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원/조각조각 2017. 5. 17. 22:40

해시태그

꼴리는 해시태그로 짠


2017.02.06




#앤캐에게_키스해달라고_조르는_자캐



 “나, 나 많이 기다렸어... 알잖아.”


 주명은 대답이 없다. 그 점이 호원을 더 초조하게 만든다. 결국 호원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멋대로 바쁜 주명을 불러다 그를 벽으로 몰아내는 것밖에는 없었다. 결과는 똥이다. 연인이란 남자는 대답 없이 딱딱하게 굳어선 가만히 내려다 볼 뿐이다. 창피해 죽겠어... 반쯤 울음을 삼키며 꿋꿋하게 그를 벽에다 몰아넣고 양 팔 안에 가뒀다. 주명이 조금 더 크기 때문에 시야를 올려다봐야 한다거나 그리 로맨틱한 상황이 아니라는 건 호원의 한계점이다.

 하지만 물러날 순 없었다. 주먹을 꾹 쥐고 호원은 입술을 앙 다물며 주명을 노려보듯 응시했다. 서러워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내가 먼저 고.. 고백하고... 그, 안는 거나.. 손이나.. 뽀뽀도 다 했어. 그치만 주명 넌.. 하, 한 번도 먼저 해준 게 없잖아...”


 서럽다. 그저 서러웠다.
 애정하는 게 나뿐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이 말 하는 것 자체가 찌질하고 바보 같다는 건 알지만 불안한 걸... 조금 더 바라는 게 또 뭐가 나빠.
 라고 생각하니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눈물이 찔끔찔끔 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내 박력! 떨리는 입술을 악물며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당황한 주명의 얼굴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불안하지 않게 해줘.”


 그럼 풀어줄게. 자신이 줄 수 있는 힘을 다 밀어 넣은 채 널 팔 안에 가두며 입을 모아 말했다. 그, 그렇게 어렵진 않아... 부끄러운지 살짝 시선을 피했다가도 용기를 긁어모으며 다시 주명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호원이었다.


 “지금 여기서 당장 나한테 키... 키스해!”


 뽀뽀 다음이 뭐겠어, 당연히 키스지!
 발갛게 타오른 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저 주명과 시선을 맞추는 것이 전부였다. 귀부터 온 몸이 활활 타는 것 같다. 가슴 안이 뜨겁게 울리더니 이내 간질간질 호원을 괴롭혔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나뿐이야? 좀 더 묻고 싶었고 좀 더 애원하고 싶었으며 좀 더 바라고 싶었다. 그치만 딱 하나, 네가 그걸 해준다면. 이제까지 쌓였던 웅어리가 단숨에 풀어질 게 뻔했다. 키스, 아니 뽀뽀라도 좋아.


 “....키스해줘. 응?”


 그거 딱 하나만. 하나면 돼... 작게 입술을 오물대던 호원이 눈꺼풀을 천천히 내리감았다.





#동거_첫날_자신의_곁에_잠든_앤캐를_본_자캐의_반응



 매번 야근을 마치고 은근슬쩍 주명의 집에 눌러 붙어 살던 생활도 끝이 났다. 호원은 연인인 주명과 동거를 시작했다. 정확히는 원래 살던 주명의 집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집을 살 돈도 없을뿐더러 호원의 집에서 계속 살기엔 가족들이 있었다. “으윽, 매일 잔소리 듣는 것도 지긋지긋 해..” 훌쩍이며 투정부리던 호원에게 주명은 맥주캔을 홀짝이며 태연히 말했다. “그럼 우리 집에서 나랑 살던가.”

 거절 할 리가 있겠는가? 오 예스를 외치며 얼마 되지 않는 짐을 들고 부랴부랴 주명네 집으로 달려왔다. 연인인 주명은 반 프리랜서로 꽤 유명인사를 날리고 있는 돈 많은 디자이너였고 무엇보다 집도 넓다. 남는 방이야 널리고 널렸다. 그가 좋아하는 리트리버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연인’과 동거를 시작한다는 거였다. 어떻게 방 정리를 하겠어. 대충 주명 방과 가까운 방에다 짐을 풀고 함께 주명네 방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첫 동거를 시작하고 첫날밤이었다.
 ..어, 어감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일에 찌들린 둘은 바로 침대에서 골아 떨어졌다.


 ‘것보다 이렇게 쉽게 동거해도 되는 거야..?’


 으음, 모르겠다.. 호원은 허허 짧게 웃으며 부스스해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주명은 피곤한지 해가 번쩍 뜬 아침에도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자택근무라서 편한 점도 있겠지만 밤낮 불구하고 마감에 시달리니 별 수 있겠는가. 그저 연인이 안쓰러워 호원은 주명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 넘겼다.

 “으응...”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지만 못내 불편했던 모양인지 주명이 인상을 살짝 찌풀이며 앓는 소리를 냈다. 다행히 잠에선 깨어나지 않고 편안한 얼굴로 숨소리를 고른다. 귀여워.... 참지 못하고 볼을 콕콕 찌르다 이내 뺨을 쓰다듬었다.


 “...좋아해.”


 작게나마 민망한 소리를 또 해보고.
 아, 동거란 좋은 거구나. 저도 모를 핑크빛에 호원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침해는 벌써 저 하늘 위로 번쩍 떴지만 주명도 곤히 잠들어 있는 마당에 호원이 굳이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휴일이라 다행이다. 벌써 식어버린 몸을 감싸고 꾸물꾸물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슬쩍 깊게 잠든 주명에게 다가가 하염없이 애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앞으로 매일매일 보게 될 얼굴.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조금 자고 같이 일어나서 밥을 먹은 다음에 함께 텔레비전을 보자. 이따금 네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다른 방에서 시간을 떼운 다음 커피 한 잔도 가져다주는 거야. 내가 일을 하기 위해 밖에 다녀오면 넌 뭘 하고 있을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줄래? 집으로 돌아오고 “다녀왔어,” “어서와,” 인사를 하고 잠들기 전에 “잘 자.” “좋은 꿈 꿔,”라고 인사를 하는 거야. 그리고 다시 아침 해가 뜬다면 웃으면서 아침인사를 해주자.


 “즐겁겠다.”


 저절로 피식피식 새어오는 웃음을 참아내며 호원은 주명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따뜻한 기운에 점점 더 잠이 몰아온다. 호원은 웃음기를 머금은 채 눈을 감았다.


 우리 그렇게 살아가자.
 같이.






#인간_자캐_자캐의_피에_중독_된_뱀파이어_앤캐



 “..으, 허엉.... 흐으, 으으으....”


 살려줘
 살려줘


 울음이 새어 나왔다. 멈추지 않는 눈물샘이 후두두둑 뺨과 턱을 타고 바닥에 뚝, 뚝 방울마냥 떨어졌다. 이를 악물며 참아보았지만 고통에 튀어나오는 소리가 연달아 끊어지듯 새어나왔다.
 괴로워 괴로워 살려주세요 누가 좀. 간절히 애원해 보지만 들어주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 놈의 야근이 문제였다 야근이. 유난히 환자들이 많았고 출혈이 심해 수술실에 종일 박혀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호원은 평소처럼 퇴근해 지옥 지하철이래도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었고,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와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도 있었다. 맥주를 들고 껄껄 가족들과 웃으며 잠을 잘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 망해버렸다.


 야근을 해버렸고 새벽에 겨우 퇴근하는 길.
 남자는 원하는 대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웬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잡혀버렸다.


 “가만히 있어.” 순간 험악한 목소리에 인근에 뻗치는 연쇄 살인마인 줄 알았다. 아 이제 죽는구나. 라는 생각에 눈물만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목숨만, 목숨만 살려주세요..! 배? 목? 다리? 칼이 어디부터 쑤셔질까. 내장은 예쁘게 나오려나? 아, 살아있는 채로 목이 갈라지면 아프겠지? 평소 늘상 보는 잔인한 고어의 풍경이 호원의 머릿속에 자신과 융합되어 떠올랐다. 어찌됐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모습으로 살해되어 다음 날 9시 뉴스에 [OO병원 간호사 차군, 쓰레기장에서 토막된 신체가 발견돼]로 보도 될 것이 뻔했다!!!!


 라고 생각했는데.

 콰득


 “아..!?”


 찔린 게 아니라 물렸다...? 아니 잠깐, 물려? 개도 아니고? 이상한 남자는 호원을 잡아다 칼로 찌르는 대신 목덜미를 콱 물었다. 우득 소리가 나더니 목 언저리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아, 잠깐 이거 생각보다 아파...! 호원이 긴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젖혔다. 밀어내려 했으나 붙잡은 힘은 상당히 셌다.


 “아, 아파파, 아파..! 윽, 아아- 잠깐 뭐... 아윽!”


 버둥거린 호원이 답답했던 모양인지 남자가 호원의 머리채를 잡아채며 뒤로 당겼다. 모, 목 끊어져...! 앞뒤로 느껴지는 고통에 눈물방울이 뚝, 뚝 흘렀다.
 그냥 물린 거라면 다행이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긴장되었던 몸에 쭉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간신히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남자의 등을 쥐어 잡았다. 손틉으로 쭉 등의 살을 짓눌렀지만 반응이 없다.


 “아아, 잠깐 흐엉.. 뭐야 엄마아...윽, 흐으으...”


 아파, 아파요..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남자가 입술을 가져다 댄 곳에서 정확히. 츕- 츄읍 소리를 내며 남자가 입술을 오물대며 살을 머금었다. 정확히는 살 사이로 올라오는 핏방울들을 빨아먹고 있었다. 역류하는 피가 타오르는 것 마냥 뜨거워졌고 호원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팔다리가 떨렸다. 숨이 벅차올랐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호원의 몸을 울렸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그저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몇 분 째의 강제적 흡혈이 이어졌는지 모른다. 5분?  50분? 500분?


 “그, 그만...으....아...그.....ㅁ”


 이젠 진짜로 죽을 것 같아... 눈앞이 흐릿해졌다. 칼 대신 피빨려서 죽으라는 거야..? 현기증으로 머리가 어지러웠고 금방이라도 눈이 감길 것 같았다. 간신히 남자에게 기댔나? 아니면 쓰러졌나? 주저앉았나? 그조차도 머리를 굴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말라버린 눈물자국을 닦을 새도 없이 잇샌 신음을 토해낸 호원이 결국 눈을 감았다.


 “아 맛있었다.”


 너 꽤 굉장하네. 동시에 남자가 잡고 있던 호원의 몸을 떨어트렸고 그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더니 이내 쓰러졌다. 남자는 피범벅이 된 입가를 손등으로 문지르더니 이내 씩 웃었다. 잘 먹었어. 마치 칭찬하는 양 호원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나중에 또 보자.”


 ‘또.. 보긴 개뿔...’


 변태를 보겠냐고...미친.. 말할 힘도 없이 속으로 욕을 읊은 호원은 점차 멀어지는 정신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거라곤 남자의 구두 발소리뿐이다.


 



#앤캐보다_일찍_일어난_자캐가_앤캐를_깨우는_방법



 “주명! 일어나 나 출근해야 해.”


 벌써 해가 중천인데 왜 아직도 잠에 골아 떨어져 있을까. 일이 오후 타임이라 다행이었다. 주걱을 든 호원이 못마땅한 얼굴로 이불에서 둘둘 이불을 말아 잠든 주명을 내려다보았다. 일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밤낮 뒤바뀜이 너무 심한 게 탈이다. 이래선 같이 아침 먹기도 힘들단 말이다.. 푹 한숨을 쉰 호원이 이내 주걱으로 꾹꾹 주명 얼굴을 눌렀다.


 “아....으씨, 왜...”


 잠을 방해하는 게 꽤나 싫었는지 주명이 인상을 콱 찌푸리며 웅얼댔다. 다시 쿡쿡 뺨을 눌렀다.


 “아 하지 마라 차호원...나 진짜 피곤하거든..”
 “아는데 밥은 먹고 자. 나 일하러 간다니까?”
 “알아...조금 있다가 먹을게....”

“....”


 아 이게 진짜. 이제 정말로 밖에 나가지 않으면 지각이다. 호원은 주걱을 든 손을 불끈 쥐고 올렸다. 싸닥! 꽤나 찰진 소리로 주명의 머리를 후려쳤다.


 “악! 아파!”


 효과는 굉장했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명이 번쩍 눈을 떴다.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던 호원이 다시 주걱으로 꾹꾹 주명의 뺨을 짓눌렀다.


 “밥 쳐먹으라고.”
 “...너 같이 살고 나서 좀 말이 험악해졌다?”
 “누구 덕분이거든! 그리고 나 진짜 지금 출근 안 하면 늦어.”
 “하아.. 알았어.”


 붕 뜬 머리를 긁적대던 주명이 이내 별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진작에 그랬어야지. 호원이 낄낄 웃으며 주명의 헝크러진 머라카락을 거칠게 쓰다듬었다. 점심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어쨌든 아침이었다. 호원이 활짝 눈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좋은아침!”

 “난 나쁜아침인데...”


 어쨌든, 하루의 시작이었다.










마음에 드는 해시태그 골라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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