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츠미다 시온/현대 2017. 5. 17. 22:13

이야시온 / 너의 이름은 1,2

2017.01.12

2017.02.06







* 스포 주의

* 앤오님이 아직 '너의 이름은' 을 안 보셔서 스포 아닌 정도까지만 썼다.

* 인법첩 이야기 섞음.




1.


 전생

 전생의 윤회

 결국 모두 다 같은 거라더라.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돌아 만나는 운명이 전생이라더라

 너와도 그러겠지.




2.


 "나는- 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입니다."


 그 남자는 바다를 닮았다.

 바다는 남자를 사랑했다.

 남자도 바다를 사랑했다.


 그래서 조금 질투했던 걸지도 몰라.

 진심이 담긴 남자의 말에 조금은 양 뺨이 붉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다행히 바다는 황혼에 물들어 얼굴과 비슷한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둔한 이 남자가 자신의 사고를 눈치챌 리가- 아니, 눈치채지 않았으면 했다. 남자는 익숙하게 나무 위로 올라타 정점에 자리를 잡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철럭대며 하늘과 세상을 뒤삼킬 파도가 바다에 철렁거렸다. 자신에게는 늘 같아 보이는 이 풍경이 남자에겐 매번 다른 세상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바다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은 매번 달랐기 때문이다. 바다를 미워하면서 그런 눈을 하며 바다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아마 너보다 먼저 죽겠지."


 남자를 계속 바라본 터라 가슴이 간지러웠다. 시선을 피한 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놓았다. 그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조금 속이 쓰렸다. 조용해진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새로운 말을 꺼내려 했다.

 "-그렇다면 입니다." 입을 연 것보다 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바다의 바람과 노을빛이 너를 품었다. 황혼의 빛이 너를 감돌며 아름답게 빛났다. 남자는 아름다웠다. 그 풍경에 시선이 멀었다. 눈을 빼앗겼다. 너는 웃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엔 내가 너보다 먼저 죽을 거야."


 아쉬웠다면 그 말을 한 네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는 것.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3.


 하지만 역시


 누가 먼저 죽고 나중에 죽는지보단

 함께 같이 죽어가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은데.

 당시엔 절대 꺼낼 수 없던 말. 




4.


 눈을 떴을 때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좀처럼 멎지 않는 눈물을 훌쩍이며 잠옷 소매로 닦기 위해 손을 들었다.  시골의 밤은 숲의 바람 때문에 추워서 분명 수면 잠옷을 입고 잤을 터였는데 팔에는 서늘한 느낌이 감돌았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너머로 올려둔 핸드폰이 징징 울렸고 대충 팔을 휘적대며 잡으려던 순간 무거운 몸이 아래로 쑥 쏠렸다. 한순간이었다.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진 몸이 바닥에 얼굴이 부딪혔다. 아른아른대는 고통에 끙끙 손으로 얼굴을 문지렀다. 어쩐지 손가락 끝이 까슬까슬했다.


 "우우, 아파라아..."


 혼자일 터인 방 안에 걸걸한 낮은 목소리가 울리자 놀란 시오나는 퍼뜩 얼굴을 들어올렸다. 아, 아빠?! 아빠라고 하기엔 살짝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낯설고 처음 들어본.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린 순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오나가 떨어진 곳은 침대였다. 그녀는 따땃한 온돌방 위에 이불을 깔은 후 잠을 잔다. 이런 침대, 본 적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낯선 텔레비전과 옷장, 벽에 걸린 처음 본 교복과 그 옆의 수영복과 물안경. 책장에 진열된 수많은 트로피들. 시오나는 어벙벙한 얼굴로 바보 같이 입만 벙- 벌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 여긴 어디.. 힉!"


 또 목소리! 생각하는 대로 튀어 나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잔뜩 겁을 먹었다. 잠깐, 생각하는 대로라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시오나는 설마 싶은 마음에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빨간색 반팔티 가운데엔 커다란 별이 그려져 있었고 바지는 무려 트렁크 팬- 그녀가 이런 걸 입고 잘 리가 없었다. 이마저도 큰 문제인데 하나 더 커다란 난관이 있었다. 막 면도한 듯한 단단한 다리 사이. 그녀는 조심조심 손을 사타구니 쪽으로 내렸다. 


 아


 "꺄아아아아아아악!!!!!"

 "이야쨩 시끄러워!"


 쾅! 벌컥 문을 연 곳에는 귀여운 소녀가 서 있었다. 막 일어난 듯한 헝클어진 주황색 긴 머리카락과 시오나와 비슷한 앙증맞은 귀여운 수면잠옷. 연분홍으로 물든 수면잠옷은 확실히 앙증맞았다. 단지 잠옷만 예쁜 건 아니었다. 인형 같은 외모에 프랑스 혼혈아 마냥 이국적으로 보이기도 한 얼굴의 눈동자 색은 마치 퍼플의 깊은 자수정 색 같았다. 작은 입술이 우물대며 소녀는 잠투정을 부렸다. 아직 여섯시밖에 안 됐어. 이따금 하품을 하며 소녀가 말했다.

 귀여운 걸 끔찍하게 좋아하는 시오나에게 이 아이와 맞닥뜨린 건 행운일 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일에 시선이 뺏긴 뒤였다. 다- 달려, 달려- 달려있어어억!!!! 시퍼렇게 변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시오나의 붉어진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는 베개를 품안에 꽉 끌어 안으며 태연히 기겁해하는 시오나에게 팩트를 날렸다.


 "이야쨩 거니까 당연히 달려있지."

 "아..아- 아- 아아-"


 내 게 아냐아아아아아!!!!! 질겁한 시오나가 아파트가 부서질 것 마냥 꽥 소리를 질러댔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시오나는 시오나가 아니었다. 여성의 작고 아름답고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마주 편 거울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기겁한 시오나는 졸도했다. 어딜 봐도 명백한 사내아이의 얼굴이었다.




5.


 허리까지 닿는 긴 흑발의 생머리. 까만 흑안. 중학교 때까진 그렇게 긴 편도 아니었기에 풀어 헤치고 다녔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선 매듭으로 묶기 시작했다. 남들과 피부톤은 그렇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키도 평균, 하지만 몸무게에는 신경을 쓴다. 여자니까! 그리고 난 완벽한 아름다운 미인이니까! 눈도 크지 코도 오똑하지 입술도 매끄럽지 피부도 좋지 부족할 미모가 뭐가 있다는 것인가. 이따금 잘난체가 심하다며 친구들이 넌지시 주의를 줬지만 지금은 너덜너덜 포기한 상태. 애초에 완벽한 사람이 잘난체를 하는 게 뭐가 나쁜 건지 시오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일반 블레이저인 시오나의 학교 교복은 평범한 하얀 블라우저에 빨간색 리본, 검은 스커트가 기본이었지만 기본적인 복장의 교복에 시오나는 만족했다. 중학교 때처럼 바람에 날리기만 하면 훅 뒤집어 까지는 세라복과는 이별이었다. 그렇게 만족해가며 고등학교 생활을 즐겼다. 음악을 하는 그녀와 동생에게 있어서 풍부한 경험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는 만족스러울 정도였다.


 그랬는데- 그렇게 오늘 아침에도 남동생과 즐겁게 학교를 갈 예정이었는데- 

 시오나는 그 방의 장신 거울에 조심스레 다가섰다.


 브라운 톤의 뻗친 머리카락, 어딘가 멍해 보이는 검은색 눈동자 속의 흰 바탕의 시선. 키는 꽤 큰 것인지 거울의 끝을 채웠다. 체격도 좋았다. ....직접 만져 보면 알 수 있었다. 틈틈히 운동을 한 듯 보이는 단단한 잔근육의 팔과 다리 복부는 남자의 강함을 드러냈다. 남자네도 시오나와 교복은 별반 차이가 없는지 회빛 교복바지에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체크무늬의 넥타이가 뚜렷했다. 넥타이는 처음 매보는데. 시오나는 서툰 손길로 남자의 (정확히는 자신의 몸으로) 넥타이를 맸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잘생기긴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지..' 잠시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 민망해져 시오나는 얼굴을 붉혔다.


 어딜 봐도 남자로밖에 볼 수 없는 모습. 그의 이름은 시라누이 이야츠다란다. "드디어 이름도 까먹은 거야 이야쨩?" 고개를 갸웃대며 물어오는 소녀는 이 남자의 쌍둥이 여동생인 시라누이 시로키. 끙, 그녀는 작은 신음을 토하며 방의 창가에 몸을 기댔다. 추운 산골의 바람과는 다르게 어쩐지 조금 숨이 막히면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창가 너머로 수많은 도시 거리의 빌딩들과 자동차, 사람소리가 귀를 울렸다. 조용한 그녀의 동네와는 차원이 다른 곳.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어딘가 신이 났던 것 같다.


 이건 꿈인 걸까?


 조심조심 뻗은 팔로 뺨을 매만졌다. 평소 피부 관리를 틈틈하게 해주는 시온과는 다르게 약간 거친 느낌이 들었지만 남자아이 치곤 꽤 피부가 좋았다. 것보다 만지는 느낌 초 리얼- 눈을 반짝이며 이리저리 얼굴을 매만지다 시오나는 저도 모르게 뺨을 꼬집었다. 아린 고통에 윽 소리를 내며 후다닥 손을 떼어냈다. 꿈에서 아프다니 정말 자신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고 세밀한 꿈이었다.


 멀리서 슬슬 출발하자라는 시로키의 말에 허겁지거버 짐을 찾아내던 시오나는 구석에 박혀있던 커다란 백가방을 발견했다. 안을 들여다보면 몇 개의 교과서들과 수영 물품들이 들어 있었다. 선수인 걸까? 문득 전시되어 있는 트로피들이 마음에 걸렸다.

 -궁금한 건 잔뜩이지만 일단 우수한 나로서 제 시간에 학교를 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허겁지겁 무거운 가방을 멘 (평소라면 절대 못 들 텐데 남자의 몸이라서 그런지 거뜬했다.) 시오나는 거울에 비친 이야츠다의 얼굴로 씩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안녕 꿈의 소년!




 6.


 "그런데 이야쨩."

 "응?"

 "왜 평소처럼 입니다- 라고 안 해? 드디어 컨셉 버린 거야?"

 "...엑?! 뭔데 그 구린 말투는..!"
 "...그치만 이야쨩이 늘 하고 다니는 걸 입니다-"
 "아"

 "나 꽤 좋아해 입니다."


 참 성가신 꿈이구만...




7.


 이야츠다의 기상은 평소보다 조금 일렀다. 막 뜬 해가 창문 너머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손등으로 부비며 남자가 길게 하품을 늘어뜨렸다. 흐릿했던 시야가 점점 더 짙어졌다. 익숙한 자신의 방풍경이 드러났다. 그는 앉은 채로 꾸물꾸물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벽에 걸려 있는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학교로 가기 위한 이야츠다의 익숙한 아침 풍경이었다.

 터벅 터벅-
 밍기적대며 바지를 입는 사이 방문 너머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야츠다가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는 장지문 너머로 오렌지빛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고 있는 시로키가 나왔다.


 "이야쨔앙-"


 좋은아침. 슬쩍 손을 흔드는 쌍둥이 여동생에 이야츠다도 좋은아침 입니다- 라며 손을 흔들었다.


 "...."
 "....?"


 보통 인사 후에 다시 스멀스멀 거실로 갔을 그녀인데 오늘따라 가만히 서선 조용하다. 슬쩍 바지 버클을 올리며 넥타이 끈을 정리하는 이야츠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입니다? 이야츠다의 물음에 시로키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평소의 이야쨩이네- 입니다."
 "....? 평소의? 입니다."
 "아픈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입니다."


 의미모를 소리를 토해낸 쌍둥이 여동생은 그렇게 다시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를 귓속에 담으며 이야츠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픈 게 아니야-? 입니다. 이제껏 아파본 일이 적어본 이야츠다에겐 의아한 일일 뿐더러, 최근엔 아파 본 일도 없었다. 그녀가 뭔가 착각한 걸까?

 창을 비추는 해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났다.





8.

 다음주가 시합 리그전이었다. 함께 수영 선수로 뛰고 있는 쌍둥이 여동생인 시로키나 본인인 이야츠다는 시즌이 다가오면 학교 일반 수업을 빼고 연습에 참가할 정도로 힘을 주곤 했었다. 학교 대표로 뛰는 것이기도 했고 나름 이름을 걸고 선수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선수 활동을 지지하고 복지도 탄탄했다. 그들이 내주는 것 만큼의 실적을 내면 안 되기 때문에 수영부를 포함한 스포츠 아이들은 시즌만 되면 몸에 가득 힘을 주었다.
 매번 붕 뜨고 태평하다고 해도 대회가 다가오면 이야츠다도 만만치 않게 마음에 힘을 주었다. '넌 긴장이 되면 좀 얼굴로 드러내고 그러고 해라....' 다른 사람들은 표정 변화가 없는 이야츠다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줄 착각하는 것 같지만 다르다. 그도 사람이었다. 긴장이 되지 않을 리 없다.

 후... 작게 숨을 들이쉰 이야츠다는 캐비닛을 열고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능숙하게 수영모자와 물안경을 차고 수건을 챙긴 다음 짐을 캐비닛 안에 밀어넣었다. 슬슬 가볼까- 입니다. 짐을 들고 이야츠다가 캐비닛을 닫으려던 순간이었다.

 "여어- 시라누이. 이제 네 자리 잘 찼네?"

 멀리서 이야츠다의 같은 수영부 선배가 쾌활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자리? 고개를 갸우뚱대며 이야츠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문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남들에게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당연히- 2년 째 같은 자리니까요 입니다."
 "그러게- 그런데 말야. 어제 자리 어디냐고 끙끙대던 것도 시라누이군이었다고?"
 "....내가? 입니다."
 "네가- 입니다."

 너무 물 안에 들어가 있어서 건망증이 심해진 거 아냐? 선배가 키들키들 웃으며 이야츠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힘들기라도 한 거면 코치나 나한테 얘기 하라고- 엉?"
 "...알겠습니다. 입니다..."

 힘든 일, 건망증? 전혀 없는데. 

 선배는 재미있는 걸 봤다는 양 껄껄 웃으며 먼저 수영장 쪽으로  사라졌다. 아침의 시로키 반응도 이상했는데 이젠 학교 선배까지. 머리 위에 물음표 세 개를 그리며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이야츠다는 다시 캐비닛을 닫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캐비닛 문쪽에 걸려져 있는 작은 쪽지에 이야츠다의 두 눈이 커졌다.
 심플하게 캐비닛을 쓰는 이야츠다였기 때문에 그곳 안에 쪽지나 사진을 걸어 넣는다는 행위는 일체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남이 이곳을 쓴 적도 없다.


9.

 [넌 대체 누구야?! 나 수영 못한다고 바보야!]

 "......"

 글쎄, 그럼 넌 누구야? 입니다.


10.

 "어제 이야쨩? 응.. 조금 특이하긴 했지- 입니다."

 긴 연습이 끝나고 시로키와 함께 하교를 했다. 이야츠다의 이상한 하루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능숙하게 500m를 헤엄치고 나오면 코치가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라누이군, 어제 아픈 건 괜찮니?" 라고 묻질 않나 지나가는 동급생이나 선후배들이 찾아와 이야츠다의 안색을 살피고도 했다. 어제 이야츠다 너 조금 무서웠거든- 같이 점심을 먹는 친구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흐음... 쪽쪽 오렌지주스 빨대를 입에 물던 이야츠다는 생각에 잠겼다. 역시, 뭔가가 이상하다고.
 결국 자세히 물을 수 있는 건 매일 같은 시간을 함께하는 이야츠다의 쌍둥이 여동생 시로키 뿐이었다.

 "평상시의 입니다- 라는 말투도 안 하고.. 쭈뼛쭈뼛 걷는 걸음새도 조금 여자 같았고... 무엇보다 이야쨩 수영 전혀 못했는 걸."
 "내가? 입니다."
 "응. 캐비닛 자리도 몰라서 나한테 물었는 걸."

 정말 이상했지이- 조물딱 인형을 만지작대던 시로키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았어. 입니다. 지금은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지만.."
 "...."

 기억상실증... 아프다. 이야츠다는 복잡한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는 어제일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마치 필터를 꽉 닫아둔 것 마냥 기억이 차단됐다. 그저 알 수 있는 건 시로키를 포함한 이야츠다 주변인들의 발언들과 캐비닛에 걸려 있던 쪽지 하나.

 -넌 대체 누구야?! 나 수영 못한다고 바보야!

 "...."
 "이야쨩은 어제 하나도 기억 안나?"
 "...잘 나지 않아. 입니다....."

 다만. 이야츠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점을 신기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던 시로키가 이야츠다를 응시했다.



11.

 "뭔가 엄청 피곤한 사람의 인생을 대신하는.. 꿈은 꾼 것 같아- 입니다."
 "..뭔가 엄청 복잡한 꿈이네- 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입니다."


12.

 이야츠다는 눈을 뜨기 전에 침침한 눈꺼풀을 손등으로 부볐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귓가엔 창 너머로 짹짹대는 새 울음소리가 울렸다. 피곤하다- 입니다... 따뜻한 이불 속은 오늘따라 더 천이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뭔가 엄청, 뜨겁다. 이야츠다는 몸을 부비적대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깊게 베어진 진한 샴푸향이 느껴졌다. 오늘따라 더 잠에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마음만 같으면 종일 침대 안에 박혀 있고 싶은데...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이야츠다가 침대 위를 툭툭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다. 푹신한 시트의 감촉 대신 조금 딱딱한 바닥의 감촉이었다.

 '....?'

 의문이 든 이야츠다가 그제 서야 부스스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팔을 조금 뻗어 이불 너머로 빼내면 따뜻했던 이불 속과는 다르게 차가운 공기가 이야츠다를 감싼다. 으스스 몸을 떨며 참지 못하고 스르르 일으켰다. 어깨 위까지 감싸던 이불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

 이야츠다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심플한 자신의 방과는 달리 곳곳에 붙어져 있는 가수와 피아노 포스터라던가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는 상장들과 몇 개의 트로피라던가. 그 점은 이야츠다의 방과는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아무튼, 구조라는 게 확연하게 달랐다. 침대를 쓰는 이야츠다와는 다르게 따뜻한 온돌방에 두터운 이불을 깔아 놓은 다른 사람의 방이다. 핑크빛이 감도는 커튼이나 중간중간에 깔아놓은 인형들은 확실하게, 이야츠다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뭐야... 입니다."

 어이가 없어 뱉어낸 남자의 목소리에는 앙칼진 하이톤의 여성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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