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원/아심여칭 2017. 5. 17. 22:46

효능이 없어 효능이

2017.02.10

*오리지널 엔딩 몇 년 후 ver.




 "민이 형! 나 축구연습 있는데 잠깐만 차로 데려다주라."
 "나 여친이랑 놀기로 했거든? 지하철 타고 가면 되잖아."

 "아아~ 좀!"


 지하철 탈 돈 아깝단 말야! 내 기름값은 안 아깝고? 두 동생이 아둥바둥 투닥대는 모습을 보며 호원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옆에서 가만히 밥을 퍼먹었다. 벌써 중학생이 된 막내 동생이나 대학생이 된 동생이나 그저 호원의 눈에는 어리게만 보였다. 치사해 치사해! 징징대던 막내 동생이 둘째 동생에게 매달려 투덜댔다.


 "아- 진짜! 호원이 형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던지! 저 인간 약속도 없어서 시간 나보다 많거든!?"

 "싫어!!!! 원이 형 운전 못해서 불안하다고!!!!"
 "(상처) 옆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 화살로 찌르지 좀 마라 너희...."


 웬 봉변이야.. 밥먹다 말고 느닷없는 두 동생의 공격에 호원이 퍽퍽 가슴을 두들대며 쿨렀댔다. 턱 막히는 목구멍 너머로 꿀꺽꿀꺽 찬물을 넘겨 마셨다. 


 "아니, 말 한 번 잘했다 내 새끼들."


 다시 슬쩍 반찬에 젓가락을 놀리려 하니 동시에 밥솥을 쾅! 떨어트리던 그들의 엄마가 인상을 콱 찌푸린 채 호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으음.... 집어 삼킬 듯한 시선에 히끅 딸꾹질을 한 호원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나이도 슬슬 30을 바라보면서 어? 주말에 약속 하나 없어. 네가 왕따야?"

 "나 아직 27살이야 엄마...; 그리고 일 힘들어 죽겠는데 주말은 좀 ㅅ"

 "호민이는!!! 어!?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떡! 여자친구도 만들었는데! 장남은 뭐 없어?!"
 "커흑."


 왜 이 이야기 안 나오나 했다... 호원은 슬쩍 마음의 귀를 닫았다.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야 안 들어도 뻔했기 때문이다. 너는 언제 여자친구 만들어서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하는 둥둥.... 어차피 호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허겁지겁 밥을 입안에 밀어넣고 깔끔하게 물을 들이켰다.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에 익숙해진 장남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녀가 가늘게 눈을 뜨며 조용히 물었다.


 "너 선 볼래?"
 ".....아 엄마!"


 그건 진짜 아니다! 빽 소리를 높인 호원이 질색하며 소리쳤다. 또 뭐라 할 새라 급하게 자리에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 나이 먹도록 여자 한 번 안 데려오니까 나나 너네 아빠가 걱정하는 거지! 같은 병원이면 아는 사람도 많잖아."

 ";;; 됐어- 난 그렇게 인연 맺는 거 안 좋아해."


 한 번 상처도 있었고... 작게 웅얼대던 호원이 몸을 웅크려 신발을 갈아 신기 시작했다. 아아-! 원이 형! 막내가 우다다다 축구공을 껴안고 달려오며 소리쳤다. 나 데려다 달라니까! 결국 둘째에게 완곡히 거부를 당했던 모양인지 울상인 얼굴이다. 내 운전은 불안해서 싫다며? 호원은 픽 웃으며 동생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형 운동하러 갈 거야. 그냥 지하철 타고 가- 안 봐도 뻔하지, 너 피씨방으로 다 썼지?"

 "으윽..."

 "자업자득이거든요! 으하하, 형 다녀올게."

 "차호원! 엄마 이야기 또 안 듣지!"


 나가려는 호원을 붙잡는 건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었다. 호원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슬쩍 몸을 틀고 오른팔을 보이듯 그녀쪽으로 흔들었다. 빛에 반사되는 파란색 비즈 팔찌가 호원의 움직임에 따라 살짝살짝 흔들렸다. 미안해요 엄마. 눈 꼬리를 잔뜩 휘어 호원이 활짝 웃었다.


 "난 운명을 믿는 사람이라서."


 의미 모를 말을 한 탓에 아이들의 어머니를 포함한 두 동생들은 '뭔 개소리야.'라는 얼굴이었지만.




* * *



 매일매일이 흐릿한 네 세계에서도 눈은 내릴까. 너는 나와 같이 하얀 눈을 보고 있을까. 매일매일 길을 걸으며 그 생각을 해.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던 이 세계를 가끔 너와 걸어가 보고 싶다고도 생각해. 네 세계와는 다른 풍경에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척 하면서 대뜸 헛기침을 하지 않을까. 그런 너를 못 본 척 해주며 목도리를 둘러줄게.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네가 입은 옷은 조금 얇아 보이니 우리 세계의 옷도 입혀줘야지. 넌 뭐든 잘 어울릴 거야. '이 얼굴에 당연한 거 아니냐?'라면서 우쭐해하는 얼굴을 보겠네. 귀엽겠다.


 그렇게 옷도 따뜻하게 입은 뒤 만만의 준비를 갖추면 너랑 손을 잡을 거야. 낯간지러운 짓 좀 그만 해달라며 부끄러워하는 널 꿋꿋하게 손을 잡아 길을 걸을래. 남들이 이상하게 보든 들여다 보든 무슨 상관이야, 확실히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아무렴 어때? 너랑 같이 걷는 게 내 소원이었고 그걸 이루는 중일 테니까.


 그렇게 꿋꿋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면 어딜 갈 거냐고? 글쎄, 어디를 갈까. 너에게 이 세계가 모두 새로운 것일 테니 천천히 소개시켜 줘야지. 내가 다니는 병원도 알려주고 내가 운동하는 공터도 보여주고 그렇게 가다가 붕어빵이라도 하나 사먹을까. 금은보화는 무리겠지만 네가 먹고 싶다는 것 정도는 사줄 수 있도록 돈도 많이 모아둘 거야. 차호원 이거 맛있네! 네가 좋아하면 나도 정말 기쁠 것 같아.


 그 다음엔 뭘 할 거냐고? 술을 마셔야지! 치맥이라고 알아? 너한테 정말정말 먹여주고 싶었던 음식이었는데! 맥주엔 당연히 이거지! 라면서 술의 정석의 안주를 알려줄 테야. 맛있게 먹는 너와 짠 건배도 해보고! 그리고 새벽까지 낄낄대며 마시고 먹고 대화도 하고 그렇게 실컷 너랑 놀고 싶다. 실컷 네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너랑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 * *



 행운이 오는 팔찌.

 미신이지만 믿어봐도 어때?

 이게 네 운명의 사람을 끌어당겨줄 텐데.


 "그렇게 말했었는데.'


 내 운명은 너무 멀리 있어서 끌어당겨 지지가 않네. 허탈하게 웃으며 손바닥 안에 감겨지는 팔찌를 눈에 담았다.









짧게나마....

엔딩 후에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흐흑 주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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