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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쿠키 로그 정리
2017.01.28
1.
< 당신도 이것만 있으면 눈치 100단! >
분홍 색의 깜찍한 표지가 그려져 있는 이 책은 호원이 쿠키에게서 얻은 책이었다. 생사구에 있는 요괴들이 인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쿠키가 읽고 있었다는 것. 배려심 많은 요괴는 가볍게 호원에게 책을 빌려다 주었다.
당신에겐 조금 재미없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눈치가 없어서... 호원에게 질문을 던졌었던 쿠키는 조금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호원은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남자가 읽었다던 책의 겉 표지와 속지는 살짝 누렇게 변하고 있었고, 이따금 둥굴게 말린 표시는 쿠키가 얼마나 많이 이 책을 읽고 있었는지에 대해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만큼 소중히 읽었던 책이다.
호원은 책을 품안에 고이 안았다. 평소의 어색했던 웃음과는 달리 밝게 미소를 지어 보인 환한 얼굴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닿았을까나.
"아뇨- 저도 엄청나게 필요해요."
이거 받아도 정말 괜찮아요? 요괴와 인간이 서로 마주하며 싱긋 웃었다. 그 날도 변함없이 흐리고 안개가 가욱한 생사구의 날씨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원은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쿠키가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히, 천천히 읽었다고 말한다면 호원은 책이 찢어지지만 않도록 재빨리, 꼼꼼하게 읽었다!
엄청나게 필요해요. 이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살펴 읽어가던 호원은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애매한 죽음의 위치에 서있긴 했지만 호원이 죽기 전 살아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호원에게 붙은 별명들은 수없이 많다.
하루에 한 번 어느 공이든 반드시 맞는다는 1일 1공남, 엎어지기 선수, 불행남, 저주받은 16학번, 그리고 늘 친구들이 놀려대며 즐겨 말하던 '둔탱팬더'
-왜 내가 둔탱팬던데!?
-그걸 모르는 게 둔탱팬더라고 하는 거야 원아.
이만 인정하시지! 가장 먼저 별명을 만들어 낸 동기 남학생이 깔깔 웃으며 호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의 단 한 번의 부름 때문에 간호학과 동기 선후배 교수님 구분없이 별명은 빠르게 퍼졌다. 애초부터 별 불운은 다 뒤집어 쓴 탓에 학생들에게 이목이 쏠렸기도 했었다. '왜- 그래도 팬더는 귀엽잖아. 둔탱이지만!' 과대 대표였던 여선배가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호원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풍선이 되었다.
입학식 날 선배들이 몰카 벌였던 걸 끝나고 일주일 뒤에서야 안 사람이 누구지?
모두가 밀어줬던 CC 고백 타이밍에 짐 두고왔다고 끼어든 사람은 누구?
술게임 파티 가볍게 초 쳤던 사람은 누구더라.
왕재수 교수님의 수업에 유일하게 핀잔을 날렸던 사람은 누구?
-너, 이미 과에서 대스타다.
-그런 네가 딱히 싫다는 건 아니지만...
-넌 그냥 천성으로 좀..
눈치가 없어.
된통 가슴에 박히는 화살을 맞고 훌쩍이며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호원은 좌절감에 없는 눈치를 키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왜 진작 알아보지 않았던 걸까.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글씨들을 잔잔히 뜯어보며 호원이 즐겁게 웃었다. 생사구의 생활은 온종일 길을 돌아다니거나 주변인들과의 대화 뿐이라 시간이 많이 남는다. 책 한 권 정도는 거뜬했다. 재미없는 교양책보다도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쿠키는 다 읽었다고 말한 호원을 보며 빙그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쁘다며 입을 열 때마다 흑발의 짧으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귀에 장식된 길다란 리본 매듭의 귀고리가 밤빛 하늘에 제 노을빛을 밝혔다. 인자한 남자 요괴의 부드러운 얼굴을 지켜다 보던 호원도 어느새 웃고 있었다.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요괴에게서 받았다고 하면 친구들은 뭐라고 말할까. 아무도 믿지 않으려나? 어렴풋이 머릿속에 맴도는 친구들의 얼굴들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호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책은 100% 습득 완료. 제목은 그 누가 뭐래도 < 당신도 이것만 있으면 눈치 100단! >
습득 후 결과물은 단 하나 뿐이다. 호원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쿠키 대화하는거 넘 즐거웠는데 한개뿐이라니.. (눈물줄줄)
다음 커뮤땐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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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얀 로그 정리
2017.01.28
"히익"
호원은 다시 한 번 더 딸꾹질을 반복했다.
호원은 마른 침을 삼키며 간신히 붙여 놓은 손가락을 떼었다. 살얼음마냥 붙어든 입술을 떼어내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색하게 웃던 미소가 어느새 정말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아아, 나는 정말로 변해가고 있던 거구나.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져 까만 세상 속에서 주변을 탐색할 새도 없이 호원은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어느 것도 감정 소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그 아이의 피가 묻은 칼날로 쑤겅대며 심장을 꿰뚫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멈췄다. 입 꼬리를 올려볼 노력은 하지 않았다. 모래시계의 알맹이들은 허공에서 정지해버렸다.
그런 빈 알갱이가 된 상태에서 그녀랑 대화를 나누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녀 또한 생사구에 오게 된 피해자였고, 호원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보다 한 살이나 어린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강인한 여성은 호원보다 용기가 컸으며, 늘 자신만만했고 자기 의지가 확고한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벼이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보단 괜찮을 거라 멋대로 생각했다.
맑은 눈물방울을 흘리며 훌쩍이는 하얀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하얀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마음아팠다 ㅠㅠ
로그 더 이어볼걸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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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 로그 정리
2017.01.28
1.
"사실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미신이라고 보는 게 맞으려나...."
주명이 말하고선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팔찌를 하나 꺼내들었다. 동그란 구슬이 촘촘히 박혀있는 목주 팔찌였다. 방울방울 파란 기운이 감도는 것이 마치 드푸른 바다, 아니 더 깊은 밤하늘을 연상시켰다. 예쁘다. 그가 손에 쥔 팔찌를 손수 호원의 손목에 차주었다. 예쁘게 맞물린 팔찌의 목주 구슬들이 빈 손목 부근을 환하게 채웠다. 호원은 잠시 반대쪽 손을 올렸다. 파란 유리 보석이 박힌 저승의 팔찌도 아름다웠으나 요괴의 팔찌도 그에 지지 않고 손색없이 반짝였다.
양쪽 보석을 두개 다 쥐고 있구나. 양 손을 흔들며 웃는 사이 호원의 마주 편의 주명이 말을 이었다.
"목걸이는 아니다만, 넘어져서 부서지진 않을 거야."
과연, 호원의 덤벙거림을 고려하는 주명의 마음이 드러났다. 확실히 어여쁜 유리 세공품이 박힌 장식품이라면 분명 운도 지지리 없는 남자 호원이 며칠 만에 박살 낼 것이 분명했다. 그 세심한 배려심에 기쁜 나머지 호원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뭐... 미신이라도 차고다녀 나쁠 건 없지 않겠어?"
미신, 미신이라. 그의 말을 귀울이며 호원은 파란 밤하늘빛 팔찌를 살짝 흔들었다. 탁한 빛이 감도는 이승과 저승의 애매한 세계 속이었지만 자그마하게 흘러 나오는 빛이 팔찌를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원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손목을 이리저리 두르며 키득키득 웃었다.
'요괴가 품는 요기가 담긴 물건은 쉬이 기이하고 위협적인 것이란다.' 수많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들이 멋대로 판단한 건진 몰라도 옛부터 귀에 자주 들려오던 요괴 이야기. 전래동화 마냥 전해 내려오던 옛날 이야기 가운데- 요괴를 흉조를 여기던 사람들. 차호원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곳에 와 그를 만났다.
절망감에 젖어 울고 울던 그때, 눈이 내리던 밤. 꿈을 꾸는 것 마냥 도착한 이곳은 호원에게 있어 새롭고 기이한 공간. 근 20년간 살아왔던 인생 중에 이보다 더 불행한 삶이 있었을까 라고 생각했던 날. 겨우 근 이틀 채 지나지 않았던 밤. 아침인지 밤인지 채 알 수 없는 이 투영한 세계에서 둘도없는 친구를 만났다. 살짝 시선을 올리면 의기양양한 얼굴로 검은 흑발의 머리카락을 바람과 함께 흩날리며 서있는 주명이 있었다. 둘둘 감긴 붕대 틈 사이에 루비 마냥 깨끗하게 박혀 있는 눈동자를 보며 호원은 웃음을 터트렸다.
요기가 담긴 기이하고 위협적인 것.
흉조로 여기던 그들.
전래동화 마냥 전해 내려오던 옛날 이야기.
'...라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잖아-!'
가장 큰 악운이라 생각했던 일 속에 맺은 특이한 요괴와의 만남.
호원에게 있어 이보다 큰 행운은 없었다.
호원은 씩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양 손에 든든하게 찬 양 팔찌가 남자의 마음을 따쓰하게 감씼다. 주명의 손목에 비슷하게 감겨 있는 팔찌를 힐끔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2.
생사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요란스러웠던 저승 세계. 호원은 조금 들떴다. 이승에서 보았던 수많은 먹거리들이 마법마냥 테이블 자리 위에 하나 둘씩 나타났고, 공중에 붕 떠있는 등불이 세상을 밝혔다. 그날 만큼은 겁쟁이 호원이라 해도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축시라 한들 어떠한가, 이렇게 밝은 분위기에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호원은 있는 대로 술병을 집고 입 안에 들이부었다. 저승 세계에서의 본래 술이 어디 흔한가-? 무엇보다도 그는 제대로 된 술꾼이었다. 운도 지지리 없어 대학 모임의 매번 폭탄주에 걸려도 좋다 싶고 껄덕대며 마시는 남자였다. 세상이 빛났다. 저승도 저승이지만 천국 같더라. 호원이 낄낄 웃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술을 까서 입맛을 다시는 건 의미가 없다. 그는 함께 할 술친구를 찾았다. 미성년자는 아쉽게도 패스- 술이 약한 사람과는 몇 잔 정도로, 위장이 작은 요괴와는 술 대신 안주거리들을 즐기며- 이따금 강한 사람과는 제대로 즐겨 보자-!
생사구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는 어디에서든지 흥겹게 흘러 나왔고, 그들이 있는 곳에선 한창 달아오르는 분위기가 들썩였다. 호원은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며 다시 목표물을 찾았다. 걸어가는 내내 아슬하게 물건을 깨트리거나 구를 뻔 했다만- 그것도 어찌저찌 피해갔다. 끝에는 남자 요괴가 있었다.
호원과 쏙 닮은 검은 흑발을 흩날리며 요괴 인간 사자 구분없이 너도나도 꿀떡이는 모습이 어딘가 닮아있다. 호원은 신바람이 났다. 어느새 남자 요괴에게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이미 한창 마시고 있던 와중이었는지 단정한 옷춤이 조금 흐트러졌다. 알싼 술향기가 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호원은 망설임 없이 그 옆에 털썩 앉으며 들고 있던 술을 허공 위로 올려 즐겁게 말했다.
"아- 주명도 술 좋아해? 그럼 나랑 한 잔!"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 잔이 아니라 한 병이겠지만.
갑작스레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명은 순순히 옆 자리를 터주며 함께 술을 즐겼다. 누가 먼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익숙하다는 듯 서로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꿀꺽꿀꺽 삼켰다. 머리는 아찔했고 술기운에 몸이 타는 듯 했으며 마음은 들떴다.
친구에서 술 친구로! 그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기뻤던지. 몇 잔을 추릴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잔을 들어 짠 건배를 했다. 돌아다니던 안주는 이제 어디에 있는지 채 헤아릴 수 없었고 둘이 하는 거라곤 남은 술을 섞어 각자의 입에 들이 붓는 것뿐이었다.
흥이 잔뜩 오르고 시간도 막바지에 올랐다. 호원과 주명이 즐겁게 서로의 빈 잔을 채웠다. 이미 잔뜩 취했던 것 같다. 빨갛게 달아 오른 남의 얼굴이 뭐가 그리 웃기던지 호원이 숨이 넘어갈 듯이 웃었다.
-취했어?
너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설마. 그럴 리가! 이 몸은 말이지... 지금까지 살면서 술 따위에 취해본 적 없다고?"
그건 남자의 허풍이었을까 진심 어린 말이었을까.
인간 주제에 요괴의 삶을 쉬이 논할 수 없었다. 거짓말이라며 진짜냐며 대답하지 못하고 껄껄 웃으며 남자가 채워준 술만 껄덕대며 마셨다.
그저 이 순간을 저승 세계에서 여러 사람과 요괴와 사자들과 너와 함께 마실 수 있다는 걸 기쁨이자 행운으로 삼기로 했다.
"요괴랑 친구먹고 술친구까지 하다니 진짜 죽어서 운이 다 몰렸나봐-"
그래, 생각해보면 살아생전 이리 운이 좋았던 적은 없었지.
술을 즐겨 마시는 호원이었지만 모임이나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그 끝은 항상 좋게 끝나진 않았다. 손가락을 셀 수도 없이 많이. 흥겹게 끝까지 마시려 할 즘에는 웬 모르는 사람이 주정을 부리며 멱살을 잡거나 이따금 하필이면 옆에 있는 호원에게 토사물을 쏟거나, 자신의 실수로 테이블 전체를 엎어 깨먹은 적도 있었다. 전부 호원이 즐거워질 때마다 벌여진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을 봐, 무슨 일이 있다고?
넘어질 뻔한 호원을 위해 아래에 베개를 깔아 준다거나, 미리 주의를 하며 음식이나 술들을 치워 준다거나, 그대는 불행하지 않다며 손수 위로해주는 자들도 있었다. 이태껏 20년을 살아왔지만 호원은 단 한 번도 그런 배려를 받아와본 적이 없었다. 받았다면 그 불행을 눈요깃거리로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정말 죽어서 다 복이 왔나봐.
기뻐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복잡한 마음에 술기운이 가라앉던 와중 호원의 어깨에 묵직한 무게가 올라왔다.
"운이 몰리기는 무슨? 내 운을 너한테 좀 나눠준 거라고."
은혜 꼭 갚아라- 라고 말한 주명의 들뜬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기쁘다. 고마워. 정말 그래도 괜찮아? 분명 요괴님한테도 해로울 거라고 바보. 여러 생각이 뒤죽박죽 오간 가운데 호원의 머릿속이 블랙박스로 까맣게 변했다. 울고 웃고 뛰놀고 마시고를 반복하고 주명의 웃는 소리를 끝으로 그는 정신이 뚝 끊겼다. 필름이 끊겼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정신을 차린 건 조금 뒤의 일이었다.
이미 흥이 돋았던 장례식 축제는 끝이 나있던 건지 테이블 위에 길게 나열되어 있던 먹거리들과 밤길을 밝히던 등불은 사라진 뒤였다. 있는 거라곤 술을 부어 먹은 몇 인간들과 요괴들이 저마다 길가에 빈 술병과 함께 나뒹굴고 있는 것 뿐. 호원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찬 기운에 으스스 몸이 떨렸고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낑낑대며 담요를 꺼내왔다.
이미 해가 번쩍 떴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덮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속도 뒤집어질 와중에 호원이 전부를 업어다 제 자리에 데려다 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업고 간다고 한들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한장 한장 덮어가주는 와중에 근처에 있던 주명을 발견하고 후다닥 담요를 덮어 주었다.
얼굴 아래까지 단단히 담요를 여며준 호원은 곤히 잠든 요괴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보다 착한 요괴.
"은혜... 갚을게."
그에게서 받은 팔찌를 살짝 손에 쥐고 흔들었다. 소중하게 손에 쥔 밤하늘색에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하게 울렸다.
찌질하고 소심하게 그지 없는 남자에게 너는 손쉽게 손을 뻗어주었다. 짧은 기간 사이에 새롭게 맺어진 그와의 관계가 호원에게 있어 얼마나 고맙던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말재주도 없고, 재능이나 얼굴도 반반하거나 좋지도 않으며 할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는 것밖에는 없는 한심한 남자.
그래도 이런 남자에게 손을 내밀어만 준다면
"꼭 갚을게."
고마워. 닿지 않는 감사 인사를 남몰래 전하던 것도 잠시, 느글느글하게 올라오는 역함에 벌떡 일어난 호원은 화장실로 직행했다. 빌빌대며 허겁지겁 뛰어대는 길 너머론 흐릿한 안개가 가욱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3.
"그렇지 언젠가.... 아니, 언젠가가 아니잖냐!"
주명이 성큼성큼 다가가 오더니 냉큼 호원의 뒷자락 옷을 잡아 끌었다. 질질질 잘도 한 손으로 손쉽게 성인 남자를 끌어낸다. 괜히 요괴가 아니라 하더라.
'그치만 나한텐 언제가인데...!!'
손에 잡혀 데롱거리던 호원이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쳤다. 천 년이나 넘게 살아온 요괴가 이제껏 연애를 안 하고 있다고 하면 언제 하겠다고! 분명 빠르다고 한들 호원이 주름진 노인이 되고 난 후에도 주명은 지금과 다른 얼굴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 하지만 역시 그건 좀 아쉬우려나...' 인간이랑 요괴의 수명이 다르다는 건 뭔가 서글프네. 뒤에서 주명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호원은 본인도 모르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헌데 애인은 나보다는 네가 급할 때 아니냐?"
"....응?"
"네 나이쯤 인간들은 급해 보이더만."
...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간 대가 선을 그어놓은 듯 명백하게 다른 두 남자의 경계선은 깊었다. 사고관도 그만큼 다를 터이겠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호원이 멋쩍은 듯 뺨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입을 열었다.
4.
날은 조금 쌀쌀했다.
깜깜한 밤을 이겨내며 걸음을 내딛는 게 어려웠던 날이었다.
어떻게 날을 보냈는지 기억을 더듬기도 전에 너를 만났다.
품에는 주우려다 만 먹음직스러운 열매들이 한가득했고, 자그마한 주머니에는 3냥이 쥐어져 있더랜다. 한껏 만족스러운 얼굴로 열매를 베어먹는 아이같은 모습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우선 인사부터 했다.
그런 너와 만나 지난 약속을 하며 가볍게 웃었다.
이따금 바늘 백 개라며 장난을 걸며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는 날이라 생각하며 웃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조금 투닥이기도 했으나 매끄럽게 대화를 진행했다.
약속과 대화가 차츰 끝이 보였다.
그때였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도 붉은빛을 내는 너의 눈동자가 이내 한 곳만을 가만히 응시하더라. 흠, 하며 생각에 잠긴 것도 같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너는 손을 뻗었고 가만히 서있던 상대의 머리카락 위에 곧 얹어졌다. 부드러운 손이 까슬까슬한 흑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넌 웃으면서도 잘도 그런 얘길 하는구나. 무섭지도 않은가 보지?"
흠
흐으음
으으으으으음
조금 의문이었다.
너와의 대화를 잠시 곱씹었다. 또 이야기를 나누며 가벼이 말을 뱉어냈는가에 대한 기억 되짚기였다. 바람이 한 채 너와 상대의 뺨을 간질이고 바닥을 쓸어내는 소리가 맴돌았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금방 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 확실히 나는 너와의 대화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주 가볍게 죽고나서 강을 건너기 전 너와 만난다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왜?
고개를 기울였다. 의아한 일이었다. 나는 방금 전까지도 죽음의 생사길에서 허우적대며 살고자 발버둥쳤던 인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폐를 끼치는 몸이 다른 사람들이나 요괴에 얽히면 방해가 될 것 같아 물러났다. 상대의 걱정스러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응원이 되었던 것 같다. 이리저리 길을 헤매다 허탕을 친 순간 머리 위에서 커다란 돌이 굴러떨어졌다. 하마터면 돌에 찍혀 가루가 될 뻔 했으나 팔찌가 나를 구했다. 금이 간 팔찌를 보며 네가 준 것은 무사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금 돌고 돌아서 가는 길에 드디어 월령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퍽 소문 난 영물스러운 존재감이었다. 아쉽게도 생불꽃은 된통 허탕이었다만, 이정도면 만족스러웠다. 하나를 찾은것만 해도 기적적인 일이었으니.
상처 없이 귀환한 것이 기특했으며 그렇게 죽음의 길에서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이 감쌌던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헌데 그리 죽음을 간단하게 받아들이며 너와의 만남을 기원하고 있다. 든든한 요괴의 손이 슥슥 머리를 쓰다듬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왜일까
다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머리에 닿는 너의 따뜻한 체온 덕분이었다.
영혼인 채의 몸인데도 요괴의 신체 온도는 알 수 있었다. 너는 따뜻하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다. 악착같이 살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승에 가서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한 남자라도 기다려줄 사람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반대도 생각해보자. 웃음이 튀어 나왔다. 너의 의아한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떴다. 눈동자 안에 보석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그 보석과 눈을 마주하자
이유야 간단하니까
"무섭지 않을 리 없지."
단 한 번 밖에 맞는 죽음. 그 죽음은 어릴 적부터 체감하고 있었다. 삶의 곁엔 늘 죽음이 붙어다닌다. 이번엔 명부 오류로 오게 되었다만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며칠 뒤에 죽을지 또 누가 알겠는가. 죽음 곁엔 삶 또한 붙어 있다.
나도 모르게 네 번째 손가락에 껴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웃음이 나왔다.
"조금 즐거울 뿐야."
손을 올렸다. 머리카락을 슥슥 가볍게 쓸어 내리던 네 손을 텁 잡으며 웃었다. 사실은 똑같이 머리를 쓰다듬을 생각이었지만 화낼 게 뻔하니 그건 잠시 뒤로 미루자. 픽픽 웃음을 흘기며 네 손을 잡고 웃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누군가가 기다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저 조금.. 기대가 될 뿐이야."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기대되며
조금은 조급하고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상상해보았다. 처음으로 사귄 요괴 친구를 나중에 다시 만날 때를 떠올렸다. 쭈글쭈글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라도 너는 분명 나를 알아볼 것이고 나 또한 너를 기억해낼 것이다. 삼도천 나룻배를 타 건너기 전에 흥겹게 웃으며 술잔을 건넬 것이다. 술고래인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잔을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쓰러질 정도까지 마셔대며 마지막엔 인사를 나누자. 그동안 고마웠다고, 네가 선물한 것은 여전히 잘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어줄 수만 있다면 나름 성공한 죽음 뒤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게 조금 기대가 될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5.
친구에서 주인이 된 요괴는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약을 조금 골려주자 생각하면서도 정말 아파할까 반신반의를 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좋은 성과였다. 딱딱한 어깨를 세게 주무른 터라 손가락 끝이 살짝 아려왔지만 이건 아픔의 축도 속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 느낌보단 현재 우스운 상황에 웃음을 간신히 참는 것이 더 중요했다. 친구에서 주인이 된 주명 앞에서 말이다.
가볍게 시작된 역할 놀이 앞에서 팔짱을 끼며 입 꼬리를 올려 말하는 주명의 모습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 솔직히 얄미웠다! 친구에서 돌쇠로 전락해버린 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늘 운이 좋지 않았던 호원이지만 최근 저승에 와 좋은 일만 쏙쏙 생겨버린 그에게 있어서 주종관계의 기회는 새로운 운의 시험이었다. 그랬는데-
-이걸 좀 봐. 돌쇠가 된 호원은 요괴의 든든한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고급진 천의 매끄러운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고, 그의 호응대로 호원은 손가락을 놀려 주무를 수밖에 없었다. 주명의 어깨는 많이 뭉쳐 있었다. 제 손으로 쉬이 풀기란 어려웠다. 일단 무작정 주무르기 시작하면 상대의 몸에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슬쩍슬쩍 투덜대며 어깨를 주무르자니 핀잔을 던지며 약하다고 말했다.
힐끔 남자의 얼굴을 엿보면 휘어 올라간 입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와, 진짜 만족하고 있나보네. 종이 생긴 느낌이 상당히 좋았던 모양이었다.
...그게 참 얄밉더라.
장난기가 들었다. 콧소리를 내며 작게 흥얼댔다. 어깨를 주무르는 손에 힘을 서서히 그리쥐었다. 세게, 더 세게, 쥘 수 있는 만큼.
편안해하던 주명의 얼굴이 이내 점점 더 구겨지고 악,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완벽하게 통했다! 저도 모르게 쾌재를 지르며 힘을 쥐었던 손을 다시 꽉 주먹 쥐었다. 그 몰래 살짝 뒤에서. 어디 돌쇠 주제에 주인을 공격하는 게냐?!?! 만족해하며 손을 떼는 사이 요괴 친구, 아니 요괴 주인은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이글이글 타버릴 듯한 시선으로 노려다본다. 꽤 날카로워 사실 조금 몸을 움츠렸다.
으응 딱히 공격한 건 아니고
장난친 건데!
속 마음을 감추며 저도 모르게 빵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 같이 웃어대는 돌쇠의 모습을 주인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빠직 소리를 내며 덤벼든 요괴 주인은 돌쇠의 뺨을 짓눌렀다. 호원의 입가가 크게 벌어지고 드디어 빵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사심이 담겼었는데 돌~쇠~~?"
"아하하하하하!, 하하하!"
"그리고 어디 주인님보고 웃어 인마 어? 어어??"
하하하, 크, 푸하.. 푸하하하... 어 어라 잠깐 이거 아ㅍ
꾸우욱 짓누르는 손의 악력이 상당하다. 어, 어라 찢어져. 찢어진다?! 아니 부서진다! 웃던 것을 그제야 뚝 멈추고 급하게 주인의 손을 움켜 잡았다. 끄아아아악! 웃음 소리가 괴로운 앓는 소리로 번졌다. 자- 잠깐 돌쇠라도 타임은 줘야지!!!
6.
무능하고 멍청하다니 너무하잖아-! 라며 화를 낼 생각이었다.
너는 즐거운 듯 흥얼대며 천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걸 빨리 눈치라도 챘다면 도망치기라도 했었을 터인데. 바보일 정도로 둔한 호원은 물음표를 그리며 또 가만히 있었다. 주명의 손이 뻗어 검은 머리카락에 닿았다. 요괴의 손엔 여전히 하얀 천이 둘러져 있었다. 아프지 않도록 적절하게 묶고 조여주는 손길은 상냥함이 묻어났으나 돌쇠 원은 조금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느낌이 완벽하게 정중했다는 것도 모르고, 또 그렇게 미련하게 기다렸다.
다 됐다. 깔끔하게 묶어낸 주명의 손이 다시 내려가고 그의 허리춤에 올려졌다. 주인 주명은 어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 꼬리가 두툼하게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상당히 볼 거리가 되는 듯 보였다. 참지 못하고 풋 웃음 소리를 내다가 다시 큼큼 헛기침을 한 요괴는 최대한 덤덤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돌쇠 하면 이거지.
"일단 돌쇠 답게 하루 종일 이거 머리에 묶고 다닐 것."
"....?"
잠시 벙 찐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주명은 여전히 움찔움찔 입 꼬리가 우습게 떨려있었다. 영문을 채 알 수가 없어 호원은 멍하니 제 주인 얼굴을 응시하다가 손을 뻗어 남자가 묶어 주었던 천을 만지작 거렸다. 천의 재질은 부드럽고 얇아서 좋았다. 주명이 입고 다니는 옷처럼 필시 고급진 재단이었을 것이다. 아프게도 묶지 않아 하고 있는 데엔 무리함은 없었다. 하지만 왜? 의문이 들었다. 멍해진 호원의 머릿속에 잠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어렸을 때부터 염색 한 번 해 본 적 없는 말끔한 흑발 머리칼에 염색물 한 번 물든 적 없는 깨끗한 하얀 천이 이마를 감싸 뒤통수 머리까지 깔끔하게 둘러 묶어졌다. 검은색과 하얀색. 누가 뭐래도 대조되는 위치. 더해서 못난 호원의 얼굴레 씌워진 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텔레비전 속의 드라마 한 장면. 마님을 모시며 뗄깜을 지고 헤죽 못난 표정을 짓던 건장한 남정네 하나. 그 남자가 머리에 씌고 있던 천 하나와 호원의 이마에 두른 천 하나.
..완전 똑같-
"이- 이거.. 이건 완전 머슴이잖아아아아아.......!!!"
호원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그 못난 머슴과 100% 일치했다. 못났다 호원.
남자에게 씌어지고 약 1분 30초가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주명은 여전히 우스운 호원의 꼴을 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머슴 원이는 급하게 천에 자신의 손을 얹었지만 쉽사리 벗겨낼 수도 없었다. 현재 갑을 위치에 서있는 건 자신이 아닌 친구이자 주의 위치에 선 주명이었으며 멋대로 벗어낸 뒤의 후환도 두려웠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딱 하나. 우스꽝스러운 자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써본 거라곤 칙칙한 검은색 모자 하나 뿐. 놀이동산이나 공원에 가도 귀여운 머리띠 한 번 써본 적 없는 남자였다. 홍당무 마냥 양 뺨을 붉히며 호원이 씩씩거렸다. 찬 손으로 뺨을 식힐 겨를도 없었다.
이 남자- 이승에 있을 때 절대 자기 종을 괴롭히는 못된 도련님이었을 것이다.
취미 완전 나쁘네! 이 행세를 하고 하룻동안 다른 자들과 함께 대화나 할 수 있으련지 호원의 새 근심이 생겼다.
7.
8.
"별건 아니고, ......그- 시간 있냐고."
...여기가 이승도 아니고 시간이야 늘 넘치는데? 처음엔 그 생각 뿐이었다. 주명은 옷깃을 꽈악 잡고 있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목 사이로 핏대가 드러났다. 잠시 그 이유를 떠올려다 보았다. ..아차. 곧이어 떠오른 대답에 저도 그를 따라 얼굴이 달아 올랐다. 기름을 들이 부은 것 마냥 뜨겁게, 아주 활활. 누가 더 붉은지 시합하는 것도 아닌데, 의아했다. 손등으로 뺨을 식히며 대답을 떠올리려 했다.
올리려던 손이 뚝, 허공에 멈췄다. 네번째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은색 반지가 문제였다. 머리 끝에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미련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단지 옆에는 주명이 있다 라는 생각 뿐이다. 상대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건 바르지 못한 행위였다. 슬쩍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다 주머니 속에 밀어 넣고 냉큼 주명의 손을 맞잡는다.
누가 먼저 발개진 걸까- 이젠 아무렴 좋은 문제다. 옷깃을 쥔 주명의 손가락이 하나 둘씩 풀리고 냉큼 사이로 깍지를 꼈다. 너머로 당황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 반응 하나하나가 새롭고 귀엽다. 반응에 저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가 화내지 않을까 싶어 냉큼 가렸지만.
'그러고보니 이제까지 한 번도 남과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했었나....'
~아, 그럼 내가 처음이구나!
기세등등하고 늘 자신만만한 주명이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올 만도 했다. 그 강하디 강한 주명이라는 요괴 남자가!!!! 처음이라는 단어가 새롭고 기분 좋게 들려왔다. 이제껏 그와의 대화 속에 늘 밀리던 차호원이 있다면 이번만큼은 당당하게 그를 당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신이 났다. 너머로 그가 도망치지 않게끔 깍지를 낀 손에 꾹 힘을 쥐었다. 남자가 옷깃을 쥐며 먼저 말를 건네올 때처럼 말이다.
그럼 이번만큼은 주명과 당당하게 마주해 나아갈 수 있기를.
....뭐, 수줍은 건 똑같지만. 끙- 소리를 내며 여전히 발갛게 물든 뺨을 주체하지 못하고 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집중하자 집중해. 너머로 주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 그러니까.. 머뭇대며 간신히 입을 열어 빈 손으론 뺨을 머쓱하게 긁적였다.
"나, 시간 엄청 많아!"
없어도 네가 있어달라면 만들게! 본인이 생각해도 허당스러운 대답이었으나 이 이상 나올만한 말은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거짓말이 서툰 그에게 있어 뱉어내기 가장 쉬운 말이었다.
그러니까..
계속 같이 있을까....?
9.
호원보다도 더 까만 머리칼에 그와는 대조되는 듯한 야생의 붉은 빛이 감도는 적색 눈동자. 차사들보다 더 저승사자 같은 새까만 복장의 남자. 다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도포나 남색 저고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짧은 반곱슬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한눈에 봐도 남자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나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얼굴의 반을 덮거나 팔다리 곳곳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간으로 보기 힘든 남자는 생사구에 살고 있는 필시 요괴일 터였다.
그의 풍모에서 느껴지는 압박은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 아무튼, 무서웠다. 엄청 무섭다! 난생 처음 본 (애초에 죽고 난 다음에 오는 곳이라던데 처음 오는 게 당연했다.) 풍경과 생명체의 모습은 호원의 사지를 떨도록 만들었다. 하느님, 아무리 내가 운이 없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바보같이 훌쩍대며 신에게 빌었다. 다시 되돌아가게 해달라고. 어떤 불행을 되돌려줘도 좋으니까. 정작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신은 과로로 쓰러졌다고 말했지만- ...쓸데없이 현실성있게.
쯧, 위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아아아 존재감만으로 성가시게 만들어버렸다. 뼈 하나 남김 없이 꿀떡 잡아먹힌다...!!! 생사구에 강제로 끌려오자마자 데드 플래그를 세우는구나. 반쯤 울음을 삼키며 호원을 눈을 감았다.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해서야 다시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나 있겠냐."
하지만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나온 남자의 말은 호원의 예상을 깨트렸다. 호원에게 내민 손은 요괴였던 남자의 것이었다. 멋대로 혼자 생각했던 게 머쓱해질 정도로 내밀어준 상냥한 손길에 이내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붕- 붕대 요괴씨네요."
이름을 몰랐으니 가장 특징적인 걸로 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 반가워요?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처음 만난 남자의 이름은 주명이었다.
"처음엔 엄청 무서워서 막 존댓말도 하면서 님- 님 그랬었는데. 그렇지?"
불과 며칠 전을 떠올리며 호원은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당시 모든 요괴들은 신과 같은 존재로 보였을 뿐더러 모든 게 호원에게 있어 공포 대상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반 인간들보다도 더 상냥하게 대해주는 요괴들의 손길과 행동에 불안감은 물 흐르듯 말끔히 사라져갔다.
주명에 대한 인상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한 복장을 갖춘 것과는 달리 흉흉하게 둘렀던 붕대는 어딘가 아파 보였기도 했지만 요괴 남자는 늘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 모습이 참 부러웠고 존경스럽기 그지 없었다. 요괴라는 종족과 남자의 당돌함에 처음엔 매료되었고 그 다음엔 동경, 마지막엔 친밀감을 느꼈다.
"-그랬는데 정말로 친해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누가 요괴랑 인간이 친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겠는가. 적어도 주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심남 호원은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친구가 되었고 호원이 생사구에 남아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이 남자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투닥거리거나 겁에 질린 것도 일부분, 반대로 웃을 땐 함께 웃었고 즐거워할 때도 함께 즐거워했다. 지쳐 매달려 있던 한심한 그를 지켜봐준 자들 중 한 명이었던 것도 이 품위가 강한 요괴였다.
고마워. 적어도 네가 없었더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었겠지.
지금까지 사귀어 본 친구들이나 옛 친구들과는 다른 신뢰감. 단 한 번도 겹쳐 본 적이 없는 이 남자는 호원에게 있어 크게 자리잡았다. 돌아간 다음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호원이 다시금 명부를 채우고 다시 죽고 돌아오게 된다면 그 또한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네가 죽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나한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어."
멋대로 힘들어 하던 호원에게 서슴없이 다가와 멋대로 뱉어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며 가장 원하는 말을 대답해주었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잊혀져만 가던 꿈의 일이 떠오르던 밤. 제대로 시선을 마주한 적색 눈동자는 어렴풋이 그곳에서 본 동백꽃이 떠올랐지만 기이한 일이었다. 너와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두렵거나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악몽은 사라졌는가?
그런 건 아냐.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할 업이니
다만 네 한마디 덕분에 새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어.
너는 내 인생에서 마음 한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라고 솔직하게 불어버리진 못하겠지만. 머쓱한 마음에 큼큼 헛기침을 하며 살짝 시선을 돌린 호원은 이내 슬쩍 손을 내밀었다.
"...정확히 다음에 만나는 건 죽은 뒤겠지만 만약 시간이 되면 꼭 놀러와."
너는 내가 죽고 태어나고를 반복해서 몇 번이나 함께 술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주명이 채 손을 잡기도 전에 냉큼 맞잡아 깍지를 꼈다.
나는 아마 너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마지막은 시간 오버가 되어버려서 못줬다.
주명이랑 커뮤 뛰면서 썰도 제일 많이 풀고 이벤트도 잘 참여하고 대화도 많이하고 로그핑퐁도 많이 한듯.
중간에 바빠서 선 로그를 많이 못 줬지만 ㅠㅠ 그래도 즐거웠다.
호원이같은 애랑 놀아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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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 + 주명 / 인 인 au
2017.01.27
1.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이 일을 고른 것을 후회 해본 적은 없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고 병원의 시설이나 수입도 타병원보다 짭짤하고 좋았는 걸. 만족할 만한 곳에서 일하는 자부심도 컸다.
다만 하나 단점을 둬야하는 게 있다면 일이 무우우우우우우진장 힘들다는 것. 그 놈의 진상 환자들 말이다! 그저 불평만 한다면 애교로 봐줄 순 있다. 그치만 민원으로 병원 자체를 신고하거나 틈만 나면 고함을 지르며 손을 올리기도 일수. 차라리 남자인 자신이 맞기만 한다면 모를까 여성인 간호사를 때리면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기분을 가라앉히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온종일 환자에게 시달리고 난 후엔 놓치지 않고 신고를 접수한 수간호사가 씩씩 화를 내며 찾아온다. 이 날은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 좋지, 수입도 빵빵하지 시설도 좋지! 그럼 뭐가 문제야?
환자들이 문제다 환자들이!
결국 해가 지고 나서야 병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 살려... 무거운 발걸음을 터덜터덜 옮겨가던 와중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위치하는 한 가게를 발견해버렸다. 그 자리에 서서 잠시동안 고민했다. 이대로 쭉 직진해서 집으로 돌아가 방 침대에 틀어박혀 해가 뜰 때까지 잠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었다.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다는 게 호원의 단점이었지만 말이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이내 주먹을 불끈 쥐고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어서오세요! 직원의 밝은 인사와 함께 유리문이 종소리를 내며 천천히 닫혔다.
오늘은 불평하고 싶은 날이었다.
2.
그런 그가 하나 간과한 점은, 그보다 만만치않게 더 피로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
'...시체?'
여기서 문제. 몇 년지기 친구가 현관 앞에서 쓰러져 이미 숨을 거두었을 때의 감정을 3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아니, 애초에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우선 양 손의 짐이 무거웠던 터라 툭 바닥에 떨어트린 호원은 뭉친 어깨를 통통 두들겼다. 주변은 꽤 처참했다. 현관부터 돌아다니는 몇 깡통들과 쓰레기 봉투들은 저마다 춤을 추듯 남자와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현관 뿐만이 아니라 내부 또한 혀를 내두를만한 상황일 것이다. 그 사이에 파묻히듯 쓰러진 남자는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깔끔한 차림새였다. 우선 늘 보이던 티셔츠가 아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새로 죽어있는 친구를 내려다보며 호원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다행히 옷 주머니 사이로 넣어둔 작은 펜과 수첩이 있었다. 다행이다. 수첩 페이지를 넘기고 펜심을 딸깍 열어두고 나서야 편하게 써내릴 수 있었다.
"1월 27일 21시 54분 주명, 극심한 피로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과로사..."
"너 멋대로 사람 죽이는 버릇 좀 그만해라..."
아주 이제 봉으로 느껴지지 봉으로? 가득 짜증이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 죽진 않았네.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는 호원이 수첩을 도로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리를 쭈그리고 앉았다. 마주 편에 엎드려 누워 있던 주명이 끙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한쪽 뿐인 게 아쉬웠긴 했지만. 적색으로 빛나는 날카로운 눈매가 살짝 내려가있다. 불쾌하면서도 피로감이 물든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우습게도 조금 전의 호원과 겹쳐있었다.
호원은 가뿐히 손을 뻗어 왁스로 매끄럽게 정돈했던 검은 머리칼을 단숨에 흐트렸다. 검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질 때마다 본래의 스타일을 찾은 주명의 머리는 군데군데가 뻗쳐있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드러운 머리결이었다. 만족스럽다. 그는 이 머리가 가장 어울렸다.
ㅋㅋㅋ좋은아침.
지금 밤이거든?
3.
더러워진 집을 치우는 데에는 한 시간 가까이 소비됐지만 이 정도면 짧은 편이었다. 주워든 쓰레기를 재활용 봉지에 말끔하게 묶은 후 모두 현관에다 모아두었다. 이짓도 이제 계속하니 아무렇지도 않네. 그가 남은 물건을 밖에다 버리고 오는 사이 차를 준비했다. 라고 해도 코코아지만. 잔을 받아든 주명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 나 단 거 싫은데."
"스트레스 받을 땐 단 걸 먹는 거래. 이거 마시고 치킨!"
"상관은 없는데 아주 살림 차리셨구만..."
주명은 '싫다'거나 '안 돼'라고 잘 말하지 않는다. 이 남자의 뭐든 털털하게 넘어가주는 느낌이 좋았다.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수락하는 그를 보며 킬킬 웃던 호원은 잔을 들고 소파 위에 걸터 앉았다. 호원이 가져온 짐엔 한아름 치킨과 맥주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상하게 난 치킨이 좋더라. 대한민국 그 많고 많은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 호원은 남들보다 유별났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접 돈을 벌게 된 뒤에는 일주일에 넉 번은 기준으로 먹게 된 기록까지 세웠다. 그의 동기들은 새에게 쏘아맞는 한을 여기에 푸는 거라며 종종 놀려댔다. 아무렴 뭐 어떤가, 맛있으면 됐지.
다만 조금 문제가 생겼다면 잦은 치킨집의 주문에 이미 화가 날대로 난 어머니의 손싸대기를 호원이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버는 돈은 주지도 못할 망정 먹는 걸로 다 후려파!!! 그 뒤로 음식을 집에서 시켜 먹기가 조금 곤란해졌다. 이미 몸은 길들여져 배는 고프고 인스턴트로 떼워 먹기에는 내일 체력이 못 버틸 것 같고. [나 치킨 먹고 싶어.] 그리운 음식의 뒷모습을 쫓으며 하나 뿐인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금방 주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차호원 시간 있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미안한데 밥 좀 사와라.
퇴근길은 늘 허기가 졌었다. 남자는 타이밍을 제대로 탔고, 계를 탄 호원은 그 호의를 거절 할 리가 없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되씹었다. 예술쪽 분야엔 영 지식이 없는 호원이었으나 대충은 주명이 집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반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다. 정확히 알아야 말이지... 밤 늦은 시간이었어도 그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은 늘 지옥 지하철이다. 사람들 사이를 낑겨 겨우겨우 도착한 집에 초인종을 눌렀다. 반응이 없어 의아함에 갸웃대던 순간 집 문고리가 열려 있다는 걸 알았다. 보안성 제로..! 집에 없나 싶어 기웃대며 현관에 발을 들이댔고, 곧 복도 끝 사람의 형태를 한 채 반쯤 죽어있는 주명을 보고 비명을 지른 호원이었다.
-1...1.1......117!!!!
-119거든 멍청아....
간신히 뭉개지는 말을 토해내듯 꺼내던 주명은 그렇게 다시 눈을 감았다. 정말, 정말 죽은 줄 알았지!
그래, 그렇게 일이 힘들지 누가 알았겠어? 평소 깔끔함을 유지하는 주명이었지만 일이 몰릴 시에는 폭탄으로 방치하고 있는 듯 했다. 우선 반쯤 죽어있는 친구를 방으로 겨우 끌고가 재우고 청소를 시작했다. 바닥에 널린 인스턴트 쓰레기들을 치우고 설거지, 빨래 기본적인 것만 해도 피로감이 쌓였다. 혼자 아들 셋을 포함해 아빠까지 키워낸(?) 어머니의 놀라움을 여기서 맛봤다. 몇 시간을 혼자 허둥지둥대며 치워댔을까, 웬일로 실수 하나 없이 이뤄낸 성과는 깨끗한 남자의 집이었고 그대로 호원의 필름도 끊겼다. 술을 주구장창 마셔 끊겨버렸던 것과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감겼던 눈을 다시 떴을 땐 오히려 반대의 입장이 된 상황이었다. 너 왜 멋대로 청소해서 멋대로 쓰러지냐? 다행히 쓰러지기 직전보다는 혈색이 좋아져 보이는 주명이 호원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며 물었다.
으응, 그러게....
4.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쌓인 마감들을 겨우 끝내고 난 주명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난 뒤였고 배는 의도치않게 몇 끼를 굶어가고 있었다고. 혼자 밥을 만들 기력은 없고 늘 주문을 하는 가게는 휴일이라 열지 않았다고. 어찌됐든 타이밍은 좋았다! 뚝배기 하나를 거의 다 해치우고 난 호원은 빵빵한 배를 두들기며 말했다.
"좋아 이제 치킨 시켜 먹자!"
"방금 네 입으로 들어간 건 뭔데"
"어..... 맛보기?"
"진짜 돼지 다 됐구나..."
바라보는 시선에 측은함과 한심함이 섞여있다. 큼큼, 무안함에 헛기침을 하며 주명의 시선을 피하고 핸드폰에 근처 치킨집을 검색했다. 좋네, 며칠만에 먹는 거야? 집에서 잔소리를 들어가며 동생들과 뜯어 먹을 걱정도 없었다. 눈치를 볼 걱정도 없고. 정말 좋구나 자취.... 이리저리 검색하던 호원의 손가락이 뚝 멈췄다.
5.
자취의 프리한 인생 = 주명
집에서 일하는 반 프리랜서 디자이너 = 주명
호원 친구 = 주명
여유롭게 야식 먹을 수 있는 곳 = 주명네 집
"..있잖아 주명아."
"응? 아직 안 시켰냐?"
"너 이렇게 혼자서 쓸쓸하게 일하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내가 종종 와서 청소하고 돌봐줄까?"
"뭐? 필요없,"
"그대신 가끔 고기나 치킨 쏘고, 뭐 먹으러 올때 너희 집 쓰게 해주라! 같이 밥 먹게!"
"아니 뭘 네 멋대로 정하는 건데?!"
"뭐- 뭐, 뭐 어때! 흐하하- 좋잖아 나보다 봉급도 더 많이 받고. 째째하게 그것도 못 사주냐! 그리고 아프면 내가 돌봐줄 수도 있는데? 일거양득. 간호사가 여기있잖아!"
"아니- 오히려 너한테 간호 받으면 더 아플 것 같거든;"
"아 좀! 한 번만! 일주일만!"
6.
"그렇게 진짜 자기 마음대로 집에 쳐들어와선.."
"나, 나쁜 조건은 아니었잖아...."
"음 그냥 조금..."
주명 오너님이랑 푼 썰이 너무 웃겨서 써보고 싶었다 ㅋㅋㅋ
멋대로 써서 죄송해요 ㅠ.ㅜ
만약 정말 집에 들어가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됐으려나 하는 생각에,,,,,,
제가 주명이 팬클럽 1기 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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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원 리얼 자세한 프로필
2017.01.19
아 다들 쵸로마츠 닮았다고 해서 멘붕중 (..)
솔직히 나도 컴션 받고나서 ...??? 했다.
사실 쵸로마츠 캐처럼 만들 의향 없었구 성격두 겁나 다른 찌질캔데ㅠ
취향 덕지덕지 바르니 쵸로마츠처럼 됐나보다 싶구 망캐로 신청했는데 합격함 읭
설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나랑 비슷한 체계로 짜버렸다.
전형적인 방관자 캐릭터.
이름 : 차호원
( 車 虎元 )
올곧고 강한 호랑이 같은 남자가 되라. 라는 뜻으로 붙여준 이름이었지만 젠젠 겁쟁이로 자랐습니다 할부지...!
호원이네 집안은 족보가 튼실한 집안. 할아버지가 엄하시고 옛부터 아들이 안 나와 쩔쩔매다가 호원이가 태어난 케이스. 온 기대를 받고 자라난 꼴이 요모양이라 할부지도 할무이도 머리 싸매는중.
나이 : 2017년 기준 20~21세.
성별 : 男
생일 : 7월 7일
별자리 : 게자리
혈액형 : A형
신장 , 체중 : 178 . 67
(내 자캐들 키 대부분이 178인데 이유는 내 이상형 키...ㅈㄴ)
가족 구성원 : 아빠 , 엄마 , 남동생 둘 (둘째 16살 셋째 8살)
차호현(父) , 나미영(母) , 차호민(弟,16) , 차호천(弟,8)
직업 : 간호학과 학생 → 간호사
종교 : 천주교
(내 자캐들은 전부 천주교임.. 이유는 내가 천주교니까..)
호원은 신에게 자신의 불행을 탓하지 않는다. 매주 꼬박꼬박 새벽 미사나 오후 미사에 참가해서 꼭 기도를 드림. 내용은 오늘 하루가 뭐뭐했으니 이러면 좋겠네~ 오늘은 그래도 덜 불행했던 것 같아요! 라는 식으로 대화하는 기도를 좋아한다. 몇 없는 부지런한 청년 소리를 들어서 신부님한테 예쁨받는다.
성격 : 바보 / 순진 / 바보2 / 불행남 / 둔탱 / 소심함 / 부정적 / 겁쟁이
같은 커뮤를 뛴 분들이라면 얘가 얼마나 찌질하고 부정적이고 소심한지 잘 아실듯. 생긴 건 왕재수처럼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찌질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이라 나도 굴리면서 참 대략난감했다. 다들 너무 상냥하게 대해줘서 얘의 바보 같은 면을 어디에다가 살려야 하나 싶었음. 특히나 불행적인 요소를 어디에 골라 집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팔찌를 빨리 부수도록 유도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것도 난감하고... (좀 늦게 죽이고 싶어서)
호원은 하루에 세네번 규칙적으로 공이나 새똥, 사람들이 우연히 떨어트린 물건을 정통으로 맞을 정도로 잔불행을 가지고 있다. 그게 꼭 출생 비밀이 있는 거나 어릴 적부터 버림 받아서~ 의 루트의 불행이라기 보단 잔불행. 하루에 돈을 잃어버린다거나 꼭 불량배한테 걸려서 매를 번다거나 하는 루트의 불행을 매일매일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불쌍함.. (..)
심지어는 저승에 의도치 않게 가기 전까지 여자친구 바람행각을 보고 말았으니. 으구 이 불쌍한 남자야..
정작 본인은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고 그 불행을 당연한 거라 여기고 있다. 그 탓에 나가는 조건도 다 이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 다른 사람들 눈에 얼마나 답답해 보일까 사실 나도 걱정됨..;
그치만 그에 반대로 또 엄청 착하기는 애가 착함. 저승에서 너무 폐를 많이 끼쳐서 어떻게 갚아야 하나 이만저만 걱정이 아닌 아이.
목소리 : 이츠라님 영상 참고
한창 핫한 너의 이름을 노래 찾다가 원이 목소리라면 이러지 않을까? 싶어서 찾다가 이츠라님 목소리 참고했다.'///' 목소리 넘 조음.. ㅜㅅㅜ
~ 남자의 미래 ~
커뮤 끝날때까지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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