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원/여러 AU 2017. 11. 21. 00:24

이누야샤 AU

 

 

 

1.

 

 

  “사혼의 구슬이요?”
  “그래, 이것만 있으면 가족은 화목하고 사업을 번창하게 해주지.”
  “...그래서 이런 구슬을 팔겠다고요? 할아버지.. 이런 열쇠고리, 요즘엔 인기도 없는데....”
  “녀석, 뭘 알아야 그런 소릴 하지! 사혼의 구슬은 이래봬도 이 절의...”


  무릎 위에 얌전히 앉아 있던 아가가 구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동그란 것만 보면 환장하는 녀석이니. 새하얀 몸을 바싹 세우며 노란 눈을 가늘게 떠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야옹, 하고 울며 구슬에 손을 뻗기 시작한다. 


  “호원이 형아! 아기가 구슬이 마음에 들었나 봐!”
  “그럼 뭐해. 고양인 이런 열쇠고리 살 돈도 없는데...”


  이내 구슬에게 손을 뻗던 아기가 호원의 무릎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거야 원, 아기가 삼켜버리기 전에 치워버리든 해야지. 


  “잘 들어라 호원아!”


  할아버지는 호원이 다른 곳으로 정신이 팔렸던 게 영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아아, 그가 한 번 ‘이 절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멈출 도리가 없는데. 호원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옆에 어린 동생 호천이 고양이 아기를 끌어안으며 꺄르륵 웃었다. 


  참, 그러고 보니


  “우리 500년 역사로 이루어진 이 절에 내려오던 사혼의 구슬 말이다....”
  “그런 시시한 것보다 할아버지! 내일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죠?”
  “음?”


  노인은 동그랗게 눈을 뜨며 첫 손주를 가만히 지켜보다 이내 인자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나이를 먹었어도 귀여운 손자녀석 생일 하나 잊어버릴 것 같더냐? 자랑스럽게 말하는 할아버지에겐 다행히 지겨운 절 이야기를 꺼낼 틈은 없어 보인다.
  헤헤헤. 호원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 뒤로 노인이 주섬주섬 구석에 무언 갈 찾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 있을 텐데. 미리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와! 설마 선물이요!?”


  그는 건넸다.
 시커멓게 타들어가선 말라 비틀어진 정체불명의 생명체의 손모가지를. 


  “구하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이건 말이다. 일본 유명한 신사의 호수에서 발견되었다는 행복을 부르는 캇파의 손 미이라다!”

  “.....


  그가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 


  “애초에 그 유래는 말이다!”
  “아가야. 자, 간식.”


  호원은 아가의 입에 구슬 대신 먹이를 물려줬다. 


  “야, 아깝게 뭐하는 짓이냐! 요 녀석 아가! 빨리 내놓으... 커헉!”


  놀라 자빠진 할아버지가 아가를 향해 뛰어들었지만 고양이는 날쌔게 캇파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린 오징어를 물고 냅다 거실로 뛰어가 버렸다. 그가 낑낑대며 겨우 고양이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면, 어린 동생은 신이 나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뛰쳐나갔다. 


  ‘아아, 유래.. 유래 진짜 지겨워.’


  유래 유래 말을 토해내는 할아버지는 오래된 절을 이끄는 가문의 마지막 신관. 라며 말을 늘여놓지만 애초에 스님도 아니고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평범한 나의 할아버지다.
  아버지는 평볌한 회사원. 엄마는 평범한 주부. 삼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나도 평범한 중학생에 어린 남동생이 둘 있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가족이다. 그 지겨운, 유래라고 말하는 절만 빼면 말이다.
  우리 집은 정말로 오래된 절. 약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신목도. 무언가 꺼림칙한 기색이 드는 뒷간의 말라버린 우물도 뭔가를 유래를 가지고 있다며 할아버지는 입이 닳도록 말하고 있지만 신경을 써 본 적도 없고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다.


  15살이 된, 오늘까지는...

 

 

 

 

2. 

 

 

  “뭐? 아기가 사라졌다고?”
  “정확힌, 뒷간의 우물 안으로 들어가버렸어.”
  “혀엉아아~”


  막내 동생이 울먹이며 호원의 바지자락을 잡아끌었다. 호원의 둘째 동생인 호민은 괜스레 괜찮은 척 표정을 짓지만 눈가에 물든 눈물을 감추긴 어려운 듯 보였다. 으음, 곤란하네. 이내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 호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호원이 작게 앓았다.
  낡은 우물가가 있는 뒷간은 애초에 절 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는 공간이다. 우물은 말라버려 사용할 수도 없고, 애초에 집 내에 물이 나오고 있으니 그저 그 놈의 유래 상으로 남겨 둔 곳일 뿐. 하지만 워낙 절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을 뿐만이 아니라 어딘가 섬뜩한 부분도 남아있어 호민, 호천을 포함한 호원도 옛날부터 다가가지 않던 장소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집에 기르던 고양이가 이곳으로 들어갈 줄이야.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뒷간 안쪽엔 야옹~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호천이 꺽꺽 울며 아기를 꺼내 달라 보챘다. 호민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걸 보면 무서운 모양이었다.


  “정말.. 학교 가야 하는데...”
  “형아아~! 아기 데려와아~!”
  “네네, 알았다 알았어...”


  어린 동생들을 뒤로 밀어두고 호원은 태연히 우물이 있는 뒷간 안으로 내려갔다. 낡은 나무 계단을 밟으면 끼익, 끼익 하고 불안한 소리가 울렸다. 부서지는 건 아니겠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온 호원은 잽싸게 우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쿵쿵 하는 소리가 울린다.


  쿵,
  쿵쿵


  “무슨 소리야 형!?”
  “누가 있어어~!!”
  “고양이겠지...”


  그런데 이상하다. 우물 근처로 다가온 호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라버린 우물 위론 나무판자로 막아둔 뚜껑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엔 불안하게 수많은 부적들로 붙여져 있었다. 있었는데,


  ‘...우물 안에서 소리가 나는 거야?’


  야오옹


  “아!”
  “아기다!”


  그 소리에 집중하기 전에 다행히 아기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호원의 발편으로 다가온 하얀 고양이의 모습은 금방 눈에 띄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작은 아기 고양이를 안아다 웃었다. 두 어린 동생들의 얼굴에도 금방 긴장에서 안도감으로 변했다.


  방금, 까진.


  “....?”


  호민이 눈을 비볐다. 막 계단을 올라오려는 형의 뒤로 우물이 빛나기 시작했다. 빛날, 리가 없는데...? 잘못 봤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막내 동생인 호천이 소리를 질렀다.


  “호원이 형아!!”


  빛나기만 하던 우물이 커다란 소리와 함께 우드득, 하고 판자가 뜯어졌다. 어라? 호원이 안고 있던 고양이 아기가 발버둥을 치며 호원의 품에서 벗어났다. 우물이 부서졌다. 수많은 하얀 물체가 호원의 어깨를, 배를, 다리를, 팔을 감싸 뒤로 끌어당겼다.


  ‘....어?’
  “형아!!!!!”
  “호원이 형!!!!”


  호원은 우물 속으로 끌려 빠져버렸다.

 

 

 

 

3.

 

 

  - 힘이.. 넘치고 있어... 아아, 기쁘다..
  - 드디어... 드디어...?


  발가벗은 여자가 내 몸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아니, 여자가 맞아?
  그녀의 몸은 아주 괴상망측했다.
  맨몸의 나체는 분명 여성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눈은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채였고 그녀가 쾌감에 젖어 입을 벌리면 그 입안은 상어의 이빨처럼 수백 개의 이빨이 입천장까지 달라붙어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팔은 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주 많은 팔들이 있었고 그 중의 대부분은 나의 몸을 옥죄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거... 꿈이야?


  - 그래 너, 가지고 있지?


  여자의 손에 호원의 머리를 잡아챘다. 그 덕에 더 많은 그녀의 적나라한 신체가 호원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의 몸이 아냐. 호원의 눈동자가 떨렸다. 지네, 벌레의 등껍질이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가 흔들고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미 말라버린 뼈가루에 불과했지만 이상하게, 그것은 느려도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다. 완벽한 괴물의 형태로.


  - 너 가지고 있구나. 가지고 있지!?
  “와아악, 뭐야 당신!!!!”


  호원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기분 나빠! 살려줘!!!! 벌레의 몸이 제 몸을 느글느글 타고 올라왔다. 악, 악 뭔데 이거!!!! 격앙된 얼굴로 호원이 겨우 자유로워진 한 쪽 팔을 여성의 얼굴을 밀었다.


  그리고 다시 새하얀 빛이
  빛이
  강력한 빛이 손 끝으로.
  여자는 점점 더 멀리.


  - 너, 이 녀석... 놓치지 않을 거다.... 사혼의 구슬이여.....!


  ‘사혼의 구슬....!?’


  정신을 차리면 여자의 형태를 한 괴물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뭐지 방금은..? 가쁜 숨을 내쉬며 호원이 떨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나? 새까만 우물은 어딘가 조금 밝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째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기도.. 호원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설마 진짜로 꿈인가?
  그리고 호원의 눈앞에 보이는 건 금방 제 몸을 감쌌던 괴물의 팔 한쪽이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었다.


  “꾸, 꿈이 아니었어...!?!?”


  서늘한 느낌이 소년을 덮쳤다. 나, 나도 이런 건 무섭단 말이야...! 내가 본 건 뭐지!? 귀신!? 드디어 이 낡아빠진 절도 저주받았다 이건가...! 파르르 떨리는 몸을 감싸고 호원은 제 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치사하게, 도망간 거야...!?’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호원은 다시 두리번거리며 올라갈 수 있는 나무줄기를 찾았다. 불안하긴 해도 계속 이 팔 한쪽과 같이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호원은 나무줄기를 붙잡고 우물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발이 미끄러져 우물 아래로 엎어지긴 했지만, 익숙하게 흙투성이가 된 교복을 털어내며 호원은 다시 몸을 일으켜 우물을 올라탔다. 넘어지는 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다행히 조금씩 요령이 생겼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약간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은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는 새의 울음소리들. 시원한 바람.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순간 호원의 주위로 맴돌던 하얀 나비들.
  그 의문을 깨끗하게 해소시켜주는 건 겨우겨우 우물 밖으로 나온 순간. 낡은 우물의 나무 판에 매달린 호원이 끙끙대며 밖으로 몸을 꺼내면 밝은 빛이 소년을 감쌌다. 후우. 가벼운 숨을 내쉰 호원이 고개를 들어 올리면 낡고 먼지 가득한 뒷간의 침침한 배경 대신 자연의 아름다움이 뻗어져 있는 외딴 곳의 숲속이 호원의 눈앞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여기...... 어디?”

 

 

 

 

  4.

 


  옛날부터 운이 안 좋단 얘기는 수없이 들어왔다.
  뭐, 공감은 한다. 차호원이란 소년은 운이 좋지 않다. 하루에 몇 번이나 불운에 휩싸이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워낙 걱정이 깊은 부모님은 어디 씌인 게 아니냐며 절 가문의 손자인데도 불구하고 무당집에 데려갈 정도였으니 이쯤이면 말 다했다. 걸어가기만 해도 기본적으로 두세 번 엎어지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린다. 개똥을 밟거나 새똥을 얻어맞거나, 불량배에게 삥을 뜯기는 건 일상 중의 일상. 중요한 시험은 불운과 불운이 겹쳐 망치거나 치루지 못한 적도 많다. 여태까지 제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 본 적이 있던가? 불운 없이.
  솔직히 갑작스레 우물 속으로 끌려가 정체모를 괴물에게 먹힐 뻔 하고, 또 우물 밖으로 나왔더니 있어야 할 뒷간 대신 웬 평화로운 숲속이 보이는 것을 보며 나 자신은 불안 대신 ‘그럼 그렇지’라며 납득을 하고 말았다.
  일어날 리 없는 판타지같은 상황에 호원은 어딘가 침착했다. 그래, 진정하자. 어쩌면 우물 안에 그대로 떨어져서 기절했을 지도 몰라. 그리고 이 세상은 꿈일 지도 모르지. 하는 마음에 뺨을 꼬집어 봤지만 꽤 아프다. 음, 꿈은 아니라는 걸로.
  결국 나무와 풀밖에 보이지 않는 이 숲속에서 호원은 자신의 가족을 찾으러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호민아?! 호천아아!”


  한참을, 한참을 다시 불렀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아가!!!”

 

  하지만 아무리 불운이라고 해도, 침착했던 마음이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도 어쩔 수 없다. 여긴 분명히 우리 집일 텐데, 왜 절이 없어져 버린 거지? 불안한 느낌과 함께 호원의 눈앞에는 다시 커다란 나무가 들어왔다.


  저건... 절에 있는 신목이다!


  “다행이다! 우리 집 근처구나!”


  알게 된 순간, 발은 더 성급해진다. 호원의 앞길을 가로막는 풀숲을 낑낑대며 헤쳐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풀숲을 헤쳐 나가면 익숙한 신목이 호원의 앞에 다시금 존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바라던 집과는 달리 커다란 수호신의 나무 한 그루와 함께 또래의 한 소년이 잠들어 있었다.


  나무에 매달려 정확히 왼쪽 가슴에 칼이 박혀,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한 남자가.
  그 존재는 어딘가 신비로워 보였다. 심장 부위에 정확히 칼이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것 같았고, 그가 입고 있는 붉게 물들인 옷도 어딘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한 쪽 눈에는 낡아 보이는 붕대까지 감고선, 어딘가 신비로운 소년의 느낌은 단지 그것들뿐만이 아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남자의 흑발이 천천히 흔들렸다. 호원이 그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 뭐하고 있는 거야? 조심스레 물어도 대답은 없다.


  그래,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이거, 인간의 귀가 아닌데....”


  소년의 귀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개의 귀가 붙어 있었다. 
  뭐냐 이거 만져보고 싶어.


  호원은 잠시 동안 소년의 귀를 만지고, 만지고 만지고 만지고 또 만지다


  “거기 수상한 녀석! 누구냐!”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병사들 무리에게 자연스레 끌려가고 말았다. 아니, 잠깐 그 전에 병사~!? “수상한 사람이 아닌데요!”라고 말해도 들어줄 턱없는 자들은, 호원의 교복을 보며 이국의 수상한 복장이라 칭하며 소년을 질질 끌고 갔다.

 

 

 

 

5. (스킵하고 눈을 뜬 주명이랑 만났을 때)

 

 

  저 괴물, 꿈에서 나타난 거 아니었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일단 어떻게든 없어진 거 아니었냐고!!!! 괴물은 ‘사혼의 구슬’이라 칭하며 호원의 뒤를 바싹 쫓아왔다. 어떻게든 마을 사람들만은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도망쳤지만 이대로 가단 내가 반대로 잡아먹힐 게 뻔하다!!! 비명을 지르며 우물 쪽으로 어떻게든 달리고 달리고 달린 호원이지만 괴물이 빨랐다.
  괴물의 꼬리가 호원의 앞을 후려치면 그 땅은 갈라지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호원의 몸이 날아갔다. 비명을 지를 틈은 없었다. 가볍게 날아간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머리의 충격과 몸의 지릿지릭한 쓰라림에 호원이 작게 신음했다. 으으, 이러다 진짜 죽겠어...!


  “아파 죽겠네...!”
  “야, 원! 겨우 지네요괴 같은 시잘 데 없는 녀석을 상대로 뭘 꾸물대고 있는 거야?”
  “뭐?”


  갑작스레 호원에게 말을 꺼낸 존재는, 나무에 매달려 있다. 정확힌 가슴에 칼이 꽂혀 있는 상태로. 커다란 신목에 매달려서 죽은 듯이 잠들어있는....... 랄까, 평범하게 눈 뜨고 말하고 있는데? 살아있어? 
  무슨 일이야. 호원이 끔뻑끔뻑 눈을 깜빡이면 소년은 답답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비아냥이 가득 담겨져 있다.


  “한 번 휘두르면 끝이잖아. 나를 죽였을 때처럼. 오, 아니면 네 명검이 아니면 무리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무슨 소릴...”
  “아아, 하긴 그렇지. 네 저주 받은 명검이 또 한 개 더 있겠냐? 더럽게 칼만 가려선.... 하?”


  남자가 인상을 잔뜩 구겼다.


  “뭘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원.”
  “아까부터 원, 원 하는데.... 아니, 그 원이 맞긴 해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나 알아?”
  “알지. 멍청한 신관.”
  “아니거든!?”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거 아냐 이 녀석!? 남자의 붉은 눈이 호원을 향했다. ‘멍청한 놈이 또 어디 있냐’라는 얼굴이다. 아, 젠장 처음 보는 사람인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인다...!


  “뭘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난 멍, 멍청한 것도.. 신관도 원이라는 사람도 아니야!”


  ‘멍청하다’라는 말 때문에 울컥한 호원은 뒤에서 바짝 쫓아오던 괴물의 존재도 잊어버린 채 소년이 있는 나무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 또한 아니라고 부정하는 호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 마! 이런 구린 냄새를 풍겨대는 신관 녀석이 또 누가 있어!?”
  “뭐, 뭐... 일단 나 옷은 더러워도 마을에서 제대로 씻엇...! 가 아니라 그 신관이 아니라니까! 평범한 중학생이야!”
  “중학생!? 그건 또 뭔데..... 어, ”


  버럭 화를 내던 소년이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미묘한 얼굴로 호원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 얼굴은 어딘가 어색하지만 호원을 상대로 ‘처음 보는 존재’로 인식한 눈동자였다. 그 녀석 냄새가 아니네...? 웅얼대는 소년의 목소리에 호원이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알았어? 그 신관이라는 사람이 아니라니까. 이름은 비슷한 것 같지만... 내 이름은 호원이야. 차.호.원”


  소년은 데굴데굴 눈을 굴리더니 이내 천천히 호원의 시선을 피했다.


  “원은, 그.... 좀 더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녀석이다... 너처럼 멍청해 보이지도.. 못생기지도 않았어.”


  허, 방금 눈앞에서 엄청 실례되는 얘길 들은 기분인데요?

 

 

 

 

 

6. (다시 스킵..)(단순한 대화)

 

 

사혼의 구슬이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요괴들이 나타나 판을 꾸미겠지. 그 구슬을 가지게 되면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테니 악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낼 게다.”

사혼의 구슬이란 거, 정말로 있었구나... 왜 내 몸에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어제의 요괴처럼

단순히 요괴뿐만 아니야. 인간도 그 구슬을 탐내는 존재들이 많을 게다. 이 녀석처럼 말이다.”

구슬이나 내놔 멍청아.”

멍청이가 아니라 호원이래도! 애초에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걱정 말거라 호원아. 염주의 위력을 알게 된 이상 이 녀석도 쉽게 손을 뻗칠 순 없겠지. 사혼의 구슬을 노리는 놈들 중 하나여도 일단은 안심이다.”

왜 사혼의 구슬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거야?”

반요로서의 불안정한 반절의 존재를 완전한 존재로 갖추려면 사혼의 구슬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 따윈 당연히 생기는 법이지.”

할멈, 아까부터 날 아는 것 같이 말하는 데 당신 뭐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네가 잠든 후론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난 널 봉인한 원이라는 신관의 여동생 연이다.”

여동생....? ......마을에서 한창 떠받치던 그 꼬맹이가, 쭈글쭈글한 할멈이 됐다고?”

그 뒤로 시간이 꽤 지났으니 말이지.”

, 인간들이란... 빨리 늙는 게 영 시원찮아. 안 봐도 뻔해. 원 그 녀석도 탱글탱글 재수 없는 웃음만 흘기는 영감탱이가 됐겠지.”

원이 오라버니는 죽었다.”

“....”

널 파마의 검으로 봉인한 바로 그 날에 죽었지. 너도 알고 있겠지? 무녀만이 쓸 수 있는 정화의 힘이 담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그 칼을 쓸 수 있는 건 오직 살아남은 신관이었던 오라버니뿐이었다는 걸.”

“.....”

, 그래도 신관은 신관. 남자는 남자. 순순히 파마의 힘을 다룰 수 없었으니 약해진 몸을 봉인을 한 이상, 오라버니도 명을 끌고갈 수 없었어.”

역시 재수 없는 놈은 일찍 죽는다 이건가. 속이 다 후련한데.”

안심하긴 이를 거다 명. 호원, 아마 저 아이는 오라버니의 환생일 테니까.”

?”

?”

환생, ? ..... ?”

저런 멍청한 녀석이 원을?”

, 멍청하지 않다니까!!!”

 

 

 

7.

 

 

  원이란 사람은, 한 무녀를 지키는 신관 중에 한 명이었던 모양이다. 대대로 악한 사혼의 구슬을 정화시키기 위해 정화의 능력이 깊은 무녀의 곁을 지켜, 그녀 존재가 악해지지 않도록 요괴에 눌리지 않도록 사혼의 구슬을 정화시키고 지킬 수 있도록 받쳐주는 존재를 신관이라 부른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많은 신관들 중 그는 조금 특별했다. 정화의 능력을 가진 무녀인 연이라는 오빠였던 그 남자는 똑같이 무녀를 닮은 정화의 힘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무녀는 아니었다. 무녀를 지키는 신관. 그는 정화 대신 정화의 일을 하는 무녀인 연을 지키는 신관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검은 그 정화의 힘, 파마의 힘이 깃든 검으로서 모든 악한 요괴를 베어버린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남자가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요괴들이 몸을 떨고, 그 존재는 하늘과 땅을 울렸다. 신관은 강했다. 검과 한 몸이 된 신관은 무녀와 구슬을 지켰다. 


  “라는 건 다 구라지.”
  “엑, 구라야!?”
  “원의 힘은 대단했지만 그릇이 쓸만하지 못했다고. 허황된 소문만 널리 퍼졌었지.”


  단지 그 검의 힘만은 사실이라, 모든 신관들이 쓰는 검은 원이란 신관이 다루고 만들어냈다고 주명은 말했다. 어딘가 탐탁해 보이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 녀석은 살생을 싫어했어. 검은 잘 다뤘지만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재수없는 녀석이었지.”
  “저기, 지금 그 환생이라는 사람이 나인 건 알고 말하는 거지...?”
  “그랬던 녀석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처음으로 죽인 게 바로 나야.”
  “....”

  “정확힌, 봉인당한 거지만.”


  생각해보면 못 죽이는 게 아니라 안 죽였던 거였군. 소년은 입 꼬리를 올리며 몇 번이나 상대의 험담을 날렸다. 마치 자신이 욕을 먹기라도 하는 양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호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컷 깎아내리는 주명의 얼굴에서 어딘가 외로움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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