떨도록 만들었다. 하느님, 아무리 내가 운이 없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바보같이 훌쩍대며 신에게 빌었다. 다시 되돌아가게 해달라고. 어떤 불행을 되돌려줘도 좋으니까. 정작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신은 과로로 쓰러졌다고 말했지만- ...쓸데없이 현실성있게.

 쯧, 위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아아아 존재감만으로 성가시게 만들어버렸다. 뼈 하나 남김 없이 꿀떡 잡아먹힌다...!!! 생사구에 강제로 끌려오자마자 데드 플래그를 세우는구나. 반쯤 울음을 삼키며 호원을 눈을 감았다.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해서야 다시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나 있겠냐."


 하지만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나온 남자의 말은 호원의 예상을 깨트렸다. 호원에게 내민 손은 요괴였던 남자의 것이었다. 멋대로 혼자 생각했던 게 머쓱해질 정도로 내밀어준 상냥한 손길에 이내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붕- 붕대 요괴씨네요."
 
 이름을 몰랐으니 가장 특징적인 걸로 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 반가워요?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처음 만난 남자의 이름은 주명이었다.




 "처음엔 엄청 무서워서 막 존댓말도 하면서 님- 님 그랬었는데. 그렇지?"


 불과 며칠 전을 떠올리며 호원은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당시 모든 요괴들은 신과 같은 존재로 보였을 뿐더러 모든 게 호원에게 있어 공포 대상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반 인간들보다도 더 상냥하게 대해주는 요괴들의 손길과 행동에 불안감은 물 흐르듯 말끔히 사라져갔다.

 주명에 대한 인상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한 복장을 갖춘 것과는 달리 흉흉하게 둘렀던 붕대는 어딘가 아파 보였기도 했지만 요괴 남자는 늘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 모습이 참 부러웠고 존경스럽기 그지 없었다. 요괴라는 종족과 남자의 당돌함에 처음엔 매료되었고 그 다음엔 동경, 마지막엔 친밀감을 느꼈다.


 "-그랬는데 정말로 친해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누가 요괴랑 인간이 친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겠는가. 적어도 주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심남 호원은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친구가 되었고 호원이 생사구에 남아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이 남자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투닥거리거나 겁에 질린 것도 일부분, 반대로 웃을 땐 함께 웃었고 즐거워할 때도 함께 즐거워했다. 지쳐 매달려 있던 한심한 그를 지켜봐준 자들 중 한 명이었던 것도 이 품위가 강한 요괴였다.
 
 고마워. 적어도 네가 없었더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었겠지.
 지금까지 사귀어 본 친구들이나 옛 친구들과는 다른 신뢰감. 단 한 번도 겹쳐 본 적이 없는 이 남자는 호원에게 있어 크게 자리잡았다. 돌아간 다음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호원이 다시금 명부를 채우고 다시 죽고 돌아오게 된다면 그 또한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네가 죽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나한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어."


 멋대로 힘들어 하던 호원에게 서슴없이 다가와 멋대로 뱉어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며 가장 원하는 말을 대답해주었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잊혀져만 가던 꿈의 일이 떠오르던 밤. 제대로 시선을 마주한 적색 눈동자는 어렴풋이 그곳에서 본 동백꽃이 떠올랐지만 기이한 일이었다. 너와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두렵거나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악몽은 사라졌는가?
 그런 건 아냐.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할 업이니


 다만 네 한마디 덕분에 새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어.
 너는 내 인생에서 마음 한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라고 솔직하게 불어버리진 못하겠지만. 머쓱한 마음에 큼큼 헛기침을 하며 살짝 시선을 돌린 호원은 이내 슬쩍 손을 내밀었다. 
 
 "...정확히 다음에 만나는 건 죽은 뒤겠지만 만약 시간이 되면 꼭 놀러와."


 너는 내가 죽고 태어나고를 반복해서 몇 번이나 함께 술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주명이 채 손을 잡기도 전에 냉큼 맞잡아 깍지를 꼈다.


 나는 아마 너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마지막은 시간 오버가 되어버려서 못줬다.

주명이랑 커뮤 뛰면서 썰도 제일 많이 풀고 이벤트도 잘 참여하고 대화도 많이하고 로그핑퐁도 많이 한듯.

중간에 바빠서 선 로그를 많이 못 줬지만 ㅠㅠ 그래도 즐거웠다.

호원이같은 애랑 놀아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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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프로필 2017. 5. 17. 21:38

차호원 리얼 자세한 프로필

 2017.01.19


 아 다들 쵸로마츠 닮았다고 해서 멘붕중 (..)

 솔직히 나도 컴션 받고나서 ...??? 했다.

 사실 쵸로마츠 캐처럼 만들 의향 없었구 성격두 겁나 다른 찌질캔데ㅠ

 취향 덕지덕지 바르니 쵸로마츠처럼 됐나보다 싶구 망캐로 신청했는데 합격함 읭


설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나랑 비슷한 체계로 짜버렸다.


 전형적인 방관자 캐릭터.









이름 : 차호원


( 車 虎元 )


올곧고 강한 호랑이 같은 남자가 되라. 라는 뜻으로 붙여준 이름이었지만 젠젠 겁쟁이로 자랐습니다 할부지...!

호원이네 집안은 족보가 튼실한 집안. 할아버지가 엄하시고 옛부터 아들이 안 나와 쩔쩔매다가 호원이가 태어난 케이스. 온 기대를 받고 자라난 꼴이 요모양이라 할부지도 할무이도 머리 싸매는중.


나이 : 2017년 기준 20~21세.

성별 : 男


생일 : 7월 7일

별자리 : 게자리

혈액형 : A형

신장 , 체중 : 178 . 67

(내 자캐들 키 대부분이 178인데 이유는 내 이상형 키...ㅈㄴ)


가족 구성원 : 아빠 , 엄마 , 남동생 둘 (둘째 16살 셋째 8살)

차호현(父) , 나미영(母) , 차호민(弟,16) , 차호천(弟,8)


직업 : 간호학과 학생 → 간호사

종교 : 천주교

(내 자캐들은 전부 천주교임.. 이유는 내가 천주교니까..)

호원은 신에게 자신의 불행을 탓하지 않는다. 매주 꼬박꼬박 새벽 미사나 오후 미사에 참가해서 꼭 기도를 드림. 내용은 오늘 하루가 뭐뭐했으니 이러면 좋겠네~ 오늘은 그래도 덜 불행했던 것 같아요! 라는 식으로 대화하는 기도를 좋아한다. 몇 없는 부지런한 청년 소리를 들어서 신부님한테 예쁨받는다.






성격 : 바보 / 순진 / 바보2 / 불행남 / 둔탱 / 소심함 / 부정적 / 겁쟁이


같은 커뮤를 뛴 분들이라면 얘가 얼마나 찌질하고 부정적이고 소심한지 잘 아실듯. 생긴 건 왕재수처럼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찌질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이라 나도 굴리면서 참 대략난감했다. 다들 너무 상냥하게 대해줘서 얘의 바보 같은 면을 어디에다가 살려야 하나 싶었음. 특히나 불행적인 요소를 어디에 골라 집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팔찌를 빨리 부수도록 유도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것도 난감하고... (좀 늦게 죽이고 싶어서)

호원은 하루에 세네번 규칙적으로 공이나 새똥, 사람들이 우연히 떨어트린 물건을 정통으로 맞을 정도로 잔불행을 가지고 있다. 그게 꼭 출생 비밀이 있는 거나 어릴 적부터 버림 받아서~ 의 루트의 불행이라기 보단 잔불행. 하루에 돈을 잃어버린다거나 꼭 불량배한테 걸려서 매를 번다거나 하는 루트의 불행을 매일매일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불쌍함.. (..)

심지어는 저승에 의도치 않게 가기 전까지 여자친구 바람행각을 보고 말았으니. 으구 이 불쌍한 남자야..

정작 본인은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고 그 불행을 당연한 거라 여기고 있다. 그 탓에 나가는 조건도 다 이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 다른 사람들 눈에 얼마나 답답해 보일까 사실 나도 걱정됨..;


그치만 그에 반대로 또 엄청 착하기는 애가 착함. 저승에서 너무 폐를 많이 끼쳐서 어떻게 갚아야 하나 이만저만 걱정이 아닌 아이.



목소리 : 이츠라님 영상 참고



한창 핫한 너의 이름을 노래 찾다가 원이 목소리라면 이러지 않을까? 싶어서 찾다가 이츠라님 목소리 참고했다.'///' 목소리 넘 조음.. ㅜㅅㅜ





성향 : 올라운더

양성애자. 처음 사귄 연인의 성별은 여성. 커뮤 뛸 때도 별 생각 없었음.

이상형 : 운이 좋은 사람.. (리-얼..) ,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 굳건하고 강한 사람.
습관 : 뭐든지 메모하려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버릇 : 늘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좋지 않은 점.
좋아하는 음식 : 달달한 것 , 티라미수
싫어하는 음식 : 무말랭이
좋아하는 색 : 초록 , 파랑
취미 : 따뜻한 장판 위에서 이불 덮고 귤까면서 만화책 보기.
체력 : 윗몸일으키기 20개가 한계(..) 규칙적으로 런닝은 하는 편.
약점 : 간지러움 잘 탐.



이도연 (여자친구)
아직 헤어지지 못한 그녀. 저승에 오기 하루 전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바람행각을 목격하고 죙일 울었다.
저승에 와서도 버릇처럼 반지를 만지작 거리는데 그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행위. 사랑했다면 사랑했겠지. 처음 사귄 그녀와의 그런 식의 이별은 호원에게 큰 충격이었기 때문.
저승에 오고 난 다음 요괴와 사람, 사자들과의 이야기 덕분에 약간의 목표는 생겼다.
'돌아가서 이 반지를 제대로 그녀에게 돌려주자.' = 그녀와 제대로 헤어지자.
미련이 있다면 그거 하나 정도?

+

민기섭 (과거 절친)
3살때 엄마가 첫 동생을 임신하고 이사온 동네에서 만난 호원의 첫 친구.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갔다면 기섭은 호원의 든든한 죽마고우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호원, 기섭 7살때 둘이서 놀이터 근처에서 놀다가 기섭은 뺑소니 사고로 호원의 눈앞에서 즉사한다.
그 트라우마를 잊지 못하고 자랐다.
첫 친구였다.
운이 유독히 없어지기 시작한 건 기섭의 장례식이 끝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비공개 설정 :


딱히 없다. (진짜)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었다.
정말 가볍게 뛰려고 했던 캐릭터고, 난 조사나 약시리 커뮤 같은 건 방관자 캐릭터를 좋아한다. 호원을 측면에다 두고 각자 비설을 풀어가는 커뮤 아이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짜내고 싶었다. 그래서 딱히 비설따윈 없는 평범남 극치의 불행쟁이 호원을 만들었다.

방관형 스타일이자 선택형 스토리 엔딩이었던 차호원.

굳이 하나 비설을 넣어야 한다면
호원은 꽃과 돌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도?
이제껏 뭘 하나 제대로 찾아본 적 없는 차호원이 저것들을 잘 찾고 집에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안 했다.
다만 첫 번째 조사 때 극도록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자신 외의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어쩌지' 라는 발상 때문.

귀를 무서워하는 것은 사실이며, 그를 피할 용도가 있으면 어떻게든 하고 싶어 하나
만약 피할 도리가 없다면 제대로 '죽음'을 기반하고 생각하는 아이.

차호원은 그런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건가...
커뮤가 좀더 시리어스였으면 진작에 죽었어 넌,,, (씁쓸)


+

커뮤가 조금 더 시리어스로 들어가고, 친하다 생각했던 아이가 죽고 요괴가 되는 걸 보면서 생각했던 스토리 라인을 넣기로 결심했다. 절친이었던 민기섭이라는 아이를 끄집어 내서 '운이 없던' 차호원을 사실 트라우마가 있던 아이로 결정짓는 것.
원래 이 스토리를 꺼내자고 생각했던 기점이 '피' 였고, 정말 운 좋게도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엉엉 가람아..) 캐릭터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스토리 라인은 열렸다. 배드엔딩이랑 극복엔딩으로 나뉘는 기점으로 결정짓고 바로 끄적여 놓던 설정도 꺼내 로그도 올렸다.

옛날 절친이었던 민기섭이 죽고난 후 줄곧 트라우마로 고생해온 차호원은 자기 자신을 운이 없는 사람이라 칭했다.
부정적인 말을 타면 부정을 타고 나듯 정말로 물 흐르듯 호원은 줄곧 잔불행을 타왔다.
간호사를 꿈꿔서 대학을 온 주제에 정작 피를 보면 약간 트라우마가 있음.. ㅎㅎ 뭐, 나중에 어떻게든 극복은 하겠지만 그런 위급한 순간에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진로이기도 함.

호원의 눈앞에서 죽은 기섭은 악몽으로 나타나 매번 호원을 괴롭혔다. 그게 악귀인지 단순한 꿈인지는 알 순 없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호원은 본인을 운이 없는 사람이라 칭하게 되고 말그대로 운없남이 되었다. 운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불안해지거나 꿈을 자주 꾼다. 속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관계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커뮤 끝날 때까지 보류-


주명- 요괴 절친! (하파 하려다 거절당함) 이제껏 사귄 친구들 중에서 딱 한 명 빼고 자신을 걱정하고 위로해준 사람.. 아니 요괴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참 그가 고맙다! 손이 맵다. 다혈질! 가끔은 무섭지만 상냥해. 무엇보다 [죽지 않는다.] 라고 말해줘서 기쁘다. 헤어진 건 너무너무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보고싶어!
▶ 이후 연인!!! (대환장)
모모- 저는 당신의 일기장을 보지 않았습니다.. (달그닥그닥그닥...)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멋쟁이 사자님이랑 자주 투닥이시는 것 같으면서도 사이가 좋으시구나.. (훈_훈)
히스이- 처음에 뿔 가지고 공룡 같다고 비유했더니 죽을 뻔 했다! 사실 정말 진심으로 말한 거라 (눈치X) 더 서러웠다... 장난끼도 많고 재미있는 사.. 아니, 요괴라고 생각한다. 최근 그분과 연을 맺으신 것 같은데 뭐랄까.. 엄청 로맨틱하구나..
문주란- 당찬 누님! 누나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조사 때에도 도움만 받아 미안할 정도였다. 씩씩하고 밝은 성격을 존경하고 있다.
정한호- 어리기 때문에 더 신경이 많이 쓰였다. 작아서 귀엽다. 하는 행동은 뭐랄까 조금 애어른 같았지만 아무렴 어때. 친동생이 자꾸 생각나서 더 신경이 쓰였지만 같이 돌아갈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나중에 만나서 맛있는 거 하나 사주고 싶어.
남이연- 드립 우주 최강인 이연씨.. 볼 때마다 재미있으신 분인데 정작 하신 말씀이 진심이 담겨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미야노 쿠키-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요괴라고 했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눈치 100단>에 대한 책을 읽는 걸 보았을 때 2차 놀랐다...!! 덕분에 좋은 책을 받았지만 모서리는 아팠어요..ㅠㅠ
하운- 예쁜이라고 불림받아서 조금 부끄럽다. 이걸 어떻게 순화시킬까 생각하다가 멋쟁이 사신님이라고 불리게 됐는데 역시 부끄럽다. 돌아가기 전에 당구 쳐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유메 슌케이- 역시나 상냥하다! 이곳은 상냥한 사람 천지들인가!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동에 품위가 느껴진다. 눈동자가 정말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먼지폭탄을 맞았을 때 걱정도 됐던 사람....이었는데 요괴라니! 머리 길어! 요술인가! (대흥분)
한가람-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술의 재주가 보통이 아니여서 감탄했다. 처음으로 웃는 게 어색하지 않고 어울린다고 들었다. 정말로, 정말로 그 말을 듣고 기뻤는데... 그 순간 곧바로 칼을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던 너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돌아가는 길의 끝이 죽음이고 가야 하는 길의 끝이 죽음이라니 슬프네.
하즈키- 처음엔 조금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곧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바보 같았다. 사과하고 싶은데 애초에 사과할 짓은 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 사과했다. 랄까 인간을 좋아해요? 여기 있잖아 인간!
이하얀- 정말 당찬 소녀다.. 정확히 정점을 찍어 말하는 게 용하다고 생각했다. 자신감도 강하고, 여러모로 존경스러운 사람. 하지만 그와 반대로 걱정도 된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깊어서 그런 걸까. 걱정이 된다.
서화- 꽃을 드시고 키우는 요괴!!! (흥분) ㄱㅏ장 많은 요술을 보여주어서 신나고 좋았다. 함께 나무를 기르기도 했는데 정말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같이 길러보고 싶네요. 연을 맺게 된 점 축하드려요.
진수- 까마귀 요괴라고 들었을 땐 놀랐다. 까마귀한테 많이 괴롭힘을 받아서.... 사과의 표시로 유리구슬과 다이아몬드를 받았는데 평생 괴롭힘 받아도 좋다고 생각해버렸다 (..) 고맙다고 채 인사 드리기도 전에 그렇게 가버려서.. 많이 미안하고, 또 많이 고마웠던 요괴분.






~ 남자의 미래 ~

커뮤 끝날때까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