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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악몽
2015.11.12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악몽을 꾼다.
장면은 늘 같을 때도 있고, 반대로 늘 다를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늘 같다. 다를 바 없는 세계에서 매우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나는 악몽 속의 악몽을 겪는다. 그 곳이 실제임을 안다. 내가 겪어왔고 앞으로 겪어야만 할 곳임을 알고 있다.
꿈 속의 세상은 늘 피바다이거나, 늘 비명소리가 가득하다. 충분히 소름끼치고 역한 곳이지만 나는 걸음을 느리게 하거나 망설이거나 하는 것은 없다. 하나 둘 씩 쓰러져가는 시체들 속에서 무언가를 다급히 찾는다. 비슷하게 생긴 얼굴이면 가까이 다가가 요리조리 뜯어보기도 하고, 닮지 않은 얼굴이면 덤덤하게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짐승이라며 사람들이 인간도 아닌 자라며 손가락질을 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사람이라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지 않아? 이런 곳에서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금세 죽기 마련이다. 나는 사람이길 포기한 자이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짐승으로서 살아가기로 한 지도 어언 십 년 가까이. 자각하는 것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겨우 걸음이 멈춘다.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한다. 악몽의 끝도 이것이 마지막일 거라 짐작한다. 나는 많은 시체 더미들 가운데 너를 찾았다. 눈물을 참아내고 반쯤 죽어가는 너의 몸을 끌어안았다. 따뜻하지만, 따뜻하지 않다. 나는 곧 너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나를 알고 있는 건지 희미한 시선을 올리며 죽어가던 너는 옅게 웃었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따뜻한 웃음을 보며 나도 웃었다.
안 녕, 잘 자 시온.
나를 남긴 너와의 작별 인사를 끝으로 악몽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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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에서 '그'가 된다.
현재 그와 닮으면서도 닮아있지 않은 그의 모습으로 전쟁통 속의 나를 허겁지겁 찾는다. 그가 된 나는 겨우 걸음을 끝으로 옮기면 죽어가는 나를 찾는다. 나는 이미 전쟁에 휘말려 죽기 직전이다. 너는 그런 나를 더럽지도 않은지 온 몸으로 끌어안아 내 이름을 부른다. 나도 너를 부르고 싶어.
어리석게도 꿈 속의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죽는다. 꿈은 그것으로 끝.
악몽으로 남은 삶 중에서, 혼자 남게 된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어서 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를 간절히 빌며. 나는 다시 잠을 자고 악몽을 꾼다. '그'가 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너는 태연스레 길을 걸으며 나를 찾는다. 겨우 찾은 나는 언제나 네 앞에서 죽는다.
저주받은 악몽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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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츠다 미안해.. 죽어가는 시온을 보는 이야츠다가 쓰고 싶었다. 꿈꾸는 건 현대물 시오나.
(+)
앤오님한테 글을 보여드렸더니 답로그가 왔다. 아 진짜 이야츠다 현대물 너무 섹시하다 그윽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미치겠네 ㅠㅠㅠㅠㅠ
시오나는 현생으로 태어난 후 이야츠다와 만나기 전까지 계속 이런 꿈을 반복해서 꾼다. 하지만 그 꿈은 곧 매듭을 짓는다. 너와 만나기 단 하루 전이었던 그 날의 밤. 나는 아직까지 그 꿈을 잊지 못한다.
너는 나를 구원했다.
(아래는 그 내용의 꿈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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